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 증시 구원투수 될까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7.11.24 13:25

쇼핑시즌 첫날 매출 화끈해 우려 불식…약달러 외국 관광객 합세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시장의 구원투수로 등장할 것인가.

연말 쇼핑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블랙프라이데이'. 예상보다 많은 쇼핑 고객들이 몰리자 뉴욕 증시는 유가 상승 악재를 뚫고 화끈한 상승세로 화답했다. 연말 산타랠리의 희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 연말 쇼핑 시즌, 산타 랠리 이끄나?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뉴욕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토이저러스에 새벽 5시부터 사람들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올해 뉴욕 증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경색 △ 100달러에 육박하는 고유가 △ 미국 경기둔화 우려 △ 달러약세 △ 연말 쇼핑 시즌 소매업체 매출 부진 전망 등 숱한 악재들로 인해 매년 찾아볼 수 있던 '산타랠리'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뤘다.

'블랙프라이데이'는 11월 네째주 목요일인 미국 추수감사절 바로 다음날인 금요일을 일컫는다. 미국의 모든 소매업체들은 이날을 기점으로 크리스마스까지 4주간 대대적인 할인 판매에 들어간다.

여기서 '블랙'이란 수식어는 '블랙 먼데이' 등에 쓰이는 주가 폭락이 아니라 '흑자'라는 의미로 쓰인다. 옛날 회계장부를 기록할때 적자는 빨간색으로 흑자를 검정색으로 구별한데서 이 같은 단어가 쓰였다. 미국 소매업체들인 이날을 기점으로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전문가들은 모기지금리 상승, 고유가, 주가하락, 달러 약세 등 악재가 만연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미국 전역의 할인매장에선 대형 평면 TV, 장난감 등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첫날 미국 소비자들이 보여준 구매욕은 한마디로 화끈했다. 그동안 우려를 날려 버릴 정도로 왕성한 소비욕구는 소비 불안에 대한 우려를 잠재웠다. 마스터카드의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맥나마라는 이날 하루 쇼핑 매출만 200억달러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 191억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 유가 상승 불구 주가 상승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은 쇼핑객들이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알타몬테몰에서 자정이 가까워지도록 쇼핑에 열중하고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뉴욕 증시는 일제 상승했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81.43포인트(1.42%) 상승한 1만2980.47로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도 1.34%, S&P500지수도 1.69% 상승했다.

처치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사장인 그레그 처치는 "거래량이 적기 때문에 이날 주가 상승에 큰 의미를 둘 수 없다"면서 "이날 반등은 과매도에 따른 반응"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다음주 연준이나 구조화투자회사(SIV), 모기지업체 등으로부터 호재가 나온다면 의미있는 큰 폭의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증시의 반등은 유가 상승세를 누른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유가는 종가기준으로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소매 매출에 대한 기대감이 이날 유가 상승세를 눌렀다.

이날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1월물 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날보다 0.9%(89센트) 오른 배럴당 98.18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96.16달러까지 내려가는 등 조정양상을 보였으나 투기 매수세의 영향으로 상승 마감했다. 지난 21일 장중 기록한 배럴당 99.29달러에는 못미치지만 원유 시장 상황을 지켜볼때 곧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들어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월마트, JC페니 등 소매 관련주들은 '블랙프라이데이' 연말 쇼핑 시즌 매출 확대 기대감으로 큰 폭으로 상승하며 증시 오름세를 주도했다.

미국소매연합(NRF) 조사에 따르면 연말 쇼핑시즌에는 1억3290만명의 미국인들이 소매점을 방문하고 이들 중 5510만명이 제품을 살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소매업체들이 활황은 보인 것은 예년보다 큰 할인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 달러 약세로 외국 관광 쇼핑객 유입도 긍정적

뉴욕 맨해튼의 메이시 백화점에 쇼핑객들이 북적이고 있다.
이날 뉴욕 맨해튼을 비롯한 주요 쇼핑가는 쇼핑객들로 하루종일 북적였다. 메이시 백화점의 최고경영자인 테리 룬드그렌은 "유럽, 캐나다, 남미지역으로부터 쇼핑객들이 가세해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면서 "소매업체들의 매출 증가는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달러화가 유로, 파운드, 엔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기록하면서 이들 지역의 관광객들도 미국 쇼핑에 가세하고 있다는 점도 연말 쇼핑 시즌의 최대 호재로 등장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 따른 소비 욕구 감소가 지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달러 약세에 따른 관광객들의 쇼핑 유입이 이를 상쇄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전날 달러/유로 환율은 장중 한때 1.49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달러 가치 하락) 달러/유로 환율은 뉴욕외환시장에서 결국 전날보다 0.08%(0.12센트) 떨어진 1.4838달러로 마감했지만, 장중 1.4967달러까지 오르며 1.50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 경기 둔화에 따른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외환시장에 반영되면서 달러 약세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며칠내 달러/유로 환율은 1.50달러를 뚫고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달러/유로 환율이 내년 1분기까지 1.57달러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예상보다 좋은 소매매출은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인테그리티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로버트 로에스트는 "연말 소매업체들의 매출 증가와 함께 연준의 금리 인하가 투자심리를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프리&코의 투자전략가인 아트 호건도 "연말 산타 랠리가 없을 것이라고 속단하지 말라"면서 "최근 주가 급락으로 크게 반등할 여력이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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