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 "정치적 역풍 회피가 우선"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7.11.28 14:53

WSJ, 최근 투자 실패 이후 신중한 접근 확대

중동과 아시아 지역의 국부펀드들이 투자를 하면서도 이에 수반되는 정치적 역풍을 최소화 하기 위해 오히려 자신들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는 것을 원치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전날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아부다비투자청도 이런 추세에 따라 씨티그룹의 지분 4.9%를 전환사채 형태로 75억달러에 인수한 후, 씨티그룹의 경영에 관여할 계획이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부다비투자청은 씨티그룹의 이사회 의석을 가지지 않을 것이며, 회사 운영에 대해 어떠한 조언도 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씨티그룹의 이번 지분 매각은 총 7조달러에 달하는 국부펀드들의 활동이 점차 가시화 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 어떤 딜보다 중요시하게 여겨진다. 최근 국부펀드들은 주로 서구 지역 기업들이나 자산들을 투자 목표로 삼고 있다. 국부펀드들의 서구 경제에 대한 공략이 점차 강화됨에 따라 해당국에서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미 지난 2005년 중국의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미국의 석유업체인 우노칼을 130억달러에 인수하려는 시도를 미국 정부 및 의회가 에너지 안보를 내세워 무산시킨 경험이 있다. 이는 국부펀드들이 서구 자산을 인수할때 조심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아부다비투자청이 씨티그룹 지분을 인수하면서도 몸을 사린 것은 이러한 정치적 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지난해에는 UAE의 두바이 포트 월드가 미국 뉴욕, 뉴저지 등 6개 항만의 운영권을 매각하도록 미국 정부가 압력을 가한 것도 대표적인 예이다. 결국 두바이 포트 월드는 올초 미국 6개 항만의 운영권을 AIG에 넘길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자 국부펀드들은 보다 조심스럽고 신중한 접근법을 펼치고 있다.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이제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대답을 얻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부다비 투자청이 씨티그룹 지분을 인수한다고 발표했을때 큰 반발이 없었던 것이다.

또 씨티그룹은 이번 거래가 성사되기 전 찰스 슈머 미국 뉴욕주 상원의원에게 귀뜸을 해주고 이번 거래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슈머 의원은 결국 "이번 거래는 씨티그룹과 금융시장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긍정적인 태도를 취했다. 슈머 의원은 지난번 항만 매각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판한 인물이다. 그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닌 단지 경제적인 거래라면 해외 투자가 문제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캐나다, 유럽지역 정부 관계자들은 국부펀드들이 사업적인 측면보다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좌우될까 두려워하고 있다. 특히 민감한 자산일 경우는 더욱 우려스려운 것이 사실이다.


에반 베이 인디애나주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달초 열린 국부펀드에 관한 의회 청문회에서 씨티그룹의 최대 개인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의 영향력이 최근 찰스 프린스 회장 축출 등 경영에 영향을 미쳤는가에 관해 주로 질문했다. 베이 의원은 "그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아무도 장담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두바이의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 소유의 사모펀드인 '두바이 인터내셔널 캐피털'(DIC)도 지난 26일 소니의 지분을 대거 획득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DIC 대변인은 "소니의 지분을 대거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아부다비 무바달라 디벨로프먼트도 지난주 6억2200만달러를 투자해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스(AMD)의 지분 8%를 인수하는 등 국부펀드들의 서구 선진국 자산 인수가 줄을 잇고 있다.

대부분의 이러한 투자들은 정부당국의 규제가 시작될 한도를 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국부펀드들이 주요한 경영상 참견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란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두바이 포트 월드가 미국 6개 항만 운영권 획득에 실패한 이후 두바이는 미국인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정부 관리들을 미국에 보내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시도했다.

중국 역시 중국투자공사를 통해 국부펀드 투자에 나섰다. 중국투자공사는 지난 5월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그룹의 지분 9.3%를 30억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블랙스톤의 주가가 IPO 이후 하락함에 따라 이 투자에 대한 논란이 중국에서 일면서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다. 블랙스톤의 주가는 상장이후 지금껏 33% 떨어졌다. 특히 중국기업들의 경우 IPO 직후 주가 상승폭이 높다는 측면에서 대조되면서 더욱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는 중국 국부펀드들의 투자를 더욱 조심스럽게 만들었고, 국내 IPO를 더욱 장려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중국의 국부펀드가 중동지역 국부펀드에 비해 더욱 보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국부펀드는 중동지역국부펀드와는 달리 직접 지분 투자보다는 자산 운용 쪽으로 자금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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