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建 사고싶은 대기업들 `머리카락 보일라`

더벨 박준식 기자 | 2007.11.29 11:16

인수의향서 제출 14개사中 10개가 얼굴마담격 재무적투자자

이 기사는 11월29일(08:3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미디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쌍용건설 인수의향서(LOI) 제출기업 14개사 중 과반인 10개 업체가 사모투자회사(PEF) 등 펀드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후보군으로 꼽히던 LG와 대한전선, 두산, STX, 동양제철화학, LIG, 동양 등 유력 대기업은 대부분 빠진 셈이다.

왜일까?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력 후보로 꼽히던 대기업들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은 까닭은 대부분이 컨소시엄 대표로 재무적투자자(FI)를 앞세웠기 때문이다.

의향서 제출기업 14개사 중 펀드가 예상보다 많은 이유도 이들의 뒷편에 인수의지가 강한 대기업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의향서 양식이 이 같은 전략 활용을 가능케 한다. 이 서류에는 대표자명을 기입할 수 있는 공란이 단독일 경우와 컨소시엄일 경우 등 2가지 방식으로 마련돼 있다.

컨소시엄 응찰의 경우 대표회사명만 기입하면 되기 때문에 최종인수까지 기명노출을 꺼리는 전략적투자자(SI)는 FI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우고 잠정적으로 전략노출을 극소화할 수 있는 구조다.


최근 인수합병(M&A) 업계에서 원매인들은 최종인수자로 선정된 후 준비해야 할 매각대금 마련을 위해 PEF와 연기금 등 FI를 적절히 활용한 컨소시엄 방식을 선호한다. 특히 매물의 규모가 클 경우 이 같은 방식은 재원마련을 위해 필수적이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6조원이 넘는 대금을 마련키 위해 17개 FI를 모집했다.

대기업들은 쌍용건설의 매물가치가 높기 때문에 참여의지는 분명하지만 공개매각 과정에서 원매인으로 노출되는 것은 극도로 꺼리고 있다. M&A 업계에서 전략노출을 최소화하는 건 기본 원칙이지만 쌍용건설의 경우 이 같은 현상이 특히 두드러지는 건 우리사주조합 때문이다.

캠코 등 채권단이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매각할 쌍용건설 지분(50.07%) 중 우리사주조합은 24.72%의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국민연금 등 재무적투자자(FI)와 손잡고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다.

우리사주조합은 외환위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회사가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정상화됐기 때문에 자신들이 회사를 직접 인수해 경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언론 등을 통해서도 조합 인수의 당위성과 타당성 등을 홍보하는 등 매우 적극적인 입장이다.

유력한 후보인 SI들은 이 같은 우리사주조합과 일찍부터 경쟁구도가 만들어질 경우 최종인수가 어려워지고, 인수 후에도 노조의 반발 등으로 합병후통합(PMI) 작업이 원활치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유력한 인수후보 중 하나인 모기업 관계자는 "원매인들 사이에는 내년 1월말로 예정된 우선협상대상 확정 전까지 최대한 이름을 노출시키지 않아야 인수자가 될 수 있다는 컨센서스가 퍼져 있다"며 "최종입찰제안서를 마감하기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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