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 매각, AIG가 잃은 것은?

더벨 현상경 기자 | 2007.11.22 09:58

인수자 더 찾다가 손해봤다...SK "가격도, 시기도 내맘"

이 기사는 11월 22일 08시 23분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미디어 thebell에 이미 출고된 것입니다.


반전드라마를 펼친 하나로텔레콤 인수전이 '주인공'을 바꾸며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국내 통신업계를 재편할 빅딜임에도 불구, 업계가 이번 딜을 보는 시각은 남다르다. 한마디로 그 잘나간다는 외국계 금융회사들도 때론 '실수'를 한다는 것. 그리고 국내 기업들의 M&A전략이 시장에서 꽤 먹혀들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결론만 놓고 보자면 하나로텔 매각자측인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은 꽃놀이패를 쥐려다 낙동강 오리알로 전락한 경우로 요약된다. 동시에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 역시 트랙레코드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사실 하나로텔레콤 인수전은 10월말께만 해도 맥쿼리가 사실상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거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1차 입찰은 물론, 2차 입찰에서도 경쟁자인 SK텔레콤,LG그룹, 칼라일 등이 인수의사를 밝히지 않은터라 사실상 단독 응찰로 진행됐기 때문. 이로 인해 양측은 주당 1만4000원으로 알려진 매각자측 인수희망 가격을 조율하는 작업만 남겨놓았다.

문제의 시발점은 바이어(Buyer) 우위양상을 보다못한 AIG-뉴브리지가 11월초 긴급히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SK텔레콤 등에 또 한번 참여를 요청한데서 비롯됐다.

M&A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경쟁을 붙일 상대가 있어야 인수전이 '흥행'을 하고 매각가격 인상도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었다"며 "맥쿼리에 매각해 정보통신부 인가,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성 심사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걸 보느니 차라리 가격이 좀 깎여도 정부인가에서 문제가 없을 SK를 처음부터 짝사랑했을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맥쿼리측은 이 같은 매각자측 태도를 '다 된 협상 뒤집기'라며 크게 불만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맥쿼리측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맥쿼리와 긴밀한 업무관계를 맺고 있는 한 연기금 관계자는 "맥쿼리 인사들이 AIG-뉴브리지가 의도적으로 협상을 망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이달 9일 로이터 등을 통해 맥쿼리가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황은 또 한번 반전을 맞았다. 맥쿼리측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맥쿼리는 사실 이때만 해도 정말 인수를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며 "이후 시간이 더 지나 정말 인수협상을 그만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협상과정에서 양측의 입장을 대변한 무수한 '언론플레이'에 질린 연기금이 사실상 참여를 포기한게 맥쿼리의 발을 묶은 핵심 이유라고 본다.


맥쿼리와 함께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했던 국민연금측의 한 관계자는 "외신보도가 나올때만 해도 맥쿼리로부터 정식 포기의사를 전달받은 바 없었다"며 "그러나 인수과정이 이렇게 흘러가게 되면 투자결정이 까다로운 연기금은 욕을 먹지 않기 위해서라도 인수전 참여를 꺼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기금은 대개 한번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 두번다시 동일 건에 들어가지 않는다. 한때 국민연금, 군인공제회, 행정공제회 모두가 참여를 검토했다가 높은 가격이나 협상과정, 자산성격 등을 이유로 내팽개친 대우건설 인수전이 대표사례다.

매각자인 AIG컨소시엄은 맥쿼리를 잃고 이제 간신히 SK텔레콤만 바라보며 협상을 다시 진행하게 됐다. 뒤늦게 '초청'형식으로 참여한 SK측은 당연히 여유만만하게 매각가격은 물론, 시기까지 조율하며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은 아예 기자들을 만나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붙는 조건이 많고 어려우면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인수절차를 그리 오래 끌 이유가 없으며 이달말 실사 끝내고 마무리하겠다"는 호언장담까지 내놓는다.

매각가격도 이제는 SK가 주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초 맥쿼리가 제안한 주당1만2000원~1만3000원 가격에 비해 SK가 제안한 가격은 주당 1만2500원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SK가 진행하는 3주간 가량의 실사과정을 통해 '실사해보니 회사가치가 더 낮아 가격을 더 내려야겠다'는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거기다 SK는 맥쿼리가 갖지 못한 강점을 더 갖고 있다. 국내 통신사업자인 만큼 AIG-뉴브리지가 우려하는 먹튀논란에서도 벗어나고 기간통신사업자 인수에 대한 정보통신부 인가도 훨씬 쉽다.

또 다른 M&A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하나로텔레콤은 이번에 맥쿼리가 가져간다고 해도 중장기적인 보유 보다는 몇년뒤 SK나 LG에 팔수밖에 없는 물건"이라며 "그러니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1차, 2차 입찰때도 선뜻 높은 가격을 지르기 싫어 물끄러미 쳐다본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한 전략이 이번에 제대로 먹힌 셈이다.

결론적으로 매각자측인 AIG-뉴브리지는 이제 SK 외에는 상대자가 없으니 거의 협상과정에서 끌려다니게 됐다. 물론 4년전 5억달러(당시 약 5600억원)에 하나로텔레콤을 사들였으니 지금도 5000억원 이상의 차익은 얻을 수 있겠지만 당초 원했던 그림은 아닌 셈이다.주관사인 골드만삭스 역시 "딜을 지저분하게 진행했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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