SKT 하나로 인수, 칼자루 쥔 '정통부'

머니투데이 윤미경 기자 | 2007.12.03 15:36

남은과제는 정통부 장관 인가...정통부 '2개월 걸린다'

인수제안서를 제출한지 20일만에 '속전속결'로 하나로텔레콤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SK텔레콤의 남은 과제는 정보통신부 장관의 인가를 받는 일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기간통신사업자가 사업을 양수하거나 법인을 합병할 때 정보통신부 장관의 허락을 받도록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하나로 인수건은 전기통신사업법 제13조 4항에 해당된다. 4항에 '특수관계인과 합하여 기간통신사업자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5 이상을 소유하고자 하거나 기간통신사업자의 최대주주가 되고자 하는 자'는 정통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돼 있다.

SK텔레콤이 취득하는 하나로의 지분은 38.89%. 법에 명시된 '15%'를 넘는다. 게다가 이번 지분 인수로 SK텔레콤은 하나로의 최대주주가 된다. 따라서 SK텔레콤이 하나로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정통부 규제관문'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SK텔레콤도 이런 이유 때문에 정통부 인가를 '조건부'로 내걸고 하나로와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다시말해 SK텔레콤이 정통부 인가를 받지못하면 하나로 인수건은 그야말로 '물거품'이 되고 만다.

SK텔레콤의 하나로 인수를 놓고 '독과점' 논란과 '지배력 전이'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지만, 정통부 입장에선 굳이 '거부'할 명분이 약한 편이다. 더구나 지난 4년동안 국회와 언론으로부터 국내 제2 유선업체 경영권을 외국자본에 넘어가도록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정통부다.

무엇보다 정통부가 인수를 거부하면 하나로는 또다시 경영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정통부가 잘 파악하고 있다. 기업의 경영공백이 가져다주는 위기를 회복하는데 수년넘게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통부도 이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3일 정통부 관계자는 "아직 SK텔레콤이 인가신청을 하지 않았다"면서 "인가신청을 하면 법대로 절차를 밟아갈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정통부는 SK텔레콤이 하나로 지분인수에 따른 인가신청서를 제출하면 먼저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위원회에서 이번 인수건을 종합적으로 심사토록 하는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와도 협의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정통부 장관이 최종적으로 심사해서 판단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원칙적으로 인수합병과 관련해서는 공정위가 '기업결합심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올 5월에 전기통신사업법 제13조 1항4호에 '기간통신사업자의 지분 15% 이상을 취득'하는 경우에 정통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규정이 생기면서, 이번 건에 한해서는 정통부 장관이 '인가 관할권'을 쥐게 됐다. 공정거래법에도 '부처간 협의'를 거치면 기업결합심사를 따로 하지 않도록 명시해두고 있다.

정통부는 SK텔레콤의 하나로 인수건을 승인하는데 2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법대로' 절차를 밟으면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정통부가 어떤 '조건'을 내걸고 SK텔레콤의 하나로 인수를 승인해주느냐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선 '조건'을 달기가 애매하다. SK텔레콤이 무선의 지배적사업자로 지정돼 있긴 하지만 하나로가 유선의 지배적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지배력 전이'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없다.

시장점유율로 '독과점'을 판단하기도 모호하다. 아직 관련법 개정이 완료되지 않아서 유무선 칸막이 규제는 살아있기 때문에 무선의 시장점유율과 유선의 시장점유율을 통합해서 판단할 수 있는 '법적 해석'이 쉽지 않다.

SK텔레콤이 하나로를 합병하는 경우에 다시 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인수조건을 내걸 수도 있어 보이지만, 이것은 자칫 '이중규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규제완화를 표방하는 정부가 기업을 과도하게 규제한다는 지적을 낳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미뤄 종합적으로 판단해볼 때, 정통부는 SK텔레콤의 하나로 인수를 큰 제한없이 승인해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다만, 정통부 장관의 인가를 받는데 2개월 정도가 걸려, 2월말에 이르러서야 SK텔레콤은 하나로 경영권을 손에 쥘 수 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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