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은 펀드투자 더 늘릴 호기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 2007.12.04 11:56

[머니위크]민주영의 펀드투자학

길을 가다가 갑자기 곰을 마주쳤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리를 지르거나 발길질을 해서 곰과 싸울 것인가? 싸워서 이기거나 적어도 비길 자신이 있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제정신이 있다면,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 섣불리 달아날 생각도 하지 않는 게 좋다. 이 같은 불리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제자리를 유지해야 한다. 펀드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예상과 다른 상황에 부닥쳤다고 해서 섣불리 빠져나오기보다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인내가 필요하다.
 
최근 주가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자 많은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2000을 돌파했던 코스피지수는 이제 1800선도 불안한 상황으로 반전됐다. 그동안 국내 투자자금을 끌어 모았던 중국 증시 역시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6000을 찍었던 상해종합지수는 5000 초반대로 밀렸고 2만까지 올라갔던 홍콩H주 역시 고점 대비 20% 가량 하락했다.

이러한 전 세계 주가의 동반 하락은 우선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는 국제유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여파에 따른 대형 투자은행의 추가 손실, 미국 경기의 불확실성, 중국의 긴축 우려 등이 동시다발로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악재는 사실 어제오늘의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따라서 이들보다는 그동안 많이 올랐다는 부담감이 더 크게 시장을 억누르고 있다. 가격 부담에다 뚜렷한 호재가 없다 보니 시장이 지지부진한 모습에 빠진 것이다.
 
주가가 조정기에 들어가자 그 어느 곳보다 떠들썩한 곳이 바로 언론이다. 손실로 돌아선 한 달짜리 수익률을 들면서 이제는 시장이 끝난 양 온갖 악재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투자교육 현장에서 만난 한 투자자는 "경제 뉴스 때문에 마음이 더 불안하다"고 하소연할 지경이다. 일부 경제 기사들은 중국 대신 브릭스펀드(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나 유럽펀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과연 브릭스 국가나 유럽 국가 중 중국과 관계없는 경제를 가진 나라가 있을까? 이들 펀드가 중국 주가 하락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되씹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무언가 행동을 해야 수익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정반대다. 가장 차선의 방법은 가만히 있는 것이다. 그리고 최선의 방법은 오히려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사실 주가 하락의 위험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장에서 완전히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위험에 빠지는 방법이기도 하다. 펀드에서 환매한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새로운 상품을 다시 골라 투자해야 하는 위험에다가 자칫 예상보다 조정이 빨리 끝나면 잃게 되는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다.
 
올 상반기 섣부른 예측에 기대어 움직였다가 후회해야 했던 많은 투자자를 떠올려 보라. 올 초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지난 해 높은 성과를 올린 중국펀드를 해지하고 경제뉴스에 기대어 일본펀드나 부동산리츠펀드로 '갈아타기'를 했다. 또 과거 경험만으로 시장을 판단해 코스피지수가 1400을 넘어서자 적극적으로 주식펀드를 환매했다. 주가가 조정을 보이면 그때 다시 들어가겠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일본펀드과 부동산리츠펀드는 저조한 성과에 머물렀고 1400을 돌파한 시장은 강한 상승을 지속하며 마침내 2000을 찍었다. 결국 펀드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함부로 움직였다가는 자칫 후회하기 쉽다는 교훈이 된 것이다. 주가가 떨어질 것 같다고 환매하거나 주가가 오를 것 같다고 주식펀드로 자금을 옮겼다가는 예상과 달리 엇박자가 날 가능성이 높다.
 
주가가 안 좋을 때는 악재만 보이고 주가가 좋을 때는 호재만 보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투자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균형된 시각이다.

지난 2001년 9월 11일 세계 금융의 심장부인 뉴욕시 한복판에 있는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여객기 두 대가 날아와 박히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 소식이 타전된 이후 전 세계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했고 모든 투자자들은 뉴욕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숨죽이며 바라보았다.하늘을 찌를 듯 위용을 자랑하던 건물이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TV화면을 통해 생생하게 쳐다보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은 극심한 공황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1930년대 이래 최대 공황에 빠져 고통이 오랜 기간 계속될 것으로 입을 모았다.


하지만 결국 그 공포는 열흘을 가지 못했다. 주가는 다시 힘차게 상승했고 언제 공황을 걱정했냐는 듯 정상으로 돌아갔다. 다만 테러에 놀라 당시 주식을 판 사람만이 손실을 입었다. 오히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투자에 나섰던 사람들은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투자하는 상황에 따라 나눠서 생각할 수 있다. 우선 목돈을 특정 유형이나 국가 펀드 등에 투자한 경우다. 특히 얼마 전 뒤늦게 중국펀드 등에 목돈을 넣었다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투자자의 고민이 깊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어떤 판단을 하기에는 좀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다만 정 불안하다면 자신의 자산이 자산별로, 지역별로 적절하게 나눠져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산이 과도하게 한쪽으로만 몰려 있다면 이를 일부 줄이고 다른 유형이나 지역 등으로 나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 적립식으로 펀드 투자를 하고 있는 경우다. 적립식 펀드는 주가의 움직임이 클수록 투자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에서 변동성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주가가 떨어졌을 때 투자자금을 늘리는 '투자의 역발상'이 필요하다.
 
셋째, 새롭게 목돈을 투자하려는데 투자하기에 가장 좋은 시점이 언제인지 고민하는 경우다. 어느 시기가 주가의 바닥인지는 그 누구도 정확히 맞출 수 없다. 따라서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하기보다는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에 목돈을 넣고 일부씩 자금이 펀드에 투자되도록 자동이체시키는 방법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끝으로 새롭게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려는 경우다. 적립식 펀드 투자는 애초부터 주가를 예측하지 않는 투자방법이다. 설사 적립식 투자를 시작한 이후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주가가 'V'자 형태를 그릴 때 적립식 투자는 가장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정을 보이는 요즘 같은 상황이야 말로 적립식 투자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펀드 '갈아타기'는 언제 하냐고 묻는 투자자들이 있다. 물론 한번 투자했다고 해서 반드시 평생 묻어둬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스포츠 경기에서 컨디션이 안 좋거나 지친 선수를 중간에 적절하게 잘 교체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펀드 역시 '선수 교체'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펀드 갈아타기를 하는 경우는 시장의 상황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경우에 한다. 첫째, 펀드의 수탁고가 급격하게 감소할 때이다. 수탁고가 줄고 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펀드에서 자금을 빼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경우 판매사에 문의해 수탁고 감소의 이유를 따져보고 다른 펀드로 옮기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둘째, 펀드매니저나 운용사 대표가 자주 변경된 경우 역시 펀드 변경을 검토한다. 펀드매니저나 운용사 대표가 변하면 운용전략이나 철학, 운용 구조 등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셋째, 펀드가 1년 이상 저조한 성과에 머물고 있다면 이 역시 펀드 교체를 생각할 수 있다. 주식펀드인데 코스피 지수보다 1년 이상 낮은 수익률에 머물고 있다면 다른 주식펀드로 옮길 필요가 있다. 이런 수익률 악화는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펀드 투자는 '실행'이나 '사후 관리'보다는 투자하기 전 '계획'이 중요하다. 투자 목적을 확실히 하고 목적에 맞는 펀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투자해야 비로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3. 3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4. 4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