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꼬이는 해명'에 난감한 한나라당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07.11.22 20:21

귀국시점 논란 '논리부재' 드러내...BBK 대응창구 '일원화'하기로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다. 전방위적 대응에 나섰지만 석연찮은 해명이 더 큰 의혹을 낳는 일이 다반사다. 이명박 후보의 BBK 연루 의혹에 대한 한나라당 대응이 그렇다.

범여권의 총공세와 봇물처럼 터지는 의혹에 당력을 총동원해 맞서고 있지만 무딘 반박논리가 '발등'을 찍는 일이 잦다. 시스템 난맥상으로 인해 효과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제기된다.

22일 최고조에 달한 이 후보의 귀국 시점 논란이 대표적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이 일었다.

한나라당은 전날 구속 중인 김경준씨(BBK 전 대표) 부인인 이보라씨가 이 후보와 김씨의 첫 만남이 1999년 초라고 밝힌 데 대해 입증 자료까지 제시하며 "이 후보와 김씨는 2000년 초에 처음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김씨가 2000년 2월7일과 2000년 2월9일 각각 보낸 친필메모와 편지가 제시됐다. 특히 친필메모에 적인 '2/7 meeting'이란 문구가 이 후보와 김씨의 첫 만남 시점이 2000년 2월7일이란 것을 의미한다고 한나라당은 확언했다.

이 후보는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뒤 지난 1998년 말 미국으로 떠났다가 1999년 말 귀국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먼저 사업제안을 한 김씨와 2000년 초 처음 만났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설명이다.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특히 "내가 1999년 5월에 미국에 가서 이 후보와 같이 지냈다. 적어도 그 이후에는 이 후보가 한국에 들어간 일이 없고 김씨를 만난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정치위 고승덕 전략기획팀장도 "이 후보와 김씨의 비즈니스상(사업상) 첫 만남은 2000년 2월이다"고 거들었다.

BBK 설립 시점(1999년 4월) 즈음인 1999년에는 김씨와 접촉한 적이 없는 만큼 이 후보의 BBK 연루 의혹은 사실무근임을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이날 김씨의 친누나인 에리카김이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와 김씨가 처음 만난 것은 1999년 2, 3월이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만났다"고 구체적인 시점과 장소를 밝히자 결국 "이 후보가 1999년 4~5차례 한국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문제가 된 1999년 3월, 한국에 머물렀다는 점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사단'은 이 과정에서 또 불거졌다. 논리적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 한나라당은 2000년 1월21일 이 후보가 김씨의 사무실을 처음 방문한 후 김씨가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보냈다는 편지를 공개했다.

"어제 김백준 부회장님과 저희 사무실을 친히 방문해주셔서 무척 영광이었다" "사업개시를 위한 사전준비단계로 고용, 임대계약, 전산장비 구입 등을 위해 우선 회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편지였다.

편지 내용을 따르자면 이 후보와 김씨가 처음 만난 것은 2월7일이 아닌 1월20일이 되는 셈. 스스로의 해명과 반박논리를 부정한 것이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이 후보가 BBK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편지 내용을 보면 이 후보와 김씨가 이전부터 사업을 같이 하는 사이가 아니었다는 점이 잘 나타나 있다"고 주장했다.

논리적 허점을 드러내고 '신빙성'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자충수란 지적이 일었다.

대변인의 중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후보가 불과 몇 시간에 뒤집는 엇박자도 생겨났다. '친필서명'의 검찰 제출 여부에 대한 이 후보와 당의 이견이 대표적이다.

한나라당은 전날 밤 BBK 의혹의 핵심인 '이면계약서' 진위를 가리기 위한 검찰의 이 후보 친필서명 제출 요구에 불응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그러나 몇시간 뒤 방송 토론회에서 "제출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한나라당은 결국 BBK 대응 창구를 일원화하기로 했다. 홍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내일부터 당의 창구를 단일화하기로 했다. 12월18일까지 대변인이나 누구라도 네거티브에 대한 대응을 하지 않고 제가 하겠다"고 말했다. 중구난방식 해명이 불필요한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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