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에 발목, 송파신도시 '삐걱'

머니투데이 문성일 기자 | 2007.12.08 17:14

[머니위크]서울시의회·건교부 '실리싸움'

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추진하는 2기 신도시 가군데 최대어로 꼽혀온 송파신도시 개발사업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송파신도시 건설을 위해 필요한 1645㎢(49만평) 규모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싸고 서울시의회와 건설교통부 등 해당기관들이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시의회가 그린벨트 해제 결정을 두 차례나 연기하면서 제동을 걸자 해당 부처인 건교부가 "지방의회의 의견제출 기한이 지났다"며 일정대로 사업추진을 강행키로 하면서 갈등이 노골화되는 분위기다.

실제 시의회는 지난 11월26일 도시관리위원회를 열어 서울시가 입안한 '도시관리계획(개발제한구역 해제) 결정에 관한 의견 청취 안건을 보류, 내년 2월 열릴 임시회에서 다시 논의키로 했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신도시를 개발할 경우 도시 연담화(連擔化, 도시 확장에 따른 도시간 맞붙는 현상)가 우려되고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의회측의 보류 사유다.

앞서 시의회는 지난 10월10일에도 도시관리위원회를 통해 "교통난 가중 등 문제점을 꼼꼼히 따져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도시 개발계획을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의견청취 절차를 연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시의회에 의견청취를 요청한 것은 지난 7월25일로 법에서 정한 의견제출 기한인 60일이 지났기 때문에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 다음 일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맞받아쳤다. 건교부는 그러면서도 "서울시의회가 12월6일까지인 회기내 의견을 제시하면 개발계획에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시의회의 결정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송파신도시의 경우 2기 신도시 중 판교와 더불어 수도권 거주민들에겐 최고의 관심지역으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양 기관의 갈등이 사업 추진 여부로 연결될 경우 파장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분양 일정에 차질을 빚을 경우 서울은 물론 수도권 전체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회 "실리 챙기기" 노림수=양측간 힘겨루기의 표면적 사유는 '교통 문제'이지만 궁극적으론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엇갈리는 충돌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의회는 그동안 수 차례에 걸쳐 송파신도시 건설에 반대의사를 표명해 왔다. 그때마다 시의회가 내놓은 반대 사유는 교통 혼잡 문제였다.

이 같은 반대 입장은 서울시와 해당 자치구인 송파구도 마찬가지였다. 시는 "송파신도시가 뉴타운 등을 통한 강북 개발로 지역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서울시의) 주택정책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파구도 교통 혼잡 문제를 들어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었다.

결국 이런 이유로 시의회는 두 차례에 걸친 의견청취 과정에서 관련 문제들을 신중히 살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시의회 관계자는 "의원들이 건교부 대리인격으로 나온 토지공사측에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돼 온 교통문제 해결책 등을 요구했지만 건교부측에서 내놓은 해결책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의회가 궁극적으로 반대하는 이유는 "나름의 실리를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분석도 있다. 즉 시의회가 송파신도시 개발계획 과정에서 '제 목소리'를 키워 최대한 '제몫 챙기기'를 하겠다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특히 송파신도시 개발사업 자체를 다음 정부의 과제로 넘겨 더 많은 실리를 얻으려는 고도의 전략이란 해석도 있다.

실제 시의회가 송파신도시 개발 자체를 반대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송파신도시 개발 자체가 무산될 경우에 떠안아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송파신도시 개발이 백지화되면 스스로도 그동안 간절히 원했던 공수부대 이전 등이 이뤄지지 않고 이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원성을 살 가능성도 높다.


◆건교부 "일정 강행한다"=현행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그린벨트 해제에 앞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공람과 지방의회의 의견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때문에 서울시의회의 그린벨트 해제 결정 보류로 인해 송파신도시 건설사업 추진은 내년 2월까지 제동이 걸리게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는 건교부의 논리는 다르다. 서종대 건교부 주거복지본부장은 "송파신도시는 수도권 5000여만명의 청약대기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고 전제하고 "서울시의회가 법률에서 정한 60일 기한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의견을 제출하지 않은 것은 의견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일축했다.

이어 "신도시 개발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 시기는 법령에 규정돼 있진 않지만 개발계획 수립시 지자체 의견 등을 사전에 반영하기 위해 해제와 계획 수립을 병행처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서울시가 제시한 의견 등을 대부분 반영하거나 사업단계에 반영조치할 것"이라며 "개발계획을 연내 확정해 당초 일정대로 2009년 9월 첫분양이 차질 없도록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교부의 이 같은 조치도 당초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전문가는 "시의회가 의견이 없는 게 아니라 의견을 내지 않은 것이란 점에서 건교부가 당초 지자체 의견을 충분히 듣고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취지와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일정은=서울시의회의 논리대로라면 송파신도시 일정은 당초 예정보다 6개월 가량 늦춰진다. 즉 2010년 3월 이후에나 첫 분양이 이뤄진다.

하지만 건교부는 예정대로 2008년 6월 실시계획 승인을 거쳐 9월에 착공하고 2009년 9월부터 분양을 시작할 방침이다. 법적으론 건교부의 이 같은 사업 일정 추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건교부는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서울시의회가 제기했던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서둘러 광역교통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에는 송파구 문정동 동남권유통단지 인근과 서초구 헌릉로 인근을 연결하는 약 6.8㎞구간의 제2양재대로를 건설하고 송파~과천간과 송파~동대문운동장간 등 2개의 대중교통용 급행간선철도를 추진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를 위해 총 1조7000여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할 예정이다.

지역우선공급과 관련해선 현행 규정에서 바뀐 내용은 없다.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상 송파구에 지어지는 물량 전체는 서울 거주자에만 공급되며 성남과 하남에 지어질 주택분양분은 각각 30%씩 지역우선으로 배정된다.

이 경우 송파구에 들어서는 1만8600여가구는 서울 거주자가 우선 청약할 수 있고 성남(2만100여가구)과 하남(1만300여가구)은 공급 물량 중 각각 6000여가구와 약 3100가구가 지역주민에게 할당된다. 다만 이 같은 물량 배정이 지역별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인구수와 지역 여건 등을 감안한 새로운 공급 방안이 마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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