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돋보기 안경을 쓴 할머니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 지난 17일 홍콩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주식워런트증권(ELW) 투자설명회에서다.
남녀노소를 구분할 것 없이 다양한 투자자들이 설명회를 찾지만 질문 수준만 봐도 투자자들의 교육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주식 종목 찍어달라'고 하듯 'ELW 종목코드만 찍어달라'고 하던 분위기와는 180도 다르다. 이제는 '어떻게 나의 자산을 ELW로 헤지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맥쿼리증권은 매달 1~2 차례 ELW 투자설명회를 개최한다. 이날도 600명 자리를 마련했지만 1000명이 넘는 투자자들이 참가를 신청했다.
◇ 여기도 워런~ 저기도 워런~ = "차이나모바일이 100위안대를 지지할까요? 그렇다면 콜6789를, 아니라면 풋6868를!" 신문에 실린 ELW 광고다. 홍콩 경제지의 광고면은 ELW 광고가 휩쓸다시피 한다.
중국어로 ELW는 '와륜'(窩輪)이다. 중국어 발음으로는 '워런'이라고 읽혀 워런트와 가장 비슷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맥쿼리는 회사 이름인 '맥격리'(麥格理·마이커리)에 워런트를 붙여 중국인들에게 익숙한 인감도장 무늬의 '마이커리 워런'(麥格理 窩輪)라는 로고를 만들었다.
SG(소시에떼제너럴) 홍콩은 투자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ELW 마스코트 한 쌍을 만들었다.
홍콩의 명물인 2층 버스가 ELW 광고로 뒤덮힌 모습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ELW광고가 넘쳐나고 ELW 관련 뉴스가 많은 것은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 TV에서도 'ELW 중계' = 홍콩에서의 ELW 투자열기는 펀드만큼이나 뜨겁다. ELW가 이 정도로 활성화 된 것은 투자교육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홍콩에서는 투자설명회는 물론, 언론을 통해서도 ELW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대다수의 홍콩 신문이 매일 1개면 이상을 할애해 ELW 관련 뉴스와 컬럼을 보도한다. 지난해부터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ELW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맥쿼리증권의 챈 대표는 매일 아침 개장전과 점심 휴장시간에 '워런트 1분'이라는 방송에 출연한다. 한국에서 증권사 연구원들이 주식 시황 방송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챈 대표는 "그 날의 ELW 시장상황을 언급하고 ELW 종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며 "다만 기초자산인 주식에 관한 언급은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맥쿼리 증권은 지난해 처음으로 TV 방송을 시작했다. 이어 ABN암로와 UBS도 TV 방송에 뛰어들었다. 벌행사들은 웹사이트나 e메일을 통해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또 올해부터는 대다수의 주요 발행사들이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다.
챈 대표는 "투자자들이 거래만 하는 것과 유동성공급자(LP)의 얼굴, 목소리를 직접 접한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투자자들이 보다 LP를 친근하게 느끼고 신뢰하게 될 뿐만 아니라 LP들도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 ELW 천국, 홍콩 = 홍콩의 ELW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다. 특히 올해들어 급성장해 지난해에는 하루평균 70억 홍콩달러 규모로 거래되던 금액이 올해는 일별 200억 홍콩달러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화로 하루 약 2조3900원이 거래되는 셈이다.
챈 대표는 "어제(11월 15일)만 해도 하루 거래액이 420억 홍콩달러에 달했다"며 "특히 중국 본토 증시와 연관된 주식들을 기초자산으로 한 ELW에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올해 10월 24일을 기준으로 99개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4054개 ELW가 홍콩 ELW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가운데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ELW가 80% 를 차지하며 나머지 20%는 국내외 인덱스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홍콩 ELW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데는 LP가 큰 역할을 했다. 챈 대표는 "19년 된 홍콩ELW 시장도 지난 2002년에서야 LP제도를 도입했다"며 "LP제도를 도입한 뒤 홍콩 ELW 매매가 활성화됐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중국 증시가 급등하면서 중국 관련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ELW가 늘었다. 페트로차이나 차이나바일 등 상하이증시와 H증시에 동시상장된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ELW 종목이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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