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달러가 씨티그룹 장악(종합)

머니투데이 김능현 기자 | 2007.11.27 16:25

UAE 아부다비 국부펀드, '美자본주의 상징' 최대주주에

베어스턴스, 나스닥에 이어 미국 최대 금융그룹 씨티그룹까지 중동계 자본의 손에 넘어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해 악화된 자금사정을 회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결과다. 중동계 자본은 씨티그룹의 지분 10%를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중국과 중동의 금융회사들과 국부펀드는 미국의 위기를 틈타 '저가매수'에 나섰다.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미국 금융사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고유가 덕에 돈은 충분하다. 오히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전환사채 75억달러어치를 발행, 아부다비투자청에 매각키로 했다. 금리 11%, 행사가격 31~37.24달러, 행사기간은 2010년 3월~2011년 9월이다. 뉴욕연방준비은행도 이번 전환사채 발행을 승인했다.

아부다비투자청은 아부다비 정부가 운영하는 국부펀드로 총 운용자본 규모가 1조달러에 달한다.

아부다비투자청이 향후 전환권(현 주가 29.75달러 기준)을 행사하면 씨티그룹의 지분 4.9%를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현 최대주주인 사우디 왕자 알 왈리드 빈 탈랄이 보유한 지분까지 합하면 중동계 자본이 씨티그룹 지분을 10%가까이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아부다비투자청이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씨티그룹의 경영에 간섭을 받지는 않겠지만 상징적인 의미는 적지 않다.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중동을 지배해 온 미국이 정작 자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씨티그룹의 지분을 헐값에 팔아치운 것이다.

아부다비투자청 투자매니저 쉐이크 아흐메드 빈 자예드 알-나히안은 "씨티그룹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며 이번 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씨티그룹은 이번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일단 최악이었던 재무구조에 숨통을 트일 수 있게 됐다. 현재 씨티그룹의 자기자본비율은 기준치인 7.5%에 미달하는 상태다. 씨티그룹은 내년까지 이 비율을 7.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씨티그룹은 또 올해 초 인수한 일본 증권사 니코 코디얼을 매각해 수십억달러를 추가 조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씨티그룹 관계자는 "이번 전환사채 발행은 자기자본비율을 기준치까지 끌어올리고 배당을 줄이지 않겠다는 회사의 약속에 변함이 없다는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의 국부펀드들은 이전부터 최근 전세계 주요 기업의 지분을 마구 사들였다. 두바이정부가 운영하는 사모펀드회사 두바이 인터내셔널 캐피탈은 최근 소니 지분 일부를, 두바이 증권거래소인 보르제 두바이는 올해 중순 나스닥 지분 19.9%와 나스닥이 보유했던 런던증권거래소 지분 28%를 매입했다.

아부다비 정부는 미국 고가품 전문 백화점인 바니스뉴욕을 인수했으며 미국의 대표적인 사모펀드 중 하나인 칼라일 그룹의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다.

아부다비투자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이후 주가가 급락한 미국 은행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한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중국도 중동에 뒤지지 않는다. 중국국영투자공사는 올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 그룹의 지분 10%를 사들였다.

중국 최대 투자은행인 씨틱증권은 산하 헤지펀드를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자산에 투자해 큰 손실을 입은 베어스턴스에 10억달러를 투자하는 한편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아부다비투자청의 씨티 그룹 지분 매입 소식으로 이날 아시아증시는 일본증시가 상승 마감하는 한편 대부분 증시가 낙폭을 크게 줄였다. 미국 선물도 급반등했다.

한편 씨티그룹은 향후 총 인력의 5%에 해당하는 1만7000명의 직원을 줄이는 등 경영효율성 향상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미국 경제전문 채널인 CNBC는 시티그룹이 최대 4만5000명의 직원을 내보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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