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까지 '하나'로"...성장전략 성역 없다

이경숙,오상연 기자 | 2007.11.23 17:54

[백년기업의 조건]<6-1>'금융 빅4' 하나금융지주의 기회와 리스크

편집자주 | 사람 나이 100살엔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들다. 그러나 기업은 다르다. 기업은 100살이 넘어도 성장한다. 경제와 사회를 이끈다. 한국의 미래 증시를 이끌 기업의 조건은 무엇일까? 머니투데이는 아시아지속가능투자협회(ASrIA), 에코프론티어와 공동기획으로 국내 대표업종 대표기업의 지속가능성을 9회에 걸쳐 분석한다.

"농구경기할 때 좋은 선수는 공을 튀기면서 한꺼번에 3명을 봅니다. 자기 앞 수비, 감독, 자기가 공을 줘야 할 선수. A급 선수는 자기가 공을 줄 사람이 움직여갈 곳으로 공을 줍니다."

이성규 하나금융지주 부사장은 "결국 일은 좋은 선수가 한다"며 "금융회사가 지속가능하려면 멀티플레이하면서 고객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독도 경기장도 바뀐 시장

많이 달라졌다. 10년전만 해도 한국 금융사의 '감독'이자 '심판'은 정부였다. 감독 말만 잘 들어도 '공', 즉 시장은 따라왔다. 고객, 주주는 '관객'의 자리에 머물렀다.

외환위기 이후 우선 '감독'이 바뀌었다. 정책에 실패한 정부 대신 주주가 들어왔다. 정부는 원래의 '심판' 자리로 돌아갔다.

저성장, 저금리 추세에 시장도 달라졌다. '저축=예금'이란 등식은 깨졌다. 적립식 주식펀드가 주요저축상품으로 떠올랐다. 고객들은 이제 수익률을 따라 다닌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동향 통계에 따르면 예금 비중은 2002년 54.3%에서 2006년 47.2%로 낮아졌다. 고객 성향이 '예금형'에서 '투자형'으로 바뀐 것이다.

머지않아 경기규칙도 바뀐다.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일명 자통법이 시행되면 증권업, 자산운용업, 선물ㆍ투자자문업으로 구분된 자본시장의 칸막이가 사라진다. 투자판의 '선수'와 예금판의 '선수'가 뒤섞이게 된다.

과연 공은 누가 잡게 될까. 주도권은 차츰 '빅4'로 압축되고 있다. 국민은행, 신한지주, 우리금융, 하나금융지주.

머니투데이가 실시한 5대 증권사, 5대 주식펀드운용사 설문조사에서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금융사 중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소유지배구조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산건전성 바탕으로 급성장..'저평가주' 재평가될까

하지만 하나금융지주의 최근 주가는 저평가 상태다. 하나금융지주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배로, 우리금융(0.9배)와 함께 은행주 중 가장 낮은 수준에 있다. 신한지주는 1.5배, 국민은행은 1.3배다.

저평가요인에 대해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하나금융지주의 사업모델에 대해 중장기적 비전이 다소 부족하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져 있는데다 대규모 법인세 추징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세청은 지난 7월 하나은행이 서울은행 합병 이후 5년 동안 법인세 1조여원을 내지 않았다며 과세 타당성을 묻기 위해 재경부에 질의한 바 있다.

저평가요인은 차츰 해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구 위원은 "법인세 추징 만료 시한인 내년 1월 이후엔 주가가 적합한 밸루에이션(수준)을 찾아갈 것"이라며 "하나금융지주가 순이자마진(NIM)과 자산건전성을 잘 방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하나금융지주는 탄탄한 자산건전성을 발판 삼아 빠르게 도약했다. 그 덕분에 외환위기 와중에도 다른 은행들을 인수합병(M&A)했고, 2005년 이후에도 외형 성장을 지속했다.

하나그룹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HSBC에 D가 합쳐졌다"고 말한다. 91년 단기금융회사인 한국투자금융(H)에서 은행으로 재탄생한 후 하나은행은 98년 보람은행(B)과 충청은행(C), 2002년 서울은행(S)에 이어 2005년 대한투자증권(D)을 합병했다.

