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이 "정동영"을 못 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07.11.28 16:53
"여러분 저 정동영이가, 아차, 이렇게 말하지 말랬는데…"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변했다. '확' 바뀌었다고 하긴 어렵지만 적잖은 변화가 눈에 띈다. 본격 선거전이 개시된 뒤부터다.

정 후보의 변신 포인트는 3가지. 모두 연설 스타일에 집중돼 있다. 사소한 말투뿐 아니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돼 버린 격정적인 웅변도 고집하지 않는다.

우선 말버릇. 정 후보는 28일 인천 유세 도중 "정동영이가…"라고 무심코 말했다가 "이렇게 하지 말라더라, 제가"라고 바꿔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정 후보는 자신을 지칭할 때 "정동영이…" "정동영을…"이라며 이름을 부르는 편이다. 오랜 습관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렇게 말하곤 했다. 정 후보는 정치 스승인 김 전 대통령의 영향을 받은 셈이다.

그런데 미디어를 통한 이미지 경쟁이 치열한 요즘 대선에선 사소해 보이는 습관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각 후보 참모들은 후보의 연설과 방송 모습을 꼼꼼히 챙겨보며 고칠 점을 지적한다.

측근 의원들은 최근 "정동영이가…"란 말투에 대해 "스스로 이름을 부르는 건 요즘 스타일이 아니고 겸손해보이지 않는다"고 건의했다. 대신 "제가" "저를"이라고 하면 좋겠다는 것. 정 후보는 이를 수용했다.

정 후보는 웅변투도 버렸다. 원래 정 후보는 목소리를 한껏 키워 폭발적으로 몰아치는 연설로 유명하다. 이게 '젊음' '다이내믹함' 등 이미지 형성에도 영향을 준 게 사실. 하지만 웅변조는 자칫 일방적이고 공격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이 점에 대한 지적을 받아들인 정 후보는 지난 27일 대전 유세에서 "연설이라면 좀 할 줄 아는데 텔레비전엔 늘 고약하게 나와서 정 떨어진다고 하시더라, 이제 연설하지 않겠다"고 변신을 선언했다.

27~28일 유세에 나선 정 후보는 청중에게 질문해 대답을 유도하고 '다나까'체보다 '해요체'를 많이 쓰기 시작했다. 주먹을 치켜드는 것도 자제했다. 여간해선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마지막 변신 포인트는 "영어를 자제하라"는 것. 'DMZ'란 영어 약어을 쓸 때면 어김없이 "demilitarized zone, 비무장지대"라고 설명을 해야 직성이 풀리던 정 후보였다. 하지만 이것도 차츰 바뀌고 있다.

말투나 손짓에 대한 건의쯤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 후보는 그걸 바꿨다. 또 바꿨다는 걸 굳이 숨기지 않는다. '잘 듣는 대통령'이란 슬로건과 맞아떨어지는 일이다. 고집 부리지 않고 주변의 건의를 충분히 수용한 결과라는 점에서다.

또 이같은 변화는 '가족대통령' 이미지를 위해 부드러운 유세에 나선 것과 맥이 통한다. 미디어 속 정 후보 모습을 치밀하게 분석한 결과에서 나온 '이유있는 변화'다.

김현미 대변인은 "'나는 여러분의 가족이다'는 메시지와 함께 살아온 얘기를 많이 하는 등 청중과 유대감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 후보의 변신 뒤엔 고민도 엿보인다.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말투 하나 바꿔 효과를 볼 수 있다면 못할 이유가 없다. '밑져야 본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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