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수영 "어릴 땐 먹는 게 최고"

이경숙,김지연 기자 | 2007.12.03 17:18

[스타와 함께 하는 행복한 기부]<2>여성가장 창업 '다솜어린이집'에 간식비 기부

↑가수 이수영이 생일을 맞은 지윤(가명)양을
무릎에 앉힌 채 웃고 있다. ⓒ홍봉진 인턴기자

애는 애다. 4살 지윤이(가명)는 자기가 의자 삼아 앉아 있는 사람이 가수 이수영인줄도 모르고, 그가 자기 생일상을 차려준 지도 모르고, 제 친구들과 알 수 없는 언어로 왁왁거린다. '이수영의 굴욕'이 따로 없다.

이수영이 머쓱하게 김해연 다솜어린이집 원장(40)한테 묻는다. "얘들끼리는 이게 서로 대화하는 것이겠죠?" 김 원장은 그저 벙긋 웃는다.

친교 재시도. 이수영은 지윤이의 몽실몽실한 손을 살짝 잡더니 고사리 같은 검지 손가락을 세워 키보드 건반 위에 얹는다. "언니, 아니 선생님이랑 같이 피아노 칠까?"

두 사람이 '젓가락행진곡'을 치자, 이번엔 옆에 앉아 있던 장난꾸러기 경진이(가명)가 꽝꽝 건반을 두드리며 한몫 낀다. 활발한 지윤이, 천진한 미소의 경진이는 모녀 가정, 부자 가정의 아동들이다.

3일, 생일을 맞은 지윤이를 위해 가수 이수영이 경기도 성남시에 자리 잡은 다솜어린이집에서 생일상을 차려줬다. 알록달록 우리쌀로 만든 알록달록 떡케이크와 과일, 김밥이 주메뉴였다. 그는 1시간 남짓, 일일 보육교사 노릇도 했다.

그는 이 곳의 저소득, 모자 혹은 부자 가정 아이들을 위해 총 250만원을 기부했다. 이 돈으로 다솜어린이집은 1년 동안 30여명의 아이들에게 맛 좋고 영양가 있는 간식을 제공하고, 생일상도 차려줄 계획이다.

이번 기부는 그가 지난 달초, 머니투데이 스타뉴스팀에 기부처 소개를 부탁하면서 성사됐다. 그는 "머니투데이가 '스타와 함께 하는 기부', '금요일의 점심' 같은 모금 프로그램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 기자들 스스로도 기부를 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동참의 뜻을 먼저 밝혔다.

그는 머니투데이와 사회연대은행이 추천한 여러가지 기부 프로그램 중 어린이집 돕기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어릴 땐 먹는 게 최고"라며 밝게 웃었다.

"인성은 아이 때부터 만들어지는데 사랑도, 도움도 받아본 사람이 베풀 수 있는 거잖아요. 저 역시 어릴 때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나누는 게 당연하죠."
↑가수 이수영이 다솜어린이집 아이들과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홍봉진 인턴기자

이곳 원아들 중 다수는 월 수입 100만원 안팎의 저소득 가정 아이들이다. 정부에서 나오는 간식비는 아이 1명당 월 1만2500원. 이 정도 돈으로는 우유값밖에 안 된다. 오전, 오후, 저녁 등 하루 세번 간식상을 차리기에도 빠듯하다.

김 원장은 "아이들에게 먹는 데엔 돈 아끼지 말자는게 평소 소신인데, 이수영씨가 이걸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며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아이들이 먹는 것은 우리 아이 먹이듯 내놔야죠. 제가 일 다닐 때 우리 윤빈이(5)가 다른 어린이집에 다녔는데, 집에 돌아오면 늘 허기져 보이더라구요. 그동안에도 우리 아이 생각나서 원아들을 잘 챙겨먹이긴 했지만, 재정적으로는 참 힘들었어요."


김 원장은 지난 5월 마이크로크레디트기관인 사회연대은행(www.bss.or.kr)을 통해 LG전자의 '위드유 저소득여성가장 창업기금'을 지원 받아 다솜어린이집을 창업했다.

마이크로크레디트란, 무담보소액대출과 함께 경영 자문을 제공해 자본과 사회적 네트워크가 없는 소외층이 자활하도록 돕는 금융서비스를 말한다.

반년 전, 10여명의 원아로 시작했던 어린이집은 차츰 입소문을 타면서 이젠 31명 규모로 커졌다. 보육교사도 3명에서 7명으로 늘었다.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 보유자, 간호사 자격증 보유자도 있다. 그러나 운영은 여전히 가정식을 고집한다.

김 원장은 "나 역시 학습지 교사 시절, 갓 돌 넘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맘이 아픈 적이 많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일을 마치면 밤 9시, 10시를 넘기기가 일쑤였는데 그 시간까지 아이를 봐주는 곳이 없어 시간제로 놀이방에 맡기곤 했다는 것이다.

"이 동네 분들이 맞벌이를 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분이 많아요. 어떤 분은 새벽 6시에 아이를 맡기러 오세요. 어떤 분은 밤 11시에 아이를 찾아가기도 하죠. 예전에 제 생각이 나서 맘이 아팠어요. 앞으로는 24시간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하고 싶어요."

김 원장의 창업을 도운 박성희 사회연대은행 RM(Relationship Manager)은 다솜어린이집 칭찬에 침이 마른다. "교사들이 아이들을 자기 아이처럼 이뻐하고 자기 집안처럼 잘 보살핀다"는 것이다.

박 RM은 "마이크로크레디트를 통해 자기 힘으로 일어서고자 하는 소외층 창업 업체들을 많이 도와야 한다"며 "이수영씨처럼 소외층 창업업체를 돕는 연예인들이 많이 나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수영은 자신의 작은 나눔이 더 큰 사랑으로 이어지길 바랐다. "도움을 주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분들에게는 방법을 알려주고, 큰 돈이 아니라도 어려운 이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제가 돈을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어린이집을 방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연예인이 이렇게 얼굴을 비치면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실테니까요."

'가수 이수영과 함께 하는 행복한 기부'에 동참하면 인천시 원미구 도당동 '해피아이어린이집'의 소외층 아이들한테도 떡과 간식을 보내줄 수 있다. 이곳 역시 사회연대은행과 LG전자가 지원한 저소득 여성가장이 창업한 곳이다.

경기도 용인시 '현대방앗간'의 조한실 대표는 "아이들이 먹을 떡인 만큼 특별히 우리 쌀로 신경써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2006년 사회연대은행과 산은창업기금의 지원을 받아 재기에 성공한 창업자다.

기부 문의는 사회연대은행 안준상 과장(02-2274-9637). 기부계좌는 신한은행 301-01-918350(예금주 사단법인 함께만드는세상).
↑다솜어린이집에 간식으로 제공될 떡은 사회연대은행에서 마이크로크레디트 지원을 받은 현대방앗간이 공급한다. ⓒ홍봉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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