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칼럼]휴포(HUPO)가 움직인다

이종서 에이비프런티어 대표 | 2007.11.26 10:25

이종서의 단백질의약품 바로알기⑤

2000년 6월26일 과학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게놈 이라는 용어를 하루 종일 접하게 되었다.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셀레라제노믹스사의 크레이그 벤터 사장과 미국 국립보건원의 게놈 프로젝트 총괄자인 프랜시스 콜린스박사와 함께 사람 유전자의 청사진 역할을 할 인간게놈 프로젝트의 초안이 완성되었음을 공식 선언 하였다.

그 이후에도 매년 추가적으로 과학자들에 의해 보완 발표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약 30억개의 인간 유전코드를 읽어 나간 장대한 프로젝트의 완성으로 인해 인체 생명현상의 이해에 대한 새로운 진보가 이뤄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달착륙에 비유되는 이 프로젝트의 완성에는 유전정보인 DNA를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 나가는 염기서열 자동화 장치의 개발이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단백질이었다. 인체 게놈에서 얼마나 많은 단백질들이 어떤 기능으로 만들어질까? 이는 또다시 생명과학자들에게 던져진 버거운 숙제이다. 지금 필자의 주변에는 단백질 하나, 유전자 하나에 평생의 힘을 바쳐 연구 하시는 과학자분들이 대부분이다. 한 평생 연구하여도 단백질 하나의 기능을 완전히 밝혔는지에 대해 확신을 갖기 어렵다고들 하신다.

예를 들어 암억제 단백질중 하나로 잘 알려진 피알비(pRb)에 관련된 참고논문을 찾으면 무려 2만건 가까운 관련 논문이 검색된다. 그럼에도 오늘도 피알비 단백질의 새로운 기능 발견 논문이 발표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2만3000여개의 유전자, 100만여개의 단백질의 기능을 밝힐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앞으로 게놈 프로젝트 이상의 과학자들 또는 연구 기관의 긴밀한 협동과 과학기술의 진보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다행히 단백질의 구체적 기능은 아니더라도 어떤 단백질이 언제, 어디서, 얼마만큼 우리의 몸에서 생겼다가 없어지는지 또 질환이나 특수한 상황에서 어떻게 이들이 변화하는지에 대한 대량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이 고안되었다. 이것이 단백질 질량분석기술이다.

과학적 업적은 새로운 기술 혁신이 이뤄질 때 얻어진다. 2002년 노벨화학상은 존 펜, 다나카 고이치, 쿠르트 뷔트리히등 3인의 과학자에게 수여되었는데 이들은 생체 고분자 특히 단백질을 무게의 차이로 구분해내는 질량분석 기기를 고안하는데 그 기여를 인정받았다. 특히 일본인인 다나카 고이치는 박사 학위를 갖지 않은 일본 도호쿠대학의 학사출신이면서 시마즈라 불리는 분석기기업체 연구원 자격이어서 당시 화제가 되었다. 이러한 단백질 질량분석 기술은 1987년 개발 당시에는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을 받았지만 지금 프로테오믹스 분야에서는 생체내 단백질의 확인 작업에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단백질 분석기기 개발에 힘입은 일부 단백질 연구자들은 2001년 2월 휴포(HUPO)라는 인간 단백체 연구조직을 만들었다. 2002년 11월 프랑스에서 첫 학회를 개최한 이래 지금까지 매년 한차례 전세계를 순회하며 학회를 여는데 2006년에는 미국 롱비치에서 올해는 지난 10월 서울에서 2500여명의 세계 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 간의 연구성과들을 발표하는 등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현재는 휴포가 주최가 되어 9개의 국제 공동 프로젝트를 가동중이며 간, 뇌, 혈액, 심혈관등의 조직별로 단백질을 밝히는 작업 또는 전체 인간 단백질에 대한 항체 개발, 줄기세포 등의 프로젝트도 가동 중이다. 이러한 국제적 프로젝트에 국내 과학자분 다수도 프로젝트의 핵심 리더 등으로 적극 활동 중이다.

휴포 프로젝트 중 인간 전체 단백질에 대한 항체(HPI)를 만드는 프로젝트는 스웨덴 과학자인 울렌 박사가 주축이 되어 단백질이 언제,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항체를 이용해 사람의 조직이나 세포내 단백질 존재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현재까지 3015개의 단백질에 대한 항체가 개발되어 사람 조직에 대한 단백질 사진 정보가 웹사이트(www.proteinatlas.org)를 통해 일반 과학자에게 공개 되고있다. 앞으로 2012년까지 사람의 유전자 하나씩에 해당하는 대표적 단백질 2만3000여개에 대한 항체를 모두 개발하여 데이터베이스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여러 국제 연구기관들이 협력하고 있으며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도 이 프로젝트에 필요로 하는 항체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 휴포를 통해 얻어지고 있는 결과물의 목적은 너무나 분명하다. 이들은 바로 인체의 생로병사에 관련된 단백질들이며 다양한 인류 보건사업에 바로 응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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