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보니 장기투자자" 손바닥으로 해 가리기

김중근 메버릭코리아 대표 | 2007.12.04 11:34

[머니위크]김중근의 실전주식 A to Z

주식투자에서 매도를 결정하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마음속에서 갈등을 겪는다. 정작 팔고 나면 그때부터 주가가 후다닥 오를 것 같은 생각이 드는 통에 좀처럼 매도 주문을 내기 어렵다. 특히 손해를 보고 있는 상태라면 갈등은 더 크다.

수익을 보고 있을 때라면 까짓것 눈 딱 감고 내던져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손해보고 있는 상황이라면 간단치 않다. 손해를 보고 팔아버리면 마음의 고통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팔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팔지 않는다면 손해는 보고 있지만 그거야 장부상의 평가손실일 뿐 아직 손해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따져, 인간이 손실의 고통에서 벗어나는데 가장 쉬운 길은 일부러라도 주식을 팔지 않는 것이다. 팔지 않으면 손해도 없고, 따라서 손해에 따르는 고통도 없다.
 
하지만 팔지 않았다고 하여 고통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심리적으로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럴 때 사람들은 더 적극적인 방법을 택한다. 바로 ‘잊는 것’이다. 일부러라도 잊으려 노력함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실연의 아픔을 술 먹으면서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듯, 손실의 고통도 잊으려고 노력한다. 혹은 또 다른 사람들은 손실을 일부러 작게 간주하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는 편이 고통을 줄이는 방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종목을 매수하였는데, 그 종목의 주가가 계속 하락하여 매수단가를 크게 밑돌고 있다고 하자. 이럴 경우, 투자자는 돌연 장기투자자로 바뀐다. 애당초 그가 기업의 가치와 재무구조를 따져서 장기투자를 계획한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 하지만 단지 주가가 하락하고 현재의 주가로는 팔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장기투자자 혹은 가치투자자로 변모한다.
 
냉정하게 말하여 그는 장기투자자가 아니다. 단순히 ‘주권수집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손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일념뿐이다. 그러기에 그는 스스로를 ‘장기투자자’라고 생각하여 자신을 위로하는 것이다. 길게 보유하면서 그는 당분간 주식을 잊고자 노력한다.
 
똑똑한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지 않는 한 장부상의 ‘평가손실’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주가가 하락하여 손해를 보고 있지만, 팔지 않고 마냥 보유하고 있다가 혹시 나중에 주가가 반등하여 본전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그러나 손해가 나기만 하면 아예 팔지 않고, 보유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주가의 움직임은 추세에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매수한 이후 주가가 하락하여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은 결국 그 종목의 추세가 하락세라는 것을 뜻하기 십상이다. 하락세이므로 앞으로 주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매수한 이후 손해가 나고 있으면 얼른 팔아서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차라리 그 돈으로 상승세에 있는 다른 종목을 매수해야 할 것이다. 주식의 현재 가격이 매수한 가격보다 낮다면 손해가 발생한 것이다. 분명히 손해는 손해이다. 그걸 평가손실이라느니 혹은 나중에 오를지 모른다느니 하는 식의 생각으로 덮을 수는 없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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