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자사주 매입, 신용경색 부메랑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7.11.22 13:00

S&P500기업 올해만 5000억불..서브프라임에 매도 압박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이 다시 글로벌 금융시장을 옥죄면서 기업들의 자사주 전략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풍부한 현금과 원활한 신용시장 자금조달을 통해 기록적인 매입에 나서던 상장사들이 이제는 역으로 주식을 팔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상장사, 자사주 때문에 홍역
일부 기업들의 경우 이미 사들인 자사주 때문에 홍역을 치루고 있다.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예는 적지않다.

정부가 지원하는 모기지업체인 프레디 맥은 기록적인 손실로 배당금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하며 주가가 29% 폭락했다. 하지만 올초 10억달러어치의 자사주를 사지 않았다면 이런 최악의 상황에까지 몰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다른 공영 모기지업체인 패니 매는 어려움에 처하자 보유했던 우선주를 매도해 최근 2개월동안 15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주가는 25%나 급락했다.

지난 1년간 자사주 매입에 24억달러를 투입한 컨트리와이드는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이제는 자사주를 매각해야할 처지다.

주당 35달러에 57억달러어치를 사들인 오피스 디포는 17.49달러에 자사주를 추가로 사고 싶지만 여력이 안된다고 밝히면서 전날 7% 급락했다.

◇기업들 1.5조달러 거둬들이다 ..신용경색으로 부메랑
연준에 따르면 2002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금융업종을 제외한 상장사들은 1조5000억달러 이상의 주식을 자사주 매입, 인수합병이나 바이아웃을 통해 시장에서 거둬들였다. 지난 2분기에만 1925억달러의 주식이 유통시장에서 사라졌다. 이는 기록이다.

주식 매수에 드는 비용의 상당부분은 신용시장에서 조달됐다. 2분기 기업들이 신용시장에서 조달한 금액은 1565달러에 이른다.


그런데 모든게 바뀌었다. 신용경색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길이 막히고, 대규모 손실을 입게되면서 일부 기업들은 있는 주식이라도 처분해 돈을 마련하려 애쓰는 상황이다.

한때 자사주 매입 발표만 있으면 주가가 급등하기를 반복해 투자자들은 상장사 경영진들에게 자사주를 매입하라는 압력을 넣었다. 기업들은 마지못해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와 자사주를 사기도 했다. 지금 주주 압력에 굴복해 자사주를 사는 경영진은 극히 드물다.

◇자사주 매입 때문에 신용등급도 하락
분수를 잊은 자사주 매입은 기업들에게 많은 짐이 되고 있다. 부채를 동원해 사들인 주식들이 하락하자 재무구조가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는 것.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닉 리치오 애널리스트는 "자사주 매입과 차입매수(LBO)가 수십개 투자등급 기업의 신용도를 떨어뜨리는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홈디포의 경우 지난 7월 A플러스에서 BBB마이너스로 강등됐다. 이 근거로 S&P는 "홈디포가 자산 매각과 120억달러의 자금조달을 통해 224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지난주 홈디포는 이미 올들어 3분기까지 108억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했다며 하지만 나머지 자사주 매입은 좀더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S&P500 기업들의 올해 자사주 매입은 5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4360억달러를 훌쩍 넘는다. 4분기 들어 자사주 매입은 크게 줄어들었다.

금융주들은 제조업체보다 한벌 먼저 자사주 매입을 줄이는 쪽으로 돌아섰다. 대신 대출이라는 본업에 치중하는 한편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도 쌓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까지 교체된 씨티그룹은 '티어1'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목표치인 7.5%를 밑도는 상황이다. 적정한 자기자본을 확보할 때까지 자사주 매입은 생각할 염두가 나지 않는다. 씨티는 일단 내년 중반까지 어렵다고 했다. 배당금도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회사측은 아직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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