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고민' 李 '허탈' 文 '답답'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 2007.11.20 16:20

D-29, 지지부진한 범여권 통합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고민이 깊다. 생각만큼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민주당과 합쳐 전통 지지자들을 결집시킨 뒤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로 '개혁' 연대를 이루겠다는 게 당초 구상이었다.

그런데 정작 하나도 성사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 합당은 물 건너 간 상황이고 문 후보와의 단일화도 쉽지 않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의 머리도 복잡하긴 마찬가지. 결혼 날짜를 받아놓고 식을 준비하다 깨진 판이니 화가 치민다. 혼자서라도 완주하겠다고 외치지만 성원이나 격려도 없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역시 답답하다. '가치' '새로움'으로 뭔가 만들려 하지만 폭발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정치권 안팎에서 단일화 압력에 시달리느라 골치가 아프다. 정 후보와 함께 가기도, 따로 가기도 멋쩍다.

◇정동영, 그래도 간다? = 정 후보의 현재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통합이나 단일화가 미적대고 있는 가운데 당 안의 움직임도 기민하지 못하다. '외환'이 '내우'를 키우고 '내우'가 또 '외환'을 낳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수도권 한 초선의원은 "세력 통합이 지지부진해지니까 전반적으로 자신감이 떨어지고 활력이 줄어드니까 외부와의 협상력도 예전 같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의 전략은 "그래도 간다(GO)"다. 현 시점에서 발을 빼거나 밀리면 대선 자체를 치를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20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저는 윗사람에게 그동안 할 말은 분명히 해왔지만 동료와 아랫사람에겐 할 말을 다 못하고 참아왔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민주당과의 통합에 대해서도 "협상이란 게 막바지로 가면 밀고당기기와 진통이 있다. (협상 타결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낙관론을 견지했다.

◇이인제, 혼자 간다? = 이인제 후보의 현재는 '허탈'이다. 민주당도 그렇다. 합당과 후보 단일화를 기정사실화했던 만큼 실망도 크다. 그래서인지 "분당때보다 더한 배신" 등 말도 험하다.


"신당과 정 후보가 국민 앞에서 선언한 합의를 헌신짝처럼 차버렸다"(이인제 후보)는 말도 나온다. 통합에 나름 기대를 갖고 있는 정 후보나 신당의 분위기와 비교하면 대조된다.

이인제 후보는 "혼자 가겠다"고 선언했다. "지금부터 저와 민주당은 독자적으로 중도개혁정권을 세우는 일에 헌신하겠다"고도 했다. 강한 의지가 읽힌다.

그런데 현실은 그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선거를 치를 조직이나 자금부터 문제다. 일각에선 합당이 무산되면 당 전반에 위기감이 밀려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후보나 민주당이 신당측에 책임을 돌리는 것도 내부 혼란을 정리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막판 대타결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국현, 단일화 없다? = 문 후보의 현재는 답답하다. 자기 구상대로 갈 길을 가고 있는데 곳곳에서 '태클'이 들어온다. 단일화 요구가 대표적이다.

정 후보, 신당내 개혁 그룹, 시민사회세력 등의 압박이 계속되고 잇는 형국. 결국 문 후보는 일단 "토론하자"는 제안을 했다. 정 후보를 향해 사퇴를 촉구하고 실정에 대한 토론을 하자는 등 여러 설명을 곁들였다.

이를 두고 '사퇴 요구' '단일화 검토' 등 해석이 다양하다. 그래도 방점은 뉘앙스는 예전과 달라졌다는 데 찍힌다. 정 후보측 김현미 대변인도 "문 후보가 단일화 관련 토론회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며 긍정적 해석을 내놨다.

반면 문 후보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지난번 삼성 특검을 갖고 논의했듯 이번에는 현 정부 실정 등에 대한 토론을 하는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정 후보와 문 후보간 단일화가 시동은 걸렸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토론 자체가 자기 세력, 자기 지지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자 명분 쌓기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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