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여자들이 뭉쳐 '일' 냈어요"

아마다바드(인도)=희망대장정,정리=이경숙 기자 | 2007.12.05 12:21

[젊은 아시아, 빈곤을 넘어]<9-1>인도 빈곤여성의 삶을 바꾸는 SEWA

편집자주 | 2달러, 우리돈으로 약 1800원. 이 돈으로 아시아 인구 중 9억명이 하루를 삽니다. 21세기 이후 아시아 경제성장률은 연 평균6.3%로 다른 지역의 2배에 가깝습니다. 아시아는 과연 빈곤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찾아 김이경, 윤여정, 주세운 등 세 젊은이로 구성된 '희망대장정'팀이 지난 9월, 아시아 최빈국의 빈곤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80일 동안 이어질 이들의 희망대장정을 머니투데이가 전해드립니다.

↑마넥초크 시장에서 만난 한 노점상은
"일은 힘들지만 SEWA 덕분에 많은 편의를
누리게 되었다"며 웃었다.
11월 24일 토요일,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의 대도시 아마다바드(아흐메다바드라고도 불린다). 엘리스 다리 아래로 사발마티(Sabarmati)강이 흐른다. 한 남자가 강물 위를 스트로폼을 타고 떠간다. 강가엔 천, 두꺼운 종이 따위로 얼기설기 지은 집들이 모여 있다.

'이런 곳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은 공간에서도 막대기를 갖고 노는 꼬마녀석의 얼굴은 밝다. 대도시의 슬럼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이 곳에 인도의 자영업여성연합, 'SEWA(Self-Employed Women's Association)'가 자리잡고 있다.

SEWA(www.sewa.org)는 빈곤층 여성들의 연합체다. 우리로 치면,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을 합한 형태다. 델리 등 인도 7개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총 회원수는 2005년 기준으로 모두 합해 약 90만명이다.

빈곤층 여성을 위해 무담보소액대출을 제공하는 신용협동조합 'SEWA은행', 생산자협동조합, 노동자협동조합(서비스, 노점상) 등 협동조합쪽 회원만 해도 7만8000명으로 성장했다.

인종, 문화, 언어는 다르지만 SEWA 회원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소규모 노점상, 수공예품을 생산하는 가내 노동자, 임시 서비스 노동자 등 재정적, 사회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여성 노동자라는 점이다.

SEWA 창립은 1971년말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SEWA 설립자인 엘라 바트(Ela Bhatt)씨는 섬유노조연합(TLA)에서 여성부장으로 노동운동을 하고 있었다. 어느날, 노점상 여성들과 여성 가내노동자들이 바트씨를 찾아와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도매상과 경찰의 횡포로부터 자신들을 지켜달라고 했다.

이것을 계기로 1972년 무역연합을 결성한 이래, SEWA의 활동범위는 이제 노점상 여성 보호와 여성노동자 환경개선부터'비디오SEWA' 등 미디어 분야로까지 확대됐다.

SEWA 활동 중 가장 핵심은 30여년 간 경찰, 지방자치단체, 정부에 찾아가 노점 상인들의 권리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일이었다. 덕분에 한니벤(40)씨 같은 빈곤 여성들이 힘을 얻게 됐다.

아마다바드의 '마넥초크(Manekchowk)'시장에서 20년째 채소 노점상을 하는 그는 SEWA에 가입하기 전엔 경찰 단속에 시시때때로 시달렸다고 말했다.

"경찰이 1주일에 3~4번씩 노점상을 단속한다면서 찾아와 벌금 명목으로 뇌물을 요구했어요. 제가 돈이 없다고 하면 물건을 땅바닥에 내던지거나 압수해 갔지요."

참다못한 한니벤씨는 주변 노점상인들과 함께 SEWA에 가입했다. SEWA는 이들한테 압수 당한 물건을 찾아다 주고 경찰 단속에 대항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SEWA 회원 카드를 갖고 있으면, 지금 장사하는 공간에 대해 일시적으로나마 인정 받을 수 있어요. 벌금도 100루피(약 2400원) 내던 것을 50루피(약 1200원)만 낼 수 있게 됐어요."


튼튼한 집도 지어 가지게 됐다. SEWA은행에서 담보 없이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받은 덕분이었다. 한니벤씨는 "SEWA은행에서 건강 보험, 교육 보험도 가입했다"고 자랑했다.
↑SEWA은행에서 여성조합원들이 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SEWA은행은 1974년 가난한 여성들을 위한 신용협동조합으로 출범했다. 1인당 10루피짜리 4000여 계좌로 출발한 이 신협은 2005년 기준으로 27만6700여 계좌 늘어났다.

가난하고 담보 없는 여성들에게 SEWA은행은 1.5%의 이자율로 무담보대출을 제공한다. 또, 저축을 늘려갈 수 있도록 상담해준다. 국가의 종합 사회보장제도, 보험회사, 주택조합 같은 다른 프로그램과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최근 SEWA는 노점상인들을 위한 면허증 발급, 자리 증명, 사회적 지원이 통합된 도시계획 수립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SEWA의 정책 코디네이터 데발 타카씨는 "우리의 요구로 구자라트 주 정부가 노점 상인들을 위한 정책 초안을 만들어 승인이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아마다바드 근처 SEWA우유협동조합을 찾아갔다. 3평 남짓한 공간에 크고 작은 통과 컴퓨터, 지방 추출기들이 놓여 있었다. 7년 전 SEWA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이곳에선 60명의 생산자가 활동하고 있었다. 이 협동조합은 생산자들이 우유를 갖고 오면 우유를 살균하고 지방을 제거하여 중간 상인들에게 판매한다.

아누(45)씨는 SEWA에서 지방 추출기를 다루는 교육을 받은 후 일을 얻었다. 그는 "협동조합을 조직하고 나서 이 지역 여성들의 소득이 늘었다"며 "보험 같은 사회보장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전했다.

SEWA는 이밖에도 법률, 교육활동, 직업훈련, 보건, 탁아사업 등 각종 서비스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당초 자영업여성의 권리 보호에서 출발한 조직이 어떻게 이런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었을까?

SEWA의 정책 코디네이터 데발 타카(Deval Thakar)씨는 "정책 수립시 필요 접근법을 따른다"고 전했다. 여성 스스로 조직을 만들도록 지원하고, 직접 그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배고픈 사람에게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잡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한다'는 격언처럼, SEWA는 빈곤 여성 스스로 힘을 모으고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었다.
↑SEWA 우유협동조합의 한 조합원이 우유 속 지방 함량을 측정하고 있다.


◇희망대장정팀은?
△김이경(22, 한양대 경제금융 04학번, ODA와치 단원, 한국공정무역연합 자원활동가)
△윤여정(22, 아주대 경영 04학번, 지구촌대학생연합회 전 회장,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기획단)
△주세운(22, 서울대 지구환경공학 04학번, 서울대 CSR연구회, 한국공정무역연합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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