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성공이 나의 책임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이사장 | 2007.12.04 17:40

[쿨머니칼럼]2010년 CSR 국제표준 시행 전에 되새길 원칙과 정신

유일한 박사의 묘소에 가면 어록비에 “네 머리로 남의 행복을 구상하라”는 말이 있다. 유일한 박사는 미국에서 사업에 성공하여 백만장자가 되었으나 안락한 삶을 버리고 식민지 고국으로 돌아와 민족기업을 일으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종업원 지주제를 실시하고,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였다. 어록 그대로의 삶을 실천한 분의 어록이니 만큼 더욱 울림을 준다.

나는 내 머리로 남의 행복을 구상하는 삶을 살지 못한 반성에서 유한대학 학장으로 가게 되었다. 얼마 후 캐나다의 한 기업인으로부터 달력을 받았는데 그 회사의 비전이 ‘Your success is my business' 이었다. '당신의 성공이 바로 회사의 비즈니스'라니, 앞서 본 유일한 박사의 어록과 통하는 말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정부에 있을때 외국의 기업인을 만나면 한결같이 '시장 점유(Share)'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가 한국경제의 성공을 위하여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말했던 것이 기억 난다.

한 기업이 다른 나라에 진출할 때, 시장 점유부터 생각한다며 시장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한국 경제가 중국 시장에 나갈 땐 중국경제의 성공을 위하여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를 말할 때 환영받을 수 있다.

어떤 기업이든 소비자의 만족을 목표로 노력할 때 소비자의 환영을 받을 것이며 종업원의 만족을 위하여 노력할 때 종업원의 호응을 얻어 노사화합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 뒤 나는 사회책임(Social Responsibility)의 개념에 깊이 관심을 가지면서 그 기업인의 말을 '당신의 성공은 나의 책임(Your success is my responsibility)'이라는 말로 바꾸게 되었다. 나는 대학경영자로써 학생의 성공은 대학경영자의, 그리고 교직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졸업생이 사회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는 인재가 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대학 당국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기업인으로서 자신의 기업의 제품이 수요자의 만족은 얻지 못하면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못한 것이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기업은 시장으로부터 퇴출되어도 할 수 없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기업이 만족시켜주어야 할 이해관계자(Stakeholder)는 고객, 종업원, 주주, 지역사회, 원자재ㆍ부품거래자, 정부, NGO, 대학 같은 곳들이다. 이러한 여러 이해관계자의 성공 혹은 만족을 보장시켜 주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며 그러한 기업만이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 가능하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바람이 불고 있다. ISO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국제 표준을 정하는 회의를 계속하고 있어 그 결과가 ISO26000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 표준은 2009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각국 이해관계자들의 요구가 쇄도하여 이번 제5차 비엔나총회에서 1년을 연장하기로 하여 2010년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한국은 2008년 총회를 유치하고자 했으나 덴마크가 일찍부터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펼쳐 한국총회가 불투명하였으나 1년 연장됨으로써 2009년 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거의 합의하였다.

우리가 일찍부터 ISO26000총회를 유치하기로 한 것은 한국의 CSR 붐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아울러 최종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함으로써 CSR 국제 표준이 '서울의정서(Protocol)'로 불려지기를 바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의 기업계에서는 기업이 좋은 상품을 개발하고 고용을 유지하고 세금을 잘 내면 되지 무슨 사회적 책임이냐라고 반문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이 관계하는 여러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는 것을 기업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여러 이해관계자를 기업의 우군으로 만들고 이들의 지원을 받고 기업의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작업이다. 기업 본연의 목적 이외의 사회적 책임을 진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기업의 지속적 발전의 우호적 조건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혹자는 'ISO26000이 강제규정이 아니다'는 사실을 들어 종이호랑이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정반대이다. ISO26000에 따른 기업의 CSR평가는 사회책임투자(SRI)의 평가기준으로 받아들여지고 그 평가에 따라서 SRI 자금의 투자대상이 되거나 외면대상이 된다. 현재 한국기업에는 국제 SRI자금이 거의 유입되지 않고 있으며 대신 헤지펀드자금이 판을 치고 있다.

또한 CSR 점수가 높은 기업은 사회책임소비(SRC)의 뒷받침을 받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외면 당하기 마련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 이해관계자의 하나인 종업원은 사회적 책임 노동(SRL)을 하게 되며 그 결과 산업평화가 이루어 지고 산업평화는 기업의 지속적 발전의 조건이 된다. CSR점수가 높으면 각국의 정부규제 혹은 비과세 장벽의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CSR 점수가 낮으면 규제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와 같이 ISO26000은 강제규정은 아니지만 강제규정보다 더 무서운 사회규제와 시장평판 혹은 시장규제의 대상이 된다. 이런 기업은 국제사회에서 생존할 수 없게 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싸구려 중국산' 무시하다 큰 코…이미 곳곳서 한국 제친 지 오래
  2. 2 G마켓, 소규모 셀러 '안전보건 무료 컨설팅' 지원
  3. 3 허웅 "치료비 달라는 거구나"…"아이 떠올라 괴롭다"는 전 여친에 한 말
  4. 4 홈앤쇼핑, 오픈이노베이션 스타트업 최종 선정
  5. 5 빙그레, ESG평가 최고등급 획득 '베스트 컴퍼니스'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