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불안할수록 길게 보라

이건희 외부필자 | 2007.11.26 12:20

이건희의 행복투자

주식시장이 단기간에 크게 하락하니까 금융시장 불안을 거론하면서 각종 흉흉한 내용의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보더라도 주식시장이 단기간에 크게 하락한 뒤에 흉흉한 내용의 기사들이 안 나온 적이 없었습니다.
10월에도 미국시장을 비롯해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해외주식시장이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었는데 불과 한달여 만에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이 180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일까요? 시장에 대한 해석은 장기적인 흐름보다는 단기적인 흐름의 결과를 뒤쫓아서 해몽하듯이 나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불안’과 ‘우려’란 단어가 많이 사용됩니다.

◆자동차로 운전하면서 갈 때에도 항상 사고의 ‘우려’가 있는 것이며 큰 충돌사고가 나면 불구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잠재되어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멀고 먼 길을 큰 사고 없이 운전해간 경우에도 위험을 감수하면서 넘어간 순간들이 무수히 많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운전 경험이 충분히 있으면서 안전 의식을 제대로 갖추고 있으면 실제로 큰 사고로 연결된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저는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운전을 시작한지 약 25년 가까이 되지만 한번도 사고를 낸 적이 없습니다. 딱지 떼인 적도 한번도 없습니다. 그러나 위험했던 순간들은 무수히 많이 겪었습니다.

운전에서 근본적으로 위험할 때는 상황이 위험할 때가 아닙니다. 근본 위험은 안전불감증, 법규 안 지키는 것, 과적차량으로 가는 것, 과속하는 것, 음주운전하는 것 등입니다. 주식시장에서의 근본 위험은 기업가치 대비하여 지나치게 높은 거품주가와 장기불황 진입이며 그외 다른 위험들은 적정한 수준에서 결국은 조절이 되거나 대처가 되곤 합니다.

◆아직까지 주식시장에서는 안전불감증이 나타난 것도 아니고 경제가 장기불황 진입된 것으로 볼 수도 없습니다. 제가 직접 그 당시를 돌이켜보더라도, 80년대가 끝나갈 때나 90년대가 끝나갈 때에는 주식시장 분위기가 안전불감증으로 느껴졌었습니다.

아주 큰 대세는 흔히 저평가주나 가치주의 상승에서 시작되며 이들이 상당기간에 걸쳐서 큰 폭으로 오른 뒤에는 본격적인 성장주들의 집단 상승으로 넘어가며 성장주들이 작은 거품이 아니라 아주 큰 거품으로 올라갈 때까지 이어지곤 합니다. 그러면서 성장성에 과다하게 반응하고 심취됨에 따라 안전불감증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도 대세 상투의 조짐은 아직 찾기 힘듭니다. 그냥 조정일 뿐입니다.

◆아주 큰 그림으로 보면 수십년 주기의 슈퍼 장기사이클은 2000년대 초반~중반에 시작되었다고 보입니다. 지금 세계시장의 주도주인 중국시장이 본격적 상승 국면에 접어든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나스닥지수와 다우지수는 2002년에 바닥을 찍었으며, 중국상해종합지수는 2005년까지 하락추세가 이어지다가 그해 여름에나 바닥을 찍었습니다. 슈퍼 장기사이클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단기 상승이 급하면 조정기간을 거치면서 쉬어갈지언정 대세가 끝났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세계경제 실물 흐름을 보아도 그렇고, 새로운 여러 이머징 국가들이 근래 들어서 본격적으로 경제 팽창을 해가는 단계라는 측면에서도 그러합니다.

◆수십년 주기가 아니라 좀더 그림을 좁혀서 본다면, 지난 20년 동안 세계적인 대세상승이 80년대말, 90년대 중반, 90년대 말, 2000년대 초중반 이후, 이렇게 네번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관심사는 2천년대의 대세상승이 드디어 마감을 하느냐 여부입니다.

단순히 상승 기간만 보자면 충분히 그렇게 예상해볼 수도 있는 위치입니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수준을 평가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PER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대세상승을 마감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PER가 아닙니다.

아래의 그림(한국투자증권 자료, 11월20일)에서 살펴보면, 지난 20년 동안 4차례의 대세상승 국면에서 PER가 어느 정도 될 때까지 시장이 올랐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80년대 말에는 신흥시장이 선진국시장보다 더 높은 PER로 올라가면서 세계시장의 상승을 주도했었습니다. △90년대 중반에는 신흥시장과 선진국시장의 PER가 서로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면서 사이좋게 상승을 했었습니다.

△90년대 말에는 선진국시장이 신흥시장보다 더 높은 PER로 올라가면서 세계시장의 상승을 주도했었습니다. △2002년 이후에는 다시 역전되어서 신흥시장 PER가 꾸준히 상승해왔고 선진국시장의 PER는 오히려 줄어들기까지 하였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선진국시장이 투자대상으로 더 선호되어 신흥시장보다 높은 PER를 유지하다가 지난 10월말에 드디어 신흥시장의 PER가 더 높아지는 상태로 역전되었습니다. 여기 한국투자증권 자료 그림에 과거 3차례 대세상승기의 상투 근처에서 나타났던 PER 위치를 제가 빨간색 박스로 표시하였는데 이를 참고로 하여 미래에 예상되는 빨간색 박스와 현재의 위치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신흥시장이건 선진국시장이건 세계시장의 PER는 과거 3차례 대세상승기의 상투 근처에서 나타났던 PER까지 아직 충분히 많이 남아있는 모습니다.