그 이후엔 합병 없이 성장했다. 2005년 말에 112조5000억원였던 하나금융그룹의 총 자산은 지난해말엔 128조7000억원으로, 올해 6월말엔 140조2000억원으로 1년반만에 24.6%가 늘어났다.

그동안 약점으로 거론됐던 비은행 부문도 강화하고 있다. 현재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은 29%다. LG카드를 인수하면서 비은행 부문 선도금융그룹으로 올라선 신한금융지주(32%)와 비교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창욱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금융지주회사의 명운은 사이즈가 아니라 증권, 자산운용 부문의 비중과 역량을 어떻게 강화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투자증권은 지난 7월 '하나대투증권'으로

사명을 바꿔 공식 출범했다.
◇북한ㆍ중국 잇는 금융벨트 설계.."2015년 순이익의 20% 해외에서"

하나금융그룹은 2009년까지 자산 200조원을 달성해 세계 100대 금융그룹에 진입하겠다며 기염을 토한다. 2015년에는 자산 450조원에 이르는 세계 50대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단다.

특히 해외부문에 대한 계획이 야심 차다. 2015년까지 해외사업 부문을 총자산의 15%, 순이익의 20%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현지법인 예비인가 취득에 이어 베트남 풍남은행과 양해각서 체결, 인도네시아 빈탕마눙갈뱅크와 미국 커먼웰스비즈니스뱅크 지분 인수 등 진출속도도 빨라졌다.

그러나 해외진출에서 성장점을 찾겠다는 하나금융그룹의 전략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해외시장에서 수익을 얻는 데엔 국내시장 이상의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유경 아시아지속가능투자협회(ASrIA) 연구원은 "해외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글로벌기업이 된다는 것"이라며 "다른 글로벌금융사들이 해외진출 때 브랜드 가치 등 무형자산(Intangible Value)을 쌓기 위해 어떤 투자와 노력을 해왔는지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재성 삼성증권 파트장은 "현재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진출은 현지법인 설립 정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현실적인 이익 창출"이라며 "호주은행인 맥쿼리가 아시아 진출시 SOC사업을 특화해 성공했듯 전문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하나금융그룹의 해외진출이 중국, 동남아, 미국 등지에만 머물렀다면 전략의 차이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휴전선 저편, '북한'을 또다른 시장으로 보고 있다.

10월초 남북정상회담에 참가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북한에 마이크로크레디트, 즉 경영컨설팅이 결합된 무담보소액대출의 도입을 제안했다. 또 금융과 무역실무에 대한 교육사업을 구상해 북측에 전달했다.

김 회장은 머지 않은 미래에 한국과 북한, 중국 동북3성이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일 것으로 내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김 회장은 북한이 정치보다 경제, 금융적으로 훨씬 빨리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구상은 마이크로크레디트와 교육으로 북한 사람들의 경제의식을 높여 시장을 더 빨리 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시장형 '햇빛정책'이다.

하나금융이 사회공헌의 하나로 희망제작소와 함께 출범시킨 국내 마이크로크레디트사업에서도 '내수 육성'의 긴 안목이 짐작된다.

◇'좋은 선수 잡아라' 인수합병 2차전

하나금융그룹의 머리는 해외로 향해 있지만 두 발은 국내 시장에 꼭 붙어 있다.

이성규 부사장은 이 부사장은 "빅뱅크(큰 은행)는 내수시장에서 일단 MS(시장점유율)를 지켜야 한다"며 "은행의 예대마진은 앞으로도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금융산업의 화두로 IB(투자은행)와 해외진출이 떠오르지만 국내 IB시장은 아직 천억대 규모로 미발달 상태"라며 "해외시장 역시 장기적 관점으로 진출해야 할 곳"이라고 말했다.

결국 시장의 승자를 가리는 진검승부는 국내에서 '좋은 선수'를 누가 확보하느냐로 판가름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좋은 선수'란 인재일수도 있고, 좋은 회사일 수도 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3년 안에 은행 간 인수합병이 큰 규모로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수도권에 경제력이 집중된 독특한 구조"라며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됐다지만 아직도 은행 수는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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