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분식?..회계업계 "믿기 어렵다"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07.11.27 17:31

"2000년 산동회계 공중분해..법인 존폐 걸고 묵인 납득안된다"

삼성 계열사들이 수조원대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김용철(삼성그룹 전 법무팀장) 변호사 주장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지목된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했고 금융감독원은 증거 를 제시하면 감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가 주장한 삼성 계열사의 분식회계는 삼성중공업 2조원, 삼성항공 1조6000억원, 삼성물산 2조원, 삼성엔지니어링 1조원, 제일모직 6000억원 등이다. 김 변호사는 또 삼성상용차도 분식회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계열사들의 분식 해소를 위해 동원됐고 삼성SDI가 삼성물산에서 고가로 장비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내부거래의 공정가격 문제로 분식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의 재무제표도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문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파장이 우려된다. 2002년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가 불러왔던 금융시장의 혼란을 기억한다면 국내 최대 그룹의 재무제표가 신뢰성을 상실할 경우 가져올 혼란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한 회계 전문가는 "IMF 사태 때와 같은 혼란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가 주장한 삼성그룹의 분식회계 중 삼성상용차의 분식은 일부 밝혀진 바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삼성상용차 파산 후 2003년 조사에 착수, "1997년 회계연도 재무제표에 일부 회계처리 오류가 있다"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적자를 흑자(2억원)로 둔갑시킨 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분식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예보는 "고의적인 분식회계는 아니며, 회계처리기준 위반사항이 없다"고 결론 냈었다.

삼성상용차를 제외하고 나머지 계열사들의 분식을 증명할 증거는 현재 없는 상태다. 김 변호사의 주장만 나와 있다.

김 변호사가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고 금융당국이 감리에 나선다면 사실 여부가 드러나겠지만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김 변호사의 주장이 상식적으로 수긍이 안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밝혀지면 법인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서 그같은 리스크를 짊어질 이유가 없다"는 것. 게다가 삼성중공업이 분식을 했다고 김 변호사가 주장한 2000년은 산동회계법인이 대우그룹의 분식회계 파문으로 공중분해된 해이다.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99년, 2000년 당시는 서태식 회장이 분식회계가 발견되면 할복하라고 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삼성이 아무리 중요한 고객이라고 하더라도 법인의 존폐를 거는 무모한 짓을 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삼일의 회계사들이 삼성으로부터 룸싸롱 접대 등 향응을 받고 2조원대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회계 전문가는 "만약 기업이 분식을 했다면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통상 수익이 늘어나는 호황기에 이익을 줄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삼성중공업 등의 2000년 이후 실적 추이를 동종업계와 비교해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식을 해소하기 위해 동종업계가 이익이 크게 늘어날 때 예상보다 이익 규모가 작게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의 실적은 동종업계의 실적 추이와 비교할 때 특이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

분식을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지목된 삼일회계법인은 '전혀 터무니없다'며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현재 당시 감사했던 팀들의 자료를 모아 다시 검증하고 있다"며 "조만간 기자회견을 통해 김 변호사의 주장이 터무니없음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분식을 했더라도 복식부기이기 때문에 어딘가에 그 내용이 숨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현금흐름이나 이후 재무제표를 가지고 역산해 들어가면 분식 여부를 증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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