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결과적으로 김경준(BBK)에게 속은 셈이 됐다. 피해자가 됐다"며 BBK 사건을 '김씨의 사기극'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BBK 주가조작 가담 혹은 BBK 실소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통령직을 걸겠다는 이른바 '무한책임론'도 거듭 확인했다.
이 후보는 이날 밤 KBS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봇물처럼 터지고 있는 BBK 의혹들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는 "검찰의 친필서명 요구에 응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검찰이 친필서명을 제출)하라고 하면 안 해줄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범죄자의 범죄를 확인시켜줘야 하니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친필 서명 요구는 이 후보에 대한 수사의 시작을 의미한다"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한 당의 공식 입장과 상반되는 발언이다.
이 후보는 그러나 "후보 자격으로 당에 서명 제출에 응하라는 지시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다만 "(오늘) 방송을 하면 (당이) 다 알아차릴 것"이라며 "(검찰에서) 요청이 오면 당에서도…"라는 말로 여지를 남겨 한나라당이 입장을 바꿀 지 주목된다.
이 후보는 "(김경준씨에게) 결과적으로 속은 셈이 됐다. 피해자가 됐다"며 처음으로 자신을 '김씨에게 속은 피해자'로 표현했다.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는 분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는 물음에 "검사 집에서도 도둑이 들어오더라. 간이 큰 도둑인데 김경준씨도 간이 크다"고 받아쳤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내가 BBK) 주가조작에 가담했느냐, BBK란 회사가 내 회사냐, 그 두 가지 문제가 밝혀지면 대통령 당선 후에라도 언제라도 책임지겠다"며 '무한책임론'도 재차 강조했다.
최근 불거진 운전기사 위장취업 및 탈세 의혹에 대해 이 후보는 "(제가) 건물 주인이고 기사가 거기 소속돼 있어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 조치한 데 대해 "똑같은 케이스로 서울시장 때 고발됐었다. 문제가 없었다"며 "아마 고발한 분도 문제가 없는 것을 알고 고발했을 것"이라고 신당의 위법 주장을 일축했다.
이 후보는 그러나 자녀 위장취업과 관련해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들 앞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거듭 대국민 사과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특히 위장취업의 목적이 세금 탈루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세금 탈세 목적은 아니다. 세금을 적게 낼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만은 분명하고, 그렇게 일을 만들었던 것은 불찰이라고 자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법안에 대해 이 후보는 "특검은 필요하지만 대선에 악용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며 대선 전 특검 추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특검이 선거(대선) 전에 나올 수 없는 걸 가지고 특검, 특검하면서 모두 떠들고 있지만 그 문제를 지나치게 하다보면 그렇지 않아도 선거가 혼탁하고 정책선거가 없어졌는데 모두가 남을 비방하는 선거가 된다"며 "특검은 필요하지만 대선 판도에 잘못 악용될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후보는 이른바 '보수 논쟁'과 관련 "6.25전쟁 당시의 사고를 가진 보수가 정통보수인가. 21세기시대에 서로 화합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면서도 엄격한 한계가 있는 보수가 있다. 이회창 후보는 극우보수 표를 받지 않겠나 생각을 한 것 같다"며 이회창 후보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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