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가 펀더멘털이 아니라고?

박유경 아시아지속가능투자(ASrIA) 연구원 | 2007.11.30 19:08

[백년기업의 조건]<끝-3>백년기업 출발점은 지배구조 개선

편집자주 | 사람 나이 100살엔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들다. 그러나 기업은 다르다. 기업은 100살이 넘어도 성장한다. 경제와 사회를 이끈다. 한국의 미래 증시를 이끌 기업의 조건은 무엇일까? 머니투데이는 아시아지속가능투자협회(ASrIA), 에코프론티어와 공동기획으로 국내 대표업종 대표기업의 지속가능성을 9회에 걸쳐 분석한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이슈가 연일 국내외 뉴스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주가 전망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언론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문제와 실적 변수는 구분해서 봐야한다"며 "삼성그룹의 펀더멘털이 아직 좋아 시장의 신뢰가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면 이번 악재의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무슨 개가 풀 뜯어 먹는 소리인가. 결국 이 애널리스트에게 지배구조 문제는 펀더멘털이 아닌 것이다. 과연 그럴까?

재무적 지표가 보여주는 기업 펀더멘털은 흔히 '빙산의 일각'에 비유된다. 반면, 범위가 넓어 재무제표에 한 항목으로 표시할 수는 없지만 기업가치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슈들이 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줄여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이슈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포스코에 대두되는 가장 큰 비즈니스 리스크 중 하나는 기후변화다. 이 이슈는 경우에 따라서 지속적인 현금유출과 함께 기업의 수익구조에 영향을 주는 펀더멘털요인이다. 하지만 재무제표 어디에도 이것을 반영하는 항목은 찾아볼 수 없다.

기업가치의 평가는 재무구조 분석에서부터 시작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미 발표된 재무제표를 기초로 업종 전망, 기업 전략을 더해 3~5년치 전망 재무제표를 만들어내고 가치평가를 한다. 재무구조를 통해 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것이다.

여기에 지배구조 이슈는 왜 중요한가. 나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은 우리가 기업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들고 또한 기업 전반에 심대한 불확실성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삼성차 이슈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삼성차 설립 후 그룹 계열사들이 적게는 수백억씩 많게는 수천억씩 현금 유출을 감당해야 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개별 기업가치에 심대한 하락으로 종결됐다. 이 사안의 의사결정과정은 투명했을까.

지배구조 이슈는 또한 기업경영의 질(quality)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주식시장에 A사가 운용 중인 기업지배구조펀드가 있다. 이 펀드는 기업경영진과 대화, 협의를 통해 기업 펀더멘털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경영을 유도하여 개별 기업의 주가 상승을 도모한다.

이 펀드의 투자대상은 비업무용자산이 너무 많거나, 주력사업은 알짜지만 비주력사업의 수익성이 낮아 전체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경영투명성이 낮아 시장에서 저평가되어 있는 기업들이다. 이 펀드의 성과는 펀드 평균보다 높다. 이는 지배구조 이슈와 펀더멘털의 연결고리를 확실히 보여준다.

지배구조(G)를 개선하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사회적 이슈(S)에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배구조 이슈는 대부분 그룹오너들의 경영권 문제와 맞물려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불량한 지배구조는 기업내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의 부재 즉 기업경영의 경직성으로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배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이 노동문제를 포함한 사회적인 이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예를 종종 목격한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의 노조 대응이 그러한 예다. 삼성은 아예 노조를 기업경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 반대로 노조를 허용한 현대차는 노조와 협력하는 경영을 이끌어내지 못해 매년 문제가 발생한다. 노동문제에 경직된 태도를 보이는 두 회사는 해외 연기금투자가나 SRI투자자들한테 무한한 고민을 던져준다.

사회적 이슈에 제때,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소비자, 그리고 기업 스스로 변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글로벌화는 기업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내 소비자는 수십년간 안정적인 내수 기반을 형성해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글로벌화할 수 있도록 얌전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이들은 서서히 글로벌 소비자들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가장 가깝게는 한국타이어와 이랜드의 예를 들 수 있다. 이 회사가 작업장 내 유해물질사용으로 인해 직원 15명이 사망했다는 이유로, 국내 소비자들은 집단 불매에 나섰다.

비정규직 해고로 노조 파업을 야기한 이랜드 그룹의 계열사들은 소비자 불매운동에 이어 지역 진출 반대에까지 부닥쳤다. 노동계와 포항 시민단체들은 이랜드 계열의 대형소매점 홈에버 포항점 개점을 막고 있다. 1만1950㎡ 규모의 이 점포는 지난 8월 포항시에 이미 개설 등록을 마친 상태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좌시하지 않는다. 한국타이어 문제와 관련, 한 기관투자자는 "공급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이슈와 관련해 직접 포드, 폭스바겐 등 글로벌자동차회사 경영진들과 직접 접촉할 예정"이라고 거론했다.

글로벌자동차회사들은 한국타이어의 주요 수출고객으로, 직원 안전에 대한 공급망 관리 원칙을 가지고 있다. 즉, 한국타이어에 직원 안전 대책을 요구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다.

백년기업의 조건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기업경영진과 종업원이 원활하게 소통하고, 소비자 나아가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라면 백년이 지나도 살아 있을 만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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