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열면 마음을 얻는다

김형진 기자 | 2007.12.04 12:05

[머니위크][Book]마음을 얻는 지혜, 경청

판타지 사극이란 포맷으로 인기를 끄는 TV드라마에서 재미있는 대사를 접했다. 왕이 어전회의에서 신하들에게 묻는다. "해마다 때가 되면 북쪽 부족들이 국경을 침범해오는 이유를 아시오?" 그러자 신하들은 "그걸 알아 뭐합니까. 오는 족족 쳐부수면 되지요"라며 뒷짐을 진다.

"복수의 씨를 뿌리면서 이기면 무얼 하오. 그들의 침략은 뭔가가 필요하기 때문인데..." 답답한듯 잠시 뜸을 들인 왕은 중개무역이란 '상생의 해법'을 제시하며 이렇게 말한다. "제발 무작정 싸우려고만 말고 그들의 말을 들어 보세요."

역사의 수레바퀴가 1600여년을 더 굴러 인간의 '귀'는 100억개를 헤아리지만 남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풍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귀'보다 '입'이 빠르고 '악수'보다 '무기'가 앞서는 현상에 대해 <경청(위즈덤하우스 펴냄)>은 색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최첨단의 현대 의학도 어쩌지 못하는 불치병 암. 이 병의 한자(癌)를 풀이해 보면 "입이 세 개나 필요할 정도로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그걸 산에 가두어놓고 막아버렸다"가 된다. 무릇 생명체는 내면의 스트레스와 의사소통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때 치명적인 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틈만 나면 자기 스트레스를 입밖으로 토해낸다.

하지만 심신의 고른 건강을 원한다면 입보다 귀를 잘 활용해야 한다. 책은 '들을 청(聽)'의 의미를 재미있게 풀어준다. 듣기란 왕같은 존귀한 귀를 갖는 것을 뜻하는데 이는 열개의 눈(마음의 눈)과 하나의 마음을 소유한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나를 위해 경청하면 발견을 할 수 있고 우리를 위해 경청하면 공감할 수 있으며 모두를 위해 경청하면 상생할 수 있다". 언뜻 '한가한 담론' 같지만 자기 PR만 난무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놓고 보면 흑백의 대비처럼 메시지가 선명하다.

둘러보면 많은 사람이 책의 주인공 이토벤처럼 착각 속에서 시간을 허비한다. 아내와 아들이 있고 음악을 좋아해 악기회사에 취직했으며 회사의 구조조정 때 목 좋은 대리점 하나 할당받았다면 그런대로 성공가도를 달린 듯하다.


하지만 한꺼풀 뒤에 놓인 진짜 실상은 정반대다. 자기발전만을 도모해온 10여년의 회사생활은 불치의 병을 몸 안에 함께 키워왔고 아내와는 가정사 문제로 별거 중이다. 회사 사람들은 모르지만 아들은 정신지체 아동이다.

세상사란 이토벤의 예에서 보듯 잠복된 문제를 한꺼번에 폭발시킨다. 몸을 쓰러뜨리는 병과 마음을 쓰러뜨리는 아내와의 갈등, 그리고 아들에 대한 미안함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온갖 난관을 딛고 '영혼의 귀'를 여는 과정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그린 '성인 동화'다. 주인공의 죽음이 가슴 아프긴 하지만 그를 통해 가정과 부서와 회사가 변화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는 경청의 가치를 깨닫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성공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다른 사람을 성공시킨 사람이고 성공하는 조직은 다른 조직을 살리는 조직"이란 결론이 큰 울림으로 남는다. 변화의 시기에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조직의 어느 위치에 있든 상관없이 모두가 귀를 열어놓고 배워야 한다. 쓸데없는 호기심 같지만 저자가 두 명이라는 게 자꾸 눈길을 끈다. 책을 쓰는 동안 그들은 서로의 의견을 얼마나 '경청'했을까. 안 봐도 눈에 선하다.

마음을 얻는 지혜, 경청/조신영·박현찬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246쪽/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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