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런' 전망까지 흉흉, 美 침체로 가나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7.11.27 10:28

CNN머니, 소비악화+금융시스템 위기..침체 가능성 높아

'제2차 신용경색'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씨티그룹이 무려 4만5000명에 달하는 구조조정에 착수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촉발된 신용경색은 미국과 유럽의 대형 금융기관의 막대한 손실을 수반하며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논란은 바로 이번 신용경색을 일으킨 장본인인 미국 경제가 침체로 가는 지 여부다. 아직까지는 침체가 아니라 경기둔화, 다시 말해 성장이 수분기동안 완전 중단되기보다는 낮은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CNN머니는 26일 이와관련 추수감사절 소비가 예상보다 나쁘지 않지만 미국 경기가 침체로 가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는 무게감있는 분석기사를 실었다. 컨센서스와 다른 진단이다. 집값 급락, 월가의 대규모 손실, 빚에 찌든 소비자들을 고려할 때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와 같은 지원정책이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블랙프라이데이 현금카드 계산기 벨이 계속 울렸지만 아쉽게도 이는 소비자들이 미국 경기를 침체로 몰아가는 소리일 뿐"이라는 것이다.

◇빚더미 소비자들..도소매 기업들 수익도 악화
빚을 끌어다 분수에 넘게 수년간 소비생활을 즐겨온 미국인들. 이들은 올연말 마침내 자신들의 가계장부가 심하게 망가진 것을 확인하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에 따라 겨울 난방비 부담은 어느 때보다 높다. 고용시장 성장은 둔화되고 있으며 임금 상승도 이전 같지 않다.

집값은 끝도 없이 하락하고 있다. 주택은 가계 자산의 최대치를 차지한다. 그나마 잘 버티던 주식시장마저 11월 중순부터 급락세로 돌아섰다. 금융주가 조정을 주도했다. 어디 하나 가계에 보탬이 될 만한 것을 찾기 어렵다.

가뜩이나 도소매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며 경기침체 우려를 키웠다. 도소매 기업들의 수익은 소비를 비롯한 실물경기 지표로 통한다. 칙 디스카운트 타깃은 지난주 예상보다 저조한 3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마진이 높은 의복과 가정 제품 판매가 줄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지난 분기 사상처음으로 고객 수가 일년 전에 비해 줄었다고 했다. 앞서 9월 월-마트는 판매 부진 우려에 따라 주가가 6년래 최저치로 주저않기도 했다.

◇소비 악화, 경기침체 가능성 높여
소비는 미국 경제의 4분의 3 정도를 차지한다. 이에따라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소비 둔화에 따라 수년간 경기가 성장을 멈추는 게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1년 이후 처음이다. 메릴린치의 북미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지금 문제는 (경기침체 여부가 아니라) 경기침체가 어느 정도로 진행되는가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정부관료와 다수의 전문가들은 아직도 경기침체는 아니다는 견해다. 성장이 둔화되는 것일 뿐 중단되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대응을 근거로 제시한다. 이미 두차례 금리를 인하한 연준(FRB)은 12월에도 금리를 인하해 연방기금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내려 4.25%로 조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준 등의 관료들은 '침체' 대신 '심각한 경기 활동 악화'라는 말을 사용하며 마지노선만은 지키겠다는 태도다.

◇연준 금리인하 이전처럼 효과 내기 어렵다
로젠버그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침체에 무게를 두는 이유로 지금의 신용경색하에서 금리인하의 영향이 이전처럼 신속하게 실물경제에 파급될 수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2002년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자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 때와 다르다는 지적이다. 그린스펀은 2003년 금리를 1%까지 내렸다.
로젠버그는 금리인하의 의미는 금융기관의 대출 등에 따른 유동성 보강을 의미하는데, 이미 단행된 대출은 대부분 손실이 발생했고 대출을 담당하는 은행시스템도 망가졌다고 파악했다. 월가는 이미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비롯한 서브프라임 투자로 400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상황이다.


이 가운데 정부출자 모기지업체인 프레디 맥은 지난주 3분기에 2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으며 이에따라 적정한 재무구조를 충족하고 남은 자본의 3분의 2가 증발했다고 고백했다. 이는 모기지를 사줘야하는 프레디 맥이 언제라도 모기지를 파는 입장에 설 수 있음을 시사한다.

노던 트러스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폴 카스리엘은 "주택시장 침체의 전염이 확산되고 있다"며 "특히 은행들이 늘어나는 모기지 디폴트와 포클로저(저당권 포기)로 고통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스리엘은 "모기지 규모가 은행 수익 자산의 63%를 차지하는데 모기지 부실이 쌓이는 상황에서 금리인하 효력이 제대로 작동할 지 의문"이라며 벤 버냉키 의장은 그린스펀과 입장이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달러화가 기록적인 약세를 보이는 것 역시 버냉키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그린스펀이 금리를 계속 내릴 때 은행의 부실은 미미했고 이에따라 저금리의 신용을 가계에 공급할 수 있었다.

카스리엘은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위험자산 회피는 강화될 수 밖에 없다며 집값은 2001년 수준까지 17%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단적으로 아주 쓴 맛을 본 은행들이 모기지 자산을 늘리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지난주 로이터와 조그비 설문조사에 의하면 이미 미국 소비자들은 내년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40%로 보고 있다. 10월 31%에서 급증한 수치다.

로젠버그는 7월 이후 50만명의 자영업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했다. 2001년 경기침체 때보다 많다.

◇금융시장 붕괴..뱅크런 전망까지 '흉흉'
소비 경기 침체 가능성, 심각한 타격을 입은 금융시스템 등을 의식한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붕괴를 예상하고 있다. 허스만 펀드의 존 허스만 매니저는 "간단히 말해 금융시장은 지금 매우 중요한 기로에 있다"며 "개인적인 느낌은 투자자들이 수주안에 침체 위험이 정점에 달했다는 것을 깨닫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경제학교수는 최근 보고서에서 "침체가 불가피하고 나아가 악화된 유동성과 신용경색 위험에 따라 금융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붕괴될 것이다. 이는 유례가 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비니 교수는 수년간 주택버블 붕괴를 예측해왔다. 금융시스템 붕괴 사례에 그는 영국 노던록 사태에서 있었던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집중되는 현상)과 일부 브로커 회사들의 부도 등을 포함시켰다.

경기 침체 전망은 아직까지 소수다. ING의 짐 그리핀 이코노미스트는 "침체 전망은 신뢰할 수 없다. 금융시장과 미국 경기 전반에 대한 우려는 과대포장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핀은 당면한 신용경색은 미국 경제가 성장을 주도하는 데서 성장국가의 뒤에 따라가는 것으로 변천하는 역사적 과정의 일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머징시장의 고성장에 따라 미국의 수출은 견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젠버그는 그리핀보다 우울하지만 "세계 경제가 끝나지 않았다"며 최악의 가정은 자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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