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1가구 외에 주택을 대거 처분했거나, 처분할 거라는 정부와 전문가들의 전망과 달리 많은 다주택자들이 집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상록수아파트 89㎡(27평형) 집주인인 김모(50)씨는 2주택자여서 올해 보유세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2가구 그대로 갖고 있다.
송파 가락시영 42㎡(13평형) 아파트를 합한 공시가격이 10억원이어서 김씨가 올해 납부하는 세금은 종부세 263만원, 재산세 198만원 등 모두 461만원이다.
그러나 김씨는 집을 팔 생각이 전혀 없다. 2주택자에 대한 50% 중과세에 따라 김씨가 가락시영을 팔면 매매차익 2억원 중 1억원을 양도세로 물어야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보유세가 다소 부담스럽긴 하지만 양도세와는 비교가 안된다"면서 "세금만 1억원에 달하는 데 종부세가 부담스럽다고 집을 팔아 1억원씩 양도세를 내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30일 발표한 올 종부세 신고대상에 따르면 '다주택 보유자'는 23만2000가구로 종부세 대상 개인 주택분 37만9000가구의 61.3%에 이른다.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 과세대상 인원은 1월1일 기준 공시가격의 상승 등으로 지난해 16만9000가구에서 올해 37.1%가 증가했다. 이들이 소유한 주택수는 97만8000채로 종부세 과세 대상 총 주택 112만5000채의 86.9%다.
다주택자들이 종부세를 피하기 위해 매물을 쏟아낼 것이라는 정부 예상이나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을 비웃기나 하듯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양도세 부담이 가장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원동 부동산뉴스 홍원식 사장은 "현재 집이 한채인 사람은 양도세와 종부세 중과로 다주택자가 되길 원하지 않지만 이미 다주택자인 사람도 양도세 폭탄을 맞아 쉽게 집을 처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중에는 또 집을 갈아타려는 일시적 2주택자가 아예 눌러 앉은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하반기 집값 상승기에 새 집을 미리 사뒀다가 이후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는 바람에 기존 집을 처분하지 못한 이들이다.
이들 다주택자의 상당수는 양도세가 완화될 때까지 장기 보유하거나 증여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게 강남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차기 정부의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인하가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거래 활성화를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완화 조치도 나오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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