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인도 아마다바드(아흐메다바드라고도 불린다) 빈민가의 자영업여성연합, 'SEWA(Self-Employed Women's Association)' 사무실. 닐람 다베(Neelam dave, 64)씨가 환하게 웃으며 문을 열었다.
"우리가 만든 '나의 인생, 나의 일(My life, My work)'이 필름 페스티벌에서 1등 상을 받았어요!"
11월 19일부터 4일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사회 다큐멘터리 페스티벌(2007 Girocorto)에서 자신들의 작품이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자 마자 '비디오SEWA' 팀원들은 모두 얼싸 안으며 기뻐했다.
'비디오SEWA'의 팀원 9명은 다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카메라 같은 장비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빈곤여성들이었다. 닐라 단타네씨는 채소 장사, 아루나 파르마씨는 옷에 무늬 찍는 사람이었고, 만자우라 라발씨는 머리에 옷을 지고 옮기는 짐꾼이었다. 이들이 세계적 영화제에서 상을 받게 된 것이다.
'비디오SEWA'의 역사는 SEWA 설립자인 엘라 바트(Ela Bhatt)씨가 'VVN' 즉 '마을 비디오 네트워크(Village Video Network)'의 설립자인 마타 츠아트(Martha Stuart)씨를 1984년 SEWA에 초청하면서 시작됐다.
VVN은 저개발굴 문맹 주민들에게 촬영기술을 가르쳐 잠재력을 일깨운다. 아프리카 말리에서 시작한 이 단체는 지금 중국, 인도, 이집트, 인도네시아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VVN의 3주간 워크숍이 끝난 후 인도의 빈곤여성들은 '비디오SEWA'를 만들었고 그들은 당당하게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남녀 차별이 더욱 심했을 23년 전, 사리(결혼한 여성이 입는 긴 옷)를 입고 거리 한 복판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여자들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인도는 남녀의 역할 구분이 엄격하다. 교육 받은 여자조차 카메라를 만지려 하면 "여자는 카메라 앞에 서 있어야지 뒤에 있으면 안 된다"는 경고를 듣는다. '비디오SEWA'의 문맹여성들에게 사회 편견은 카메라 조작법 따위보다 더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였을 것이다.
우리는 비디오SEWA의 첫 작품, '마넥초크(Manek Chowk)'를 관람했다. 아흐메다바드 마넥초크 시장의 야채 노점상 여성의 삶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카메라는 시선 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단조로운 나레이션만으로 줄거리가 이어졌다. 상영시간 20분 내내 계속 불안하게 흔들리는 화면 탓에 우리는 눈이 아팠다.
반면, SEWA를 통해 삶을 변화시킨 여성들의 일상을 다룬 최신작 '나의 인생, 나의 일'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능숙한 촬영과 흥미진진한 시선 이동, 매끄러운 편집까지. 20여년 동안 얼마나 팀원들이 발전했는가를 한 컷, 한 컷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닐라 단타네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