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달러결제 못바꾸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7.11.20 10:05

달러 계속되는 약세로 기축 통화 입장 흔들

'달러 버리기'(Ditching the dollar) 움직임이 시작됐다. 유로당 1.5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약달러가 기승을 부리면서 달러화의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이 점차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말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상회담에서는 원유 결제수단을 달러에서 유로화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겉으로는 조용하던 중국마저 전날에는 달러 약세가 너무 지나치다고 공식적인 우려를 표명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달러 약세가 질타의 대상이 됐다.

이러한 판국에 미국은 답답할 정도로 '강한 달러' 정책 고수와 함께 '시장에 맡기자'는 원칙론만을 주창하고 있다. 달러 약세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무역적자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실한 입장에서다.

그러나 CNN머니는 19일(현지시간) OPEC이 달러를 유로화로 쉽게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가 시장에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 달러 약세 보다 가파른 유가 상승 △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돈독한 관계 △ 기술적 어려움 등이 원유 시장의 결제 통화를 변경하기 힘든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등 주로 반(反)서방국가들은 지난주말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OPEC 정상회담에서 달러 대신 유로 등 다른 화폐를 석유결제통화로 사용해야 한다고 공식 요청했다.

마흐무드 이란 대통령은 "미국이 우리 석유를 가져가는 대신 값어치없는 종이다발만 안겨주고 있다"면서 "달러 이외 통화를 결제 통화로 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베스 대통령도 "달러가 지배하는 세상은 끝났다"면서 "달러가 낙하산 없이 떨어지고 있으며 유로화가 나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유결제통화를 달러에서 유로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달러 약세를 더욱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피터 테르자키언 ARC 파이낸셜 수석 에너지 이코노미스트는 "약달러에 따른 원유결제통화 변경 주장은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정치적 무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는 지난 2002년 이후 지속적인 약세 흐름을 이어오면서 유로당 1.50달러선에 바짝 다가섰다.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외환보유액을 달러에서 유로 등으로 변경하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OPEC이 쉽게 결제통화를 유로화로 대체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선 유가가 달러화 기준으로 계속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북해산 브렌트유가 모두 달러로 거래된다는 점도 OPEC이 선뜻 유로화로 결제통화를 변경하기 힘든 이유다.

달러 가치는 유로에 대해 지난 2002년 이후 50%나 하락했다. 이 기간동안 유가는 무려 5배나 급등했다. 달러가치가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유가 상승분이 이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바클레이 캐피털의 원자재 리서치 헤드인 폴 호스넬은 "석유 생산자들은 이 같은 유가 급등을 원했다"면서 "달러 약세에 대한 불만은 과도한 욕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가가 달러 평가절하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오름에 따라 OPEC 국가들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며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결제 통화를 바꾸려는 논의는 소극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친분 관계도 달러화 결제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를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이 쉽게 유로화 결제로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펜하이머의 석유 애널리스트인 파델 게이트는 "압둘라 국왕은 차베스 대통령의 발언을 마치 학급에서 떠드는 아이처럼 차단했다"면서 "OPEC은 석유 권력이 베네수엘라나 이란이 아닌 사우디아라비아에 있음을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이트는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고 덧붙였다.

달러 이외 통화로 유가를 산정하는 것에 대한 기술적 위험도 존재한다. 대부분의 유종은 WTI나 브렌트유에 유가를 연동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통화로 이를 바꿀 경우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에 따라 OPEC이 다른 통화로 결제 통화를 대체하려면 독자적인 가격 체계를 구성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수십년간 이어져온 관행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테르자키언은 "달러는 석유세계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라며 "이를 대체하기란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OPEC이 결제통화를 다른 통화로 변경한다고 하더라도, 달러 가치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제프리 큐리 골드만삭스 원자재 리서치 헤드는 "OPEC이 세계 시장이 판매하는 금액은 하루 15억달러에 불과하다"면서 "하루 달러 거래량은 3조달러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5. 5 "밖에 싸움 났어요, 신고 좀"…편의점 알바생들 당한 이 수법[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