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창이 씨티, BOA에 합병될까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7.11.29 08:34

BOA 씨티에 인수 제안...월가 합병 여건은 성숙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로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난 씨티그룹은 아부다비투자청(ADIA)으로부터 75억달러를 유치했다.

이 와중에 아메리카은행(BOA)이 씨티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미국의 2위 은행이 1위 은행인 씨티를 합병하겠다는 엄청난 제안을 은밀하게 했다는 것이다. 물론 두 회사는 사실 무근이라고 손사레를 치고 있다.

합병이 어떻게 전개될 지 불확실하지만 BOA의 제안은 그 자체만으로 월가의 핫 이슈로 부상했다. 당장 씨티 주가는 6.5%, BOA는 4.5% 오르며 미증시 급반등을 주도했다.

씨티는 75억달러를 수혈받는 대가로 4.9%의 지분을 ADIA에 주기로 했다. 전환사채 이자만 11%에 달한다. 정크본드의 이자가 9%대에 불과하니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조건을 따질 만한 상황이 아닐 정도로 어렵다는 것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씨티는 정말 BOA에 흡수되는 걸까. 익히 알려진 것처럼 워런 버핏은 자신의 투자회사인 버크셔 헤서웨이를 통해 BOA 주요 주주에 올라있다.

튜너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의 데이비드 호놀드 매니저는 "전통적으로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던 거대 은행들이 외자를 수혈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쓴약을 삼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WSJ은 외자를 수혈하는 방안중 하나로 합병을 거론했다. 올여름 금융시장이 달아오를 때까지만 해도 인수합병은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성행했다. 신용경색이 심화되면서 증시가 급락했다. 특히 금융주 조정이 심했다. 이를 바탕으로 월가에서는 지금 바겐세일 형식의 인수합병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BOA의 씨티 인수가 터무니 없는 얘기만은 아닌 것이다.

BOA의 '탐욕'을 아는 사람들은 더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은행은 기회만 주어지면 다른 은행을 삼키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지난 수년에 걸쳐 BOA는 소매은행인 플리트보스톤 파이낸셜, 신용카드 회사인 MBNA, 자산관리회사인 U.S.트러스트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나살레 은행을 인수했다.

가뜩이나 BOA의 CEO인 케네스 D. 루이스는 자기가 씨티에 뒤지는 2인자인 것에 늘 불만을 품어왔다. 씨티를 인수하면 명실상부한 월가의 1인자가 되는 것이다. 최근 씨티 주가가 폭락하면서 시가총액은 이미 역전됐다. 케네스의 꿈이 하나둘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BOA가 씨티 인수를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저널은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수개월 전에도 유사한 제안이 있었다.

인수합병의 가능성은 항상 잠재해 있다. 관건은 CEO인 케네스가 씨티 인수건에 어느 정도 열의를 가지고 있는가다. 인수합병은 말 한마디로 모든게 결정될 수 있는 민감한 일이기도 하다. 메릴린치의 스탠 오닐 회장은 이사회 동의 없이 와코비아은행과 합병을 추친한 것이 드러나며 급기야 이달초 옷을 벗기도 했다.

두 은행이 합병하면 BOA는 씨티의 1000개 지점(branch)과 2493억달러의 고객 예금을 얻게된다. 미국 전체 예금의 9%를 확보하고 있는 BOA 것과 합쳐 비중은 13%로 증가한다. 10%를 한 은행이 넘지 못하도록한 당국 규제를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씨티의 입장에서 합병은 공석으로 남아있는 CEO를 자연스럽게 얻는다는 잇점이 있다. BOA의 루이스 회장은 업계에서 평판이 나쁘지 않다. 투자은행으로 가려는 그의 노력은 상당한 점수를 딴 상황이다.

그러나 씨티의 관계자는 이사들이 합병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씨티가 해결해야할 문제가 그렇지 않아도 쌓여있는데, 이사들이 합병건을 논의하고 처리하기는 훨씬 힘들다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씨티는 해외자금 조달을 선택했다. 아부다비투자청이 들어온 배경이다.

씨티를 포함한 월가의 대형 은행들은 지금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부 자금 수혈이 계속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더불어 씨티와 BOA의 합병 같은 거대한 딜이 성사될 지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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