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미분양, 뾰족한 해결책 없나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 2007.11.21 08:22

[전문가 6인 긴급설문]지방 대출·세제 완화, 급량 조절 시급

그야말로 미분양 대란이다. 9월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아파트는 10만가구로 외환위기 직후와 비슷하다. 건설교통부가 공식 집계한 물량이 이 정도니 실제 미분양아파트는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수도권은 지방과 비교하면 양반이다. 지방에는 청약률 0%, 계약률 10% 미만 신규 분양 단지들이 수두룩하다. 아파트 다 짓도록 팔리지 않은 '준공후 미분양' 물량도 많다. 중소건설사들은 수년간 준비한 분양사업 실패로 자금이 묶여 줄도산 위기를 맞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공급과잉과 수요위축이 맞물려 이번 미분양 대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머니투데이는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는 미분양아파트 적체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20일 부동산 전문가 6인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대출·세제 규제를 완화해 주택 교체 수요가 공급물량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지나친 규제로 시장이 위축돼 생긴 문제인 만큼 일부 규제만 풀어 시장에서 자체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풀이다.

다만 모든 지역의 규제를 완화하기보다는 우선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지방의 주택담보대출 및 양도세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수도권까지 규제를 완화할 경우 다시 과열 조짐이 나타날 수도 있어서다.

◇지방 '돈줄' 풀고 규제 완화해야=전문가들은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려면 강화된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완화해 수요자들의 자금줄을 풀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직후에는 경기가 좋지 않아 미분양이 쌓였지만 최근의 미분양 문제는 수요를 억눌러서 생긴 일"이라며 "지방 사정에 맞지 않는 대출 규제만 풀어도 상당수의 미분양아파트가 팔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지방 모델하우스를 다녀보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안 팔릴까봐 무서워서 분양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세금 폭탄에다 은행 문턱까지 높여놓고 투기과열지구 해제만으로 지방 미분양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건 정부의 욕심"이라고 말했다.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세제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현아 연구위원은 "불꺼진 아파트가 넘쳐나는 지방에서 1가구1주택만을 고집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며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세컨드하우스 목적으로 지방 주택을 구입할 때는 관련 세금을 깎아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택임대사업(매입임대) 규제를 푸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2005년 8.31대책때 주택임대사업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분양시장 큰손인 임대사업자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외환위기 직후처럼 획기적인 면세 혜택은 아니더라도 사업자 등록 기준이나 감세 요건 등을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량 수위 조절 필요=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공급물량이 한꺼번에 몰린 만큼 공급량 수위를 조절하면 미분양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한은행 고준석 팀장은 "부산, 대구, 천안 등 미분양이 심각한 지역을 살펴보면 수천가구가 동시에 공급된 경우가 많다"며 "잠실 등 대규모 재건축 단지와 같이 지자체가 분양승인 시기를 조율해 물량이 일시에 쏟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신조 사장은 "연말에 분양물량이 집중된 것은 분양가상한제 때문"이라며 "이달말까지 분양승인을 신청한 단지는 2∼3년 후에 분양해도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면 공급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대안을 내놨다.

◇외환위기 직후와는 상황 달라=지방은 대출 및 세제를 완화해도 과열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선덕 소장은 "2007년 부동산 시장은 외환위기 직후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며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집값 하락 전망이 우세한데 대출 규제 풀었다고 투기꾼들이 지방으로 몰려들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편집장도 "지방은 새 아파트를 분양받고도 살고 있는 집이 안 팔려 이사를 못하는 판국"이라며 "정부가 단언하는대로 2∼3년뒤 집값이 더 안정된다면 금융비용도 건지기 힘든 상품에 투자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규제 완화 등 정책 시행 여부는 좀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건국대 정의철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미분양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는 여려운 결정이 될 것"이라며 "민간건설사들은 정확한 분석 없이 무작정 벌여 놓은 사업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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