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출금조치 등에 혼돈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07.11.27 17:33

그룹경영 올스톱, 채용시장 위축도 우려… 심리적 위축도 심각

삼성 이건희 회장 등 그룹 주요 수뇌부에 대한 검찰의 출국 금지조치와 청와대의 특검 수용으로 삼성이 '혼돈' 속에 빠져들었다.

삼성은 27일 청와대의 특검 수용과 그룹 수뇌부의 출국금지조치에 대해 "할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같은 조치들이 그룹 경영에 미칠 파장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룹 경영 올스톱 위기=삼성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기업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과 새해를 시작하는 시기에 경영외적인 부분에 온 신경을 쏟아야 하는 부담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에게 있어 11월과 12월은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으로 그해의 결실을 맺는 시점이며, 이 시기는 다음해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런 시점에 경영진에 대한 출금과 특검 도입이 단행되면서 삼성은 그룹 경영의 기초라할 수 있는 결산이나 경영계획 수립, 인사, 채용 등 전체 업무가 지연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사장단과 임원들에 대한 인사평가가 11월말이면 마무리되는 데 의사 결정자들이 이번 논란에 휩싸이면서 사실상 이같은 업무가 지연되면서 연쇄적으로 정상적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사장단과 임원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면 이를 통해 후속 인사들을 진행하는데, 올해는 당초보다 앞당겨 12월경 인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삼성은 이번 논란으로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원들에 대한 평가와 함께 새해 경영계획 수립도 상당부분 늦춰지면서 삼성 그룹 뿐만 아니라 삼성 협력사나 해외 거래선 등에서도 큰 혼란을 빚고 있다.

또한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1999년을 전후한 일과 관련해 폭로에 나서면서, 올 한해를 결산해야 할 재무팀 등은 검찰 수사 등에 임하기 위해 수년전의 서류 등을 찾거나, 이미 회사를 떠난 사람들에게 확인하는 등의 일에 몰두하면서 현업이 사실상 멈춤 상태라는 것.

또한 특검이 길어져 내년 4월 중순까지 이어질 경우 내년 사업에도 막대한 지장을 우려하고 있다.


◆그룹 채용에도 여파 우려=삼성 그룹은 이번 주 중에 대졸 신입사원 약 3500명의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연간 8000명 가량을 채용하는 삼성 그룹은 올 하반기에는 예년보다 소폭 줄어든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하지만 국내 채용 시장에서는 최대 규모다.

삼성은 이미 올 하반기초부터 진행한 신입사원 선발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수시로 채용하는 경력 사원이나, S급 인재의 수급, 그리고 내년 채용 등에는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외부 우수인력 유치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해왔던 그간의 선례가 이번 김용철 변호사 폭로를 계기로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우수인재 유치에 나섰던 경영진들 중 일부는 최근 논란으로 해외 활동 등을 자제하고 있어 해외우수 인력채용에도 적신호가 커지고 있다는 것.

김 변호사의 폭로로 촉발된 논란이 가속화되고 기업이미지가 악화되면서 해외 우수인력들의 삼성 기피현상도 곧 가시화될 것이라는 게 삼성 주변의 우려다. 우수 인재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높였던 삼성이 우수 인력난에 시달릴 우려도 있다는 것.

◆심리적 위축도 문제=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을 중심으로 번진 삼성 비자금 논란은 그 여파가 삼성 계열사들로 확대되면서 그룹 전체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사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인한 업무 차질은 물론, 심리적 위축감 등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요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고향에 있는 부모님이나, 집에있는 가족들이 걱정을 한다"며 "회사에 큰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걱정을 달래는 게 안팎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열정으로 해외수출 등에 힘을 쏟았는데, 국내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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