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구권 탄소배출권 구매 노력 박차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07.11.23 15:10

이르면 다음주 헝가리와 MOU 체결… 폴란드, 러시아 등 확대 전망

이르면 다음주 중 일본이 헝가리로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들이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다.

헝가리 외에 체코,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는 물론 러시아로부터 배출권을 사들이는 내용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과 헝가리는 헝가리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일본에 양도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교토의정서가 규정하는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인 일본은 2012년까지 1990년의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6% 줄여야 한다.

1990년 12억7200만톤이었던 일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4년 13억5500만톤으로 증가했다가 현재 13억7600만톤까지 늘었다. 지난 17년간 8% 늘어난 것이다.

일본 자체적으로 배출량을 줄여서 감축 할당량을 달성하기는 이미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본이 할당량을 맞추려면 외국에서 배출권을 사들여올 수밖에 없다. 또는 개발도상국에 신재생에너지 등 청정기술을 투자해 온실가스 배출권을 획득하는 청정개발체제(CDM) 방법도 있다. 다른 나라의 CDM 실적을 사들여오는 방안도 가능하다.

CDM을 통한 배출 실적을 인증감축분(CER, Certified Emission Reduction)이라 하는데 일본은 이미 외국에서 3억5000만톤 가량의 CER을 구입하는 계약을 마친 상태다.


현재 일본의 배출량 13억7600만톤에서 3억5000만톤 감축분을 사들여왔으니 이미 교토의정서에 따른 감축 할당량을 달성한 상태인 것.

그런데도 일본이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과 러시아에 관심을 두는 이유에 대해, FT는 "이들 국가에서 내놓는 배출권 가격이 훨씬 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현재 CER 가격은 온실가스 톤당 최저 6유로(약 6800원)에서 최고 17유로(약 2만3750원)에 거래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동유럽 국가나 러시아에서 내놓는 배출권, 즉 '핫에어'의 가격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CER보다는 싸게 매매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990년대를 지나는 동안 동유럽 국가들은 소비에트 연방의 몰락에 의해 산업 기반이 거의 황폐화됐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1990년 수준에서 자연스레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 이처럼 별도의 감축 노력 없이 획득한 배출권을 '핫 에어(Hot Air)'라고 한다.

이에 대해 일본 환경단체들은 자국 정부가 동구권 국가들로부터 배출권을 사오려는 움직임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핫에어를 사오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에 아무런 효과가 없으며 지구 대기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일본 통상성의 미츠하시 토시히로 담당관은 현재의 CER 시세를 '터무니없는 가격'이라고 비난하며 "핫에어가 시장에 나오는데도 우리가 그것을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일축했다.

한편 FT는 "일본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담을 결코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내년 도쿄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전역에서 기후변화 관련 논의가 쟁점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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