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에세이]부모 독립선언

머니투데이 김영권 정보과학부장겸 특집기획부장(부국장 대우) | 2007.11.27 12:51

인생 3막(3) : 마마보이와 캥거루족을 만들지 말라

딸의 결혼식. 아버지가 딸을 신랑에게 넘기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식장을 빠져 나간다. 아쉬운 눈물 한방울 머금지 않고, 아내의 손을 잡아끌며 신나게 달려나간다. 왜? 이제부터 자유니까.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인생을 즐길 거니까.

한 생명보험회사의 TV광고 장면이다. 자식이 부모를 떠나는 날인지, 부모가 자식을 떠나는 날인지 헷갈린다. 광고 내용을 보면 부모가 자식을 떠나는 날이다. 이른바 '자식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요즘에는 대학을 졸업해도, 결혼해서 애를 낳아도 부모 곁을 떠나지 않는 '캥거루족'이 많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시댁도, 장모님 댁도 가까울수록 좋다.

자식이 곁에 있겠다는데 어느 부모가 마다하겠는가. 얼마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가 이런 세태를 잘 보여준다. '자녀가 몇살이 될 때까지 돌봐야 하나'를 물었다. 답은 어땠을까. '대학졸업 때까지'가 46.3%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혼인할 때까지' 27.0%, '취업할 때까지' 11.9%,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8.6%, '언제라도(평생)' 5.5%의 순. 최소한 대학 졸업까지는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이 78.8%인 셈이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나는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다. 어쩔 수 없이 재수를 한다면 그때까지다. 그 다음은 나도 '독립'이다. 독립하고 빨리 은퇴한다. 그리고 자유롭게 산다. 무책임하고 비현실적인 얘기라고? 철없고, 허황된 꿈이라고? 물론 그럴 수 있다. 나라고 노후설계에 무슨 비법이 있겠는가. 국민연금 빼고는 들어 놓은 보험도 없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길은 있다. 10억원을,아니 20억원을 통장에 쟁여 놓지 않아도 '인생 3막'을 멋있게 꾸밀 수 있다.

답은 역시 '자식으로부터의 독립'에 있다. 이 부분이 확실해야 한다. 이것이 흔들리면 모든 게 '꽝'이다. 아무리 환상적인 장밋빛 노후를 그려도 무엇 하나 제대로 실행할 수 없게 된다. 자식으로부터 일찍 독립하려면 다음의 2가지가 꼭 필요하다.

첫째, 자식을 강하게 키워야 한다. 대학 때부터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학비 대주고 책값, 용돈 다 주고, 어학연수 뒷돈 대고, 배낭여행 하라고 배낭까지 사주겠다면 그렇게 하라. 하는 김에 유학도 시키고, 좋은 직장도 챙겨주라. 훌륭한 혼처도 붙여주고, 결혼식에는 몸만 오게 하라. 손자손녀 잘 키워주고, 최소한 아파트 1채는 물려주고 가라.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마마보이, 마마걸이 나중에 자기만 알고, 인정이 메마르고, 따로 놀듯 겉돈다 해도 절대 섭섭해하지 말라.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이런 유감의 말이 무슨 소용인가. 어차피 내 욕심 아니었던가. 내 자식을 내 것으로 여겨 화려하게 치장하고 남들 보란 듯이 자랑하고, 과시했으면 그것으로 족한 것 아닌가.

둘째, 마음을 모질게 가져야 한다. 자식에게 쏠리는 '다정'을 지혜롭게 다스려야 한다. 자식이 자신의 길을 찾아 스스로 설 때가지 격려하면서 참고 기다리려면 더 크고 강한 사랑이 필요하다. 그건 너무 비정하다고? 그렇다면 비정한 부모가 되라. 그 정도 각오는 있어야 험한 세상을 자기 색깔과 모양대로 꿋꿋이 살아가는 멋있고 강한 자식을 만들 수 있다.

이제 묻자. 당신은 자식에게 모든 것을 다 바쳐 '올인'하면서도 평안하게 노후를 누릴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돈을 벌 자신이 있는가. 아니면 자식을 강하게 키워 일찍 홀로 세우고,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노후를 신나게 만들어가겠는가? 어느 쪽이 더 할만 한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웰빙노트

여행을 하면서 난 우리 시대의 젊은 엄마 아빠들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왔는지, 우리의 아이들이 어떻게 크고 있는지를 보게 되었다. 안에서는 잘 안 보이던 것이 밖에 나가니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우리 집 아이가 너무 버릇이 나쁘다는 것, 자기가 할 일을 스스로 할 줄 모른다는 것, 전혀 남을 배려할 줄 모른다는 것, 공부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공부해야 하는지는 모른다는 것, 나중에 잘 살기 위해서는 명문대학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사회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 등을 발견하였다.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김세걸, 아들과 함께 한 특별한 여행>
 
 
우리는 인생의 전반부를 살면서 본래 타고난 재능이 있었음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러다가 혹시라도 눈을 뜨고 깨달아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되면, 나머지 후반의 인생을 바쳐 원래 갖고 있던 선물을 되찾기 위해 애쓴다.
<파커 J 파머, 삶이 내게 말을 걸어 올 때>
 
인생의 각 시기에 따른 심리 변화를 살펴보면 청년기에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다'라는 바람이 많고, 장년기에 이르면 바람은 차츰 적어지는 대신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결해야 한다'는 의무가 많아진다. 그렇다면 노년기에는 어떻게 될까? 이것도 하기 싫고, 저것도 귀찮아진다. 이것이 노인에게 나타나는 가장 큰 심리적인 변화이다. 사람이 나이를 먹어서 늙는다고 하는데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꿈이 사라지고 움직임이 줄어들고 생각이 고루해지면서 그때부터 몸도 쇠하고 마음도 허하고 정신도 어두워지는 것이다.
<이승헌, 걸음아 날 살려라>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2. 2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
  3. 3 점점 사라지는 가을?…"동남아 온 듯" 더운 9월, 내년에도 푹푹 찐다
  4. 4 "주가 미지근? 지금 사두면 올라요"…증권가 '콕' 집은 종목들
  5. 5 '악마의 편집?'…노홍철 비즈니스석 교환 사건 자세히 뜯어보니[팩트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