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다주택자 "양도세가 더 무서워"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 2007.11.29 16:47

올 종부세 대상 개인 주택분 중 61%가 다주택자

"정부도, 부동산 전문가들도 다주택자들의 행동양식은 예상하지 못했다."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1가구 외에 주택을 대거 처분했거나, 처분할 거라는 정부와 전문가들의 전망과 달리 많은 다주택자들이 집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상록수아파트 89㎡(27평형) 집주인인 김모(50)씨는 2주택자여서 올해 보유세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2가구 그대로 갖고 있다.

송파 가락시영 42㎡(13평형) 아파트를 합한 공시가격이 10억원이어서 김씨가 올해 납부하는 세금은 종부세 263만원, 재산세 198만원 등 모두 461만원이다.

그러나 김씨는 집을 팔 생각이 전혀 없다. 2주택자에 대한 50% 중과세에 따라 김씨가 가락시영을 팔면 매매차익 2억원 중 1억원을 양도세로 물어야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보유세가 다소 부담스럽긴 하지만 양도세와는 비교가 안된다"면서 "세금만 1억원에 달하는 데 종부세가 부담스럽다고 집을 팔아 1억원씩 양도세를 내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30일 발표한 올 종부세 신고대상에 따르면 '다주택 보유자'는 23만2000가구로 종부세 대상 개인 주택분 37만9000가구의 61.3%에 이른다.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 과세대상 인원은 1월1일 기준 공시가격의 상승 등으로 지난해 16만9000가구에서 올해 37.1%가 증가했다. 이들이 소유한 주택수는 97만8000채로 종부세 과세 대상 총 주택 112만5000채의 86.9%다.


다주택자들이 종부세를 피하기 위해 매물을 쏟아낼 것이라는 정부 예상이나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을 비웃기나 하듯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양도세 부담이 가장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원동 부동산뉴스 홍원식 사장은 "현재 집이 한채인 사람은 양도세와 종부세 중과로 다주택자가 되길 원하지 않지만 이미 다주택자인 사람도 양도세 폭탄을 맞아 쉽게 집을 처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중에는 또 집을 갈아타려는 일시적 2주택자가 아예 눌러 앉은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하반기 집값 상승기에 새 집을 미리 사뒀다가 이후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는 바람에 기존 집을 처분하지 못한 이들이다.

이들 다주택자의 상당수는 양도세가 완화될 때까지 장기 보유하거나 증여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게 강남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차기 정부의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인하가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거래 활성화를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완화 조치도 나오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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