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라' 반박 한나라 논리는 '글쎄'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07.11.21 17:49

김경준 '친필메모·편지 공개'...만난지 1달만에 회사설립(?)

'반박논리'는 다소 무뎠다. 해명도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했다. 21일 미국에서 BBK 관련 기자회견을 연 이보라씨(김경준 전 BBK 대표의 부인)의 주장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응이 그랬다.

한나라당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과 고승덕 전략기획팀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후보와 김씨가 처음 만난 시점은 1999년 초"라고 밝힌 이씨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였다. 이 후보는 김씨와의 처음으로 대면한 시점이 "2000년 1월"이라며 1999년 4월 설립된 BBK와의 무관함을 강조해 왔다.

▲ 한나라당이 21일 공개한 김경준씨가 이명박 후보에게 보냈다는 친필메모. '2/7 meeting'은 김씨와 이 후보가 2000년 2월7일 처음 만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한나라당의 설명이다.


홍 위원장과 고 팀장은 이씨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로 2000년 2월7일 김씨가 LKe뱅크 설립을 위해 이 후보측에 보냈다는 '친필메모'를 공개했다. 아울러 이틀 뒤 역시 김씨가 LKe뱅크 설립 내용을 담아 이 후보에게 보낸 편지도 제시했다.

김씨의 친필메모라며 공개된 자료에는 △ '2/7 meeting w/김백준 회장님'이 서두에 적혀 있고 서툰 한글과 영어가 섞여 △ 회사 도메인은 'ebank-korea' △ 이명박씨도 대표이사를 원한다(이명박씨 also wants to be 대표이사) △ 초기 자본금 20억 △ 정관에 김경준과 이 후보 또는 대리인이 참석해야 유효하다는 규정 필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고 팀장은 "LKe뱅크 설립을 위한 (이 후보와 김씨간) 최초의 사업상 정식 미팅 시점과 사업 내용들이 적혀 있는 메모"라며 "이 후보가 먼저 사업제안을 한 게 아니라 김경준이 먼저 주도했고 실무 책임도 김경준이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이씨 주장과 달리 이 후보와 김씨가 1999년이 아닌 2000년 2월에 처음 만났다는 의미다.

▲ 김경준씨가 2000년 2월9일 이명박 후보에게 보냈다는 사업제안 내용을 담은 편지.


이와 함께 날짜 '2000년 2월9일', 발신자 'Kyungjoon(KJ) Kim(김경준)', 수신자 '이명박 회장님'으로 돼 있는 사업 제안서도 함께 공개됐다.


고 팀장은 "이 후보가 2000년 전부터 BBK에 관여했더라면 사무실을 같이 썼을 텐데도 메모와 편지를 보낸 것만 봐도 둘 사이에 접촉이 없었다는 걸 의미한다"며 "이 후보와 BBK가 무관하다는 걸 보여주는 자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초 사업 제안 시점과 LKe뱅크 설립 시점을 고려할 때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란 지적이 일었다.

이 후보와 김씨는 2000년 2월18일에 설립했다. 한나라당의 주장처럼 이 후보와 김씨의 첫 만남이 2000년 2월 초라면 짧게는 불과 보름, 길게는 한 달 만에 당시에는 신사업이었던 사이버 금융 회사를 설립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고 팀장의 말에 어폐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2000년 2월이 "이 후보와 김씨가 '비즈니스상(사업상)' 처음 만난 시점"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1998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1999년 말 귀국했다. '사업상' 공식 만남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2000년 이전에 김씨와 만나 얼마든지 사업 논의를 했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뜻이다.

김씨의 친필메모에 연도없이 날짜(2/7 meeting)만 적혀 있는 점도 의문이다. 고 팀장은 "2월9일 사업제안 편지와 내용이 연결되므로 친필메모는 2000년 2월7일이 맞다"고 해명했다.

홍 위원장과 고 팀장은 기자들의 여러 지적과 질문이 봇물처럼 이어지자 간담회를 서둘러 마치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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