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결자해지'…돈은 돈으로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7.11.27 15:57
"돈이 전부는 아니에요. 그러나 돈은 당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씨티가 제공하는 다양한 상품이 이를 도와줄 것입니다."

씨티그룹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장식하는 말이다. 이처럼 돈이 '절대선'에 가깝다는 친절한 자본주의 철학을 주창해온 씨티가 요즘 돈 때문에 엄청 고전하고 있다.

4만5000명 감원 보도에 주식사업부 매각 발표 등을 보면 위기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충분하다.

아부다비투자청이 75억달러에 주식 사업부를 사서 4.9%의 지분을 확보하면 씨티의 1, 2대 주주는 모두 중동계가 차지하게 된다.

지난 3분기에는 헤지펀드 2개가 파산한 베어스턴스에 중국의 씨틱증권이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에 멍든 월가를 차이나 달러와 오일 달러가 구제하는 모양새다.

월가의 은행들은 서브프라임 손실로 돈줄이 마르는 반면 중국과 중동은 달러가 넘쳐나는 등 돈의 대세가 바뀐 것이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의 흐름이 연상된다.

씨티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소식에 2% 넘게 급락하던 아시아증시는 27일 다소 낙폭을 줄였다. 홍콩증시가 2% 넘는 조정을 지속한 반면 한국 코스피와 일본 닛케이지수는 반등에 성공했다. 중국 증시가 조정을 지속하는데 눈에 띈다.


단기 관건은 투자자들의 기대 대로 미증시가 씨티의 결단에 어느 정도 부응할 지 여부다. 씨티와 서브프라임 관련 계열사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밝힌 HSBC 등 금융주가 주도한 26일 급락인 만큼 투자자들의 기대치는 높다.

나스닥100선물과 S&P500선물 가격이 강한 반등세로 돌아서는 등 일단 씨티가 '결자해지' 차원의 선택을 내린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이다.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다우지수는 이미 고점대비 10%나 떨어져 완연한 조정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씨티의 몸부림, 연준(FRB)의 금리인하 전망에도 불구하고 신용경색의 실마리는 쉽게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27일(현지시간)에는 중요한 경기지표가 몇 개 나온다.

먼저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케이스-실러(CS) 주택가격 지수(20)'가 공개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20개 주요 도시를 조사해 산출한 이 지수는 9월 마이너스 4.9%를 보일 것으로 추정됐다. 전달 마이너스 4.4%에서 더 악화된 것이다. 11월 소비자 기대지수는 전달 95.6에서 91.0으로 둔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 소비 모두 '서프라이즈'를 기대하기 어렵다.

내일 하루는 일단 100여개 국가에 걸쳐 사업을 하며 임직원이 무려 35만명을 넘는 씨티가 잘 해야한다. 빨간 우산을 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남다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日 노벨상 산실' 수석과학자…'다 버리고' 한국행 택한 까닭은
  5. 5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