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골드만삭스의 선견지명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7.11.20 11:20

2년전부터 모기지 투자 줄이고 보험 가입해 둬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은 메릴린치와 씨티그룹의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는 등 월가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씨티그룹은 차기 CEO도 내정하지 못하는 등 만신창이가 된데 비해 골드만 삭스는 신용경색에도 최고의 실적을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은 씨티와 골드만삭스가 어떻게 다른가를 상징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씨티그룹의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했다. 골드만삭스가 씨티에 메스를 들이대는 순간이었다. 여파는 컸다. 글로벌 증시는 다시 신용경색의 회오리에 휘말린 듯한 양상이다. 골드만삭스의 영향력과 씨티에 메스를 들이대는 자신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다.

왜 이토록 골드만을 잘나가는 걸까? 시장의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운 '레벨3' 자산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골드만삭스는 거의 유일하게 이번 신용경색에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씨티, 메릴린치와 대조를 이루며 골드만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배경에는 경영진의 탁월한 위험관리 능력, 위기에 강하도록 단련된 기업문화 등이 자리잡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3분기 순이익이 79%나 증가한 28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대출 자산에서 15억달러를 상각했지만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다.

이에따라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의 수입은 예상보다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연봉이 5430만달러였다. 올해 골드만이 적립한 임직원 보상금이 20% 증가한 것을 감안할 때 적어도 6500만달러의 수입이 가능하다. 일부에서는 그의 성과를 고려하면 최대 7500만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

◇잘 나갈때 조심하자..2년전에 위험 관리 단행
골드만의 성과는 얼핏 행운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속을 아는 사람들은 운이 아닌 실력이라고 평가한다. 2년전 금융시장이 매우 강세를 보일 때 골드만의 최고재무담당자(CFO)인 데이비드 A. 비니어는 '모기지위험' 회의를 소집했다.

맨해튼 본사의 30층에 위치한 비니어의 사무실에 모기지를 담당하는 주요 임원이 모두 모였다. 비니어는 이 자리에서 심각한 문제에 대해 걱정했다.

다른 경영진들과 회사가 보유한 모든 포트폴리오를 총점검한 결과 비니어는 명쾌한 결론에 도달했다. "회사는 모기지와 모기지 관련 증권의 규모를 줄여야한다. 그리고 추가적인 손실을 막기위해 값비싼 포험에 들어야한다"

약간 허풍을 떠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시장의 생각과 반대로 가는 골드만 고유의 스타일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리먼 브러더스 등 극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경쟁 회사들이 모기지시장에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는 상황에서 골드만은 애써 비용을 들여 포트폴리오 보험에 가입한 것이다.

물론 서브프라임 문제를 인지한 골드만조차도 투자자들에게 위험한 모기지를 파는 것은 계속했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모기지 증권을 산 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지만 골드만이 가입한 보험(헤지)에서는 이익이 났다.

7월말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자 메릴린치 씨티그룹 UBS 베어스턴스 모간스탠리 등은 막대한 손실에 직면했고 골드만은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골드만 고유의 문화도 주목
기 모즈코스키 메릴린치 애널리스트는 "유례없는 신용경색과 모기지 시장 붕괴를 딛고 골드만이 놀라운 이익을 낸 것에 지체없이 A+ 점수를 주어야한다"고 말했다. 특이한 것은 골드만이 신용경색에 앞서 선보인 탁월한 판단과 선택의 시스템을 다른 경쟁사들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영자들과 애널리스트 그리고 금융사학자들의 말을 빌면 골드만의 비법은 한마디로 "폭발력있는 사업 통찰력과 병적일 정도로 겸손한 맨파워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유식한 말로 2등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엘리트주의, 나보다는 우리를 우선시하는 팀우선주의라는 서로 상충되는 2가지 기풍이 효과적으로 배합됐다는 분석이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같은 기업문화는 조직적으로 보장받고 있다.

이덕에 골드만은 시장이 좋을 때 많은 거래와 제품 그리고 지역에서 큰 돈을 벌었고 침체기에도 돈 벌기를 지속한 것이다.

올들어 업종지수가 14% 하락한 상황에서 골드만 주가는 13% 올랐다. 메릴린치와 베어스턴스는 40% 급락했다. 골드만삭스의 이사인 슈테판 프리드먼(전 공동의장)은 "신기한 것도 없고 남들이 모르는 기법이 있는 게 아니다. 다만 우리는 80년대부터 기업 문화를 새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임직원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결과 회사는 매우 유능한 인재를 거느리게 됐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월가의 인재 사관학교로
흉흉한 위기의 상화에서 추종을 불허하는 성과를 내자 골드만 사람이라면 '묻지도 않고 모셔가는' 게 월가의 관행이 되고있다. 관행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하다.

위기에 빠진 메릴린치를 구할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존 테인 뉴욕증권
거래소(NYSE) 유로넥스트 CEO는 골드만삭스 사장 출신이다.

또 존 테인 후임으로 NYSE CEO로 임명된 던컨 니더라우어도 골드만삭스 출신이
다. '위기에 강하다'는 정평과 함께 신용경색으로 낙마하는 금융회사 CEO 자리는 모두 골드만삭스 출신이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재계와 정계,행정부를 움직이는 핵심 요직엔 골드만삭스 출신이 포진하고 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골드만삭스 회장 겸 CEO를 지내다 작년 재무장관에 발탁
됐다.

클린턴 정부에서 '신경제'를 이끌며 역대 최고 재무장관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로버트 루빈 현 씨티그룹 회장 역시 골드만삭스 출신.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
재와 조슈아 볼턴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프리드먼 국가경제자문위원회 의장,
루벤 제프리 상품선물거래위원회 회장 등도 골드만삭스에서 실력을 갈고 닦았다
.

존 코자인 뉴저지 주지사도 폴슨 장관과 공동회장을 지냈다. 미국 밖에서도 인기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재, 차기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 내정된 마크 카니 캐나다 재무차관도 골드만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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