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자금몰이'에 은행권 '설상가상'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진상현 기자 | 2007.11.27 07:01

다른 은행들 "대응하기 힘든 수준"..수익성 악화 불가피

국민은행이 6%대의 공격적인 예금 금리로 자금몰이에 나서면서 가뜩이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권에 비상이 걸렸다.

예금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인상에 나서야할 판이지만 금리 수준이 너무 높아 대응을 망설일 정도다. 국민은행이 시장에 충격을 줄 정도로 공격적인 자금 확보에 나선 배경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국민銀 예금금리, 업계 최고 수준=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전날 대표 정기예금 상품인 '국민슈퍼정기예금'의 영업점장 전결금리폭을 최대 0.3%포인트 인상하고, 본부승인 금리우대 폭도 0.2%포인트 높이면서 은행들의 자금조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번 인상으로 국민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전결금리로 최고 6.0%, 본부 승인 금리로 6.2%가 된다. 본부 승인 금리의 경우 기관 자금이나 거액 고객에 한해 적용되지만 전결금리의 경우 다수의 고객들이 받아갈 수 있어 사실상 1년제 정기예금 금리가 조건없이 6%가 된 셈이다.

국민은행이 제시한 금리는 은행권에서 최고 수준이다. 특판 예금을 판매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영업점장 전결금리는 1년제의 경우 CD플러스 예금이 5.9%, 일반 정기예금은 5.8%다. 급여계좌와 신용카드 개설 등을 통해 0.2%포인트의 보너스 금리를 받아야 CD플러스 예금이 6.1%, 일반 정기예금이 6.0%으로 올라선다.

특판을 마감한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파워맞춤정기예금'의 영업점장 전결금리를 0.3~0.4%포인트 인상한다. 이는 특판예금 때보다 0.1%포인트 가량 높은 금리로 최고 금리가 1년제 5.8%, 2년제 5.9%, 3년제 6.0%다.

가장 먼저 특판에 들어갔던 하나은행은 1년제 '고단위플러스 정기예금'(오프라인)의 최고금리가 5.5%에 불과해 추가 인상을 검토중이다.

◇다른 은행 "따라가기 벅차다"= 당장 다른 은행들 사이에선 "자금조달이 더 빡빡해졌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미 올릴만큼 올린 상황에서 국민은행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A은행 관계자는 "솔직히 국민은행이 제시한 금리를 따라가기 벅차다"며 "일단 추이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대응을 하고 싶어도 더 이상 줄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본부 협상금리로 1년제 정기예금을 6.2%까지 주는데 이는 노마진 수준"이라고 말했다.


B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일단 12월까지만 한다고 들었다"며 "조기에 끝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銀, 유동성 관리 강화한 듯= 상황이 이쯤되자 일부에서는 국민은행의 자금사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자금난 자체가 심각하다기 보다는 유동성 관리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방향으로 급선회하면서 자금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방향 선회는 지난 7일 국민은행이 한국은행의 지급준비금(시중은행의 예금 일부를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것) 적립 마감일에 한은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8000억원을 조달했던 일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RP를 통해 지준을 막은 후 경영진들이 유동성 관리를 넉넉하게 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검사를 진행중인 감독당국도 유동성 관리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수익성 악화 불보듯= 예금 금리 인상 경쟁이 지속될 경우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B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 수준이면 거의 순이자마진(NIM)은 포기하고 덤벼든다고 볼 수 밖에 없다"며 "수익성은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펀드로 이탈하는 자금을 얼마 돌려세우지는 못한 채 조달 금리만 높이는 '제살깎아 먹기식 경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최근 실시한 정기예금 특판에서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냈다.

B은행 관계자는 "각 은행들이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만기가 돌아오는 예금을 막기에 급급한 실정"이라며 "수익성은 고사하고 원화유동성 비율 맞추는 것도 벅찬 곳도 있다"고 말했다.

C은행 관계자는 "안정성을 선호하는 예금 고객들은 정해져 있다"며 "펀드로 이탈하는 고객을 돌려세우지 못한다면 은행끼리 자금을 뺏고뺏기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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