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주식 접고 포트폴리오 조정할까?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 2007.12.14 09:14

[머니위크 기획]고금리 시대...불안한 채권시장

패닉 상태에 빠졌던 채권시장이 안정을 찾는 모습이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의 수신 부족과 선물환시장의 달러화 부족 등 이번 사태를 불러온 구조적인 원인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6일 오전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91일물 CD금리는 5.67%로 2001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주택담보대출은 9% 문턱을 넘었다. 내년 초 대규모 은행채 만기가 예정돼 있어 '1월 대란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금리상승은 개인 투자자의 재테크에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 불안을 빌미로 시작된 주식시장의 급등락이 여전한 가운데 시중 금리 상승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하는 양상이다.

일부 저축은행이 연7%대 예금 상품으로 중국펀드와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차익을 실현한 투자자들의 뭉칫돈을 유혹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주택담보 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대출 고객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재정설계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의 조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일부 투자자금을 안전자산으로 옮겨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금리 상승이 어디까지 지속될까. 또 오르는 금리를 재테크에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 채권시장 불안 양상 당분간 지속

한국은행의 국고채 매입으로 급한 불 끄기에 나섰지만 채권시장 불안을 완전히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다. 지난달 29일 6%대에 진입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던 국고채 금리는 한국은행의 개입으로 잠시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재차 오름세로 돌아섰다.

안정 여부를 장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채권금리를 끌어올린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가파르게 금리가 상승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시중은행의 자금 부족과 자금시장 내 달러화 부족이 그것.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시중자금이 은행 예금에서 증권사의 CMA(종합자산관리계좌)와 MMF, 펀드 등으로 이동하자 은행의 대출을 위한 돈줄이 막혀 버렸다.

대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은행은 시장의 수요를 감안하지 않은 채 은행채와 CD(양도성예금증서) 발행을 남발했고, 이 과정에 금리가 치솟은 것이다. 이와 함께 원말 유동성 비율을 맞추려다 보니 무리한 CD 발행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올들어 1~10월 사이 은행권의 CD 발행 순증액은 25조2000억원에 달했다. CD 발행 순증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1조2000억원에서 대폭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의 거래 침체 역시 은행의 여수신 불균형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대출의 담보가 되는 부동산의 거래가 줄어들었고, 기존 대출금의 상환이 부진한 가운데 대출을 연장하려다보니 자금 흐름이 막혀버렸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해 해외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데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서 채권을 매도, 자금확보에 나선 것도 금리 상승에 부채질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이 은행권의 여수신 균형이 깨진 데서 채권시장 혼란이 불붙자 일부에서는 은행권의 허술한 수익구조를 비판하고 나섰다.

은행이 예대마진에만 의존한 '천수답' 식의 수익구조를 유지할 뿐 덩치에 맞게 다양한 금융 테크닉을 도입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또 투자자들이 발빠르게 증권사의 CMA로 자금을 옮기는 동안 은행은 이를 무시한 채 태연하게 대응한 결과 자금 경색이 초래됐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의 개입이 급등에 제동을 걸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아직 고점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모응순 하나대투증권 채권리테일부장은 "연말 주식시장이 산타랠리를 보이거나 대선 후 안정적인 상승세로 접어들 경우 은행권이 신용경색이 악화될 수 있으며, 최근 산업생산지표가 개선되는 등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경우 금리 상승 요인에 해당하므로 채권시장의 심리를 불안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연말까지는 불안한 급등락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금리 상승은 은행권 자금 부족과 스왑시장의 불균형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어서 채권시장이 안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채권시장 반응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심영철 웰시안닷컴 대표는 "200조 내외의 은행 자산 가운데 수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며 "은행 수익성에 큰 문제가 없고 CMA로 이탈한 자금을 되찾아 올 방안을 마련하면 여수신 불균형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경우 국내 콜금리도 인하될 수 있다"며 "최근 금리 상승은 오버슈팅이며, 추가적인 급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 금리상승 제대로 즐기려면

시장 전문가는 최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6%대에 진입한 데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모응순 부장은 "외환위기 전에는 월1부, 즉 연12%대 금리가 일반적이었고, 이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최근 은행권이 금리를 끌어올리기 전까지 수신금리는 상당 기간 3~5%대를 유지했다"며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금리의 6%대 진입은 상징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고채 3년물 기준으로 금리가 6%대에 안착하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려는 심리가 강해질 것"이라며 "특히 국고채보다 높은 금리를 주는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의 고금리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식시장의 호시절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금리 상승을 틈타 일부 투자자금을 안전자산으로 옮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펀드나 주식에서 차익을 실현한 후 채권이나 예금으로 옮기는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

금리 상승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재테크 상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채권과 관련한 투자 방법은 채권형펀드를 통한 간접투자와 금융채나 CD, 회사채 등의 직접 투자, 은행권 수신 상품 등으로 나뉜다.

채권 직접 투자는 만기까지 보유해 만기이자 및 쿠폰을 받거나 금리 하락으로 채권 가격이 오를 때 차익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단기 매매를 통한 차익 실현보다 장기 투자로 만기 이자를 얻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이 안전하다. CD에 직접 투자할 때도 금리 고점을 가늠해 자본차익을 겨냥하는 것보다 일차적으로는 만기이자율을 취한다는 생각으로 매입한 후 가격이 오르면 차익을 실현하는 유연한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것.

심영철 대표는 "채권 직접 투자는 주식형 사채 이외에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며 "개인이 단기 매매로 채권 가격 상승에서 이익을 실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채권형펀드 역시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과거 경험상 채권형펀드가 단기 매매로 채권 가격 등락을 이용해 높은 수익을 올린 사례가 많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금리가 오르면서 가격이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각종 수수료와 보수 비용을 감안하면 국고채 금리만큼의 수익률을 내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

모응순 부장은 "은행권 CD를 연6%대 금리로 매입하거나 저축은행의 연7%대 예금 상품이 개인 투자자에게 쉬운 투자 방법"이라며 "이밖에 신용 경색이 발생했을 때 우량기업의 회사채가 할인 판매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개인 투자자가 접근하기에 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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