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 신용경색 구세주되나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7.11.30 08:41

中·중동 중심, 전세계가 '먹잇감'…"모기지부실 여파 완화할 것"

중동과 중국 등에서 대규모로 운용되고 있는 국부펀드가 신용경색으로 위기에 빠진 금융시장을 구원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계기는 지난 28일 공개된 아부다비투자청(ADIA)의 전격적인 씨티그룹 투자였다. 국부펀드가 다른 나라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지만 일부에서는 돈줄이 마른 월가와 유럽의 금융기관이 어쩔 수 없이 먼저 손을 내밀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국부펀드 중심은 중동, 전세계서 먹잇감 찾는다
주머니가 가장 두둑한 나라는 유가급등으로 불어나는 외환보유고를 주체할 수 없는 중동의 산유국들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산유국들이 투자를 위해 확보하고 있는 오일달러는 무려 4조달러에 달한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은 물론 아시아, 북아프리카, 동유럽 등 발전 속도가 빠른 이머징마켓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ADIA는 신용위기로 경영난에 빠진 씨티그룹에 75억달러를 투자해 4.9%의 지분을 확보했다. 현 최대주주인 사우디 왕자 알왈리드 빈 탈랄이 보유한 지분을 웃도는 것으로 둘의 지분을 합칠 경우 10%에 육박한다.

월가 전문가들은 '씨티의 굴욕'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씨티가 위기를 한고비 넘겼다고 분석했다. 특히 ADIA가 향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재무적 투자에 그치기로 해 전문가들은 경영권을 위협받지 않는다면 오일달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실제 미국 규제당국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인수를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DIA는 씨티에 앞서 AMD의 지분 9%를 사들였고 지난 9월에는 사모펀드 칼라일의 지분 7.5%를 매입했다. 지난달에는 헤지펀드인 오크지프 캐피털 매니지먼트 그룹의 지분 9.9%도 12억6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오일 달러의 위세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리먼브러더스의 에드워드 모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걸프 연안국들의 경제 규모는 사이즈로만 봤을 때는 네덜란드 수준이지만 원유 수출 수입으로 매주 50억달러의 돈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러시아, 카자흐스탄, 적도기니 같은 국가들도 원유 수출로 번 돈을 모아 국부펀드를 조성하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이미 180억 달러의 국부펀드를 조성했다. 이들은 신용경색으로 급락한 월가의 금융기관 뿐 아니라 전세계를 돌며 매력적인 자산을 찾고 있다.


◇국부펀드, 신용경색 구세주되나
국부펀드는 폐쇄성으로 인해 정확한 집계가 어렵고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 서방 국가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자산버블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발생한 신용경색의 완화에 일조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많지 않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류 지웨이 회장은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중국의 2000억달러 국부펀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키는데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ADIA가 씨티에 75억달러의 투자금을 집행하기로 한 것처럼 중국도 비슷한 행보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류 회장은 "외국의 주요 금융 도시에 지사를 설립해 해당 지역에서 거래되는 주요 유가증권에 투자할 것"이라며 본격적인 투자가 멀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와 관련 신용 위기로 곤란에 처한 서구 금융기관이 국부펀드의 주요 투자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아직까지 중국은 국부펀드 운용의 규모나 성과에 있어 중동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10월말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수출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고인 1조4600억 달러에 이른다. 외환보유액은 국부펀드의 자금줄로 볼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액을 지닌 중국이 움직인다면 그 영향력은 배가될 수 밖에 없다.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인 테마섹도 최근 중국 금융회사 주식을 팔고 미국과 유럽 금융회사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불름버그통신에 따르면 테마섹은 중국은행 건설은행 등의 주식을 매각해 10억 달러의 현금을 마련한 뒤 서구 금융사 매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국부펀드 운용의 최대 걸림돌은 각국 정부의 규제다. 자국의 기간산업, 금융기관 등을 규제없이 해외의 국부펀드에 넘겨줄 나라는 없다. CIC가 월가의 은행을 인수하는 장면을 즐겁게 지켜볼 미국 관료들은 사실상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따라 국부펀드들은 '경영권에 관심이 없는 단순한 투자다', '정치적인 의도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감독당국을 달래고 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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