중국과 같은 일부 국가에서 PER가 높다고 염려하기보다는 시장 전체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마치 한 국가 안에서 시장전체 평균 PER보다 훨씬 높은 PER를 나타내는 종목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논리적으로 보아서 모든 종목들의 PER가 똑같을 수 없으므로 평균보다 높은 PER와 평균보다 낮은 PER의 종목들이 동시에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시장에서건 주도주는 있게 마련이며, 성장주 중에서 주도주는 평균보다 당연히 높은 PER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장전체의 평균이 아니라 PER가 높은 일부 주도주만을 보고 시장이 불안하다고 바라보아서는 곤란합니다.

◆이제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지수와 거래대금 차트를 비교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이듯이, 단기적으로는 지수의 추세와 거래대금의 추세가 연관성을 가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지수의 단기상투 근처에서 거래대금도 상투를 만들고 지수하락과 더불어 거래대금도 하락하면 지수하락은 더 강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지난 6개월 동안에도 몇 차례 그랬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한달 동안에도 그러했습니다. 단기하락이 마감하는 시점을 전후로 해서는 거래대금이 큰 폭으로 감소하여 거래대금 골짜기를 이루곤 합니다. (여기 그림에서는 동그라미로 표시를 해놓았습니다.)



다만 거래대금이 골짜기를 이루었더라도 본격적인 상승추세로 곧바로 복귀가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곤란합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충분한 시간 경과를 요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수상으로 일시적인 반등이 나왔다가 다시 하락하는 등 지그재그 장세가 이어지면서 거래대금은 바닥권을 다져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서서히 지수가 안정을 찾고 완만히 오르면서 거래대금이 동시에 늘어나 줄 때에는 좀더 적극적인 투자자세로 전환해볼만 합니다.

즉 바닥이후 V자 급반등이 크게 이어질지, 횡보장세가 나타나 한동안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수준은 지수가 바닥권일 확률은 무척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중히 기업을 바라보면서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라면 지금 손절매를 할 필요는 없으며 일단은 묻어두고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나중에 상황이 변한다면 그때 가서 생각해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적이 근본적으로 악화되고 있고 내년 전망도 모호한 종목이라면 지금이라도 교체를 해가는 것을 고려해보면 좋겠습니다.

◆언론 보도에서 많이 나왔듯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올해 들어 집중 투자한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에 코스피지수 급락세와 맞물려 크게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미래에셋에 관련된 근거 없는 좋지 않은 소문도 나와서 하락을 부추기고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지만 이는 그동안 미래에셋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서 한번쯤 거쳐 가는 후유증에 불과한 것으로 보면 됩니다.

이번 폭락장 속에서도 몇 년만의 신고가를 내는 종목들이 나타났습니다. KT는 11월23일 금요일에 2003년 10월 이후 4년만의 신고가를 나타내었습니다. 지난 11월14일에는 SK텔레콤이 2002년 7월 이후 5년만의 신고가를 나타낸 것도 참고로 한다면 아이러니컬하게도 폭락장이 통신주들을 띄우는 계기가 된 셈입니다.

저평가된 통신주들을 배당을 타면서 장기적으로 묻어두고 있던 경우에는 계좌의 단기손실이 일부 보완되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분산투자의 장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대세상승이라도 약간의 현금 비중을 유지하고 분산투자를 해두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합니다.

미국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이 가장 심한 시점이 내년 3~5월이라고 하니까 만약에 앞으로의 기간 조정이 길어진다면 일단 그 정도까지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이 6개월 동안 25조원의 순매도한 것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어차피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주도세력을 외국인으로부터 (간접투자를 통한) 내국인으로 이전해야하는 과정에서 장기적인 상승추세가 훼손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간단위로는 충분한 상승률을 유지하면서 외국인의 그만한 양을 소화해갈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결과입니다. 더욱이 외국인이 올해 들어 대량 매도한 금액 중 상당부분은 국내 채권시장에 머물러 있어서 외국으로 완전히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 볼 수 있습니다.

◆주식 시장은 장기로 승부를 해야지만 이길 수 있는 곳입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흔히 큰 수익률을 얻는 것은 평균적으로는 장기로 승부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강남의 빅3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제 고등학교 동기는 그곳에 산지 20년 되었습니다.

투자의 “투”자도 모르는 엄청나게 독실한 크리스천이며 순진무구한 학자입니다. 그 친구처럼 오래전에 산 부동산이 결국은 몇배 이상 올랐을 때에는 단기상투 대비해서는 20% 하락해도 별 타격도 없고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작년에 대출 많이 받아 산 부동산은 5%만 하락해도 마음이 불안해지기 쉽습니다.

전업투자자이거나 단기투자자가 아닌 이상, 장기적으로 투자를 지속하여서 누적수익률이 크게 올라간 사람이라면 몇 개월 정도의 하락조정에는 크게 개의치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럴 정도로 장기 누적성과가 올라갈 때까지 인내심을 지닐 수 있느냐 여부가 시장의 흐름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연말이 되려면 아직 한달 남짓이 남았지만 작년 폐장일의 지수가 1434 이었으므로 연간 단위로는 아마도 20% 이상의 상승률이 될 것입니다. 올해 2천포인트에 안착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시장은 미래에도 계속 열립니다.

올해 부동산시장이 그렇게 오른 것도 아니고 채권금리가 근래 올랐다 해도 주식시장 상승률의 몇분의 일 밖에 안 되는데 올해 주식시장에서도 이만한 추수가 거두어진 것에 대해서 고마운 마음을 가져도 되는 일입니다. 내년에도 주식시장이 금리를 충분히 초과하는 상승률을 기록하기 위해서 이번 조정은 약이 될 것입니다. 투자 세계에서 개별 투자대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평균적인 수익률 측면에서는 주식시장을 능가하는 곳은 상당기간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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