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창이' 씨티, 아직도 갈길 멀다

유일한 기자, 김유림 기자 | 2007.11.20 07:15

2009년까지 수익성 타격..배당금도 35% 줄어들 전망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월가의 금융기관으로 단연 씨티그룹이 꼽힌다. 천문학적인 자산상각과 더불어 찰스 프린스 최고경영자(CEO)를 해임하는 고강도의 처방을 내린 씨티그룹, 시장의 평가는 그러나 '아직 멀었다'는 쪽이다.

급기야 골드만삭스가 19일(현지시간) 씨티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조정했다. 윌리엄 타노나 애널리스트는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구조화투자회사(SIV), 레버리지론 등에 대한 씨티의 노출 정도를 봤을 때 씨티가 목표로 하는 실적을 달성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내년 주당 순익 전망치를 4.65달러에서 3.8달러로 낮췄다. 목표주가도 33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씨티 주가는 이날 5.9%나 급락했다. 지난 14일 37달러대로 반등했던 주가가 다시 32.08달러로 주저앉았다. 지난주까지 씨티의 올해 하락률은 39%에 달했다. 모기지관련 증권에 대한 투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급기야 배당여력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씨티그룹 2009년까지 힘들다
골드만삭스의 뼈아픈 지적은 바로 씨티의 정상화가 내년이 아니라 그 이후 2009년까지 어렵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손실 뿐 아니라 새로운 CEO를 선임하고 그(또는 그녀)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정비하고 여기서 수익을 창출하는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위험 채권 투자로 거액을 날린 금융기관은 고수익의 기회에 다시 접근하는데 상당한 물질적, 시간적 비용을 지불하기 마련이다.

토노나는 "현시점에서 씨티의 리더십 부재 문제가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아직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았다"며 "소비 경기가 둔화되고 주택침체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씨티는 사실상 전 사업부문에서 많은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9년 주당순이익까지 5.2달러에서 4.65달로로 낮춘 배경이었다.

◇상각 규모 150억달러
골드만은 이에따라 씨티의 추가상각 규모를 150억달러로 추정했다.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회사측이 향후 80억~110억달러의 상각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지만 골드만은 4분기 110억달러에 내년 1분기 40억달러를 더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노나는 "투자은행(IB) 이외의 사업도 우울하다"며 "소비경기 둔화에 따라 소매 은행, 신용카드 사업까지 고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토노나는 "위험에 투자해 고수익을 얻는 사업이 급하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씨티의 위험 자본(Risk Capital)에 대한 이익이 2008년이나 2009년에 걸쳐 12%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은 씨티를 둘러싼 이슈가 이른 시간 안에 정상화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CEO가 선임돼 적절한 경영활동에 들어서기 까지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시장, 예상하기는 했다..하지만 배당금 타격은 충격
씨티가 어렵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 15일 3분기 실적 발표 때도 씨티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게리 크리텐덴은 '썰렁한' 사업 전망을 내놓았다. 회사의 강점이었던 채권사업이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고백이었다. 모기지 연체가 증가한다는데 특히 주목했다.

그래서 "4분기에 이익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존의 견해를 수정했고 이렇다할 실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투자자나 금융시장 역시 이같은 점을 인식하고 동의했다. 그러나 씨티의 투자매력을 지지하던 배당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자 '패닉'이 재발했다.

토노나는 씨티가 안정적인 배당을 할 수 있을지 새로운 의문을 제기했다. 씨티는 이른바 '티어1'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7.5%를 넘는 것을 목표로한다. 3분기말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7.3%로 목표에 미달한다. 당국의 은행 재무건전성 기준을 충족하고 경쟁사에도 크게 뒤지는 않지만 적신호가 커진 것은 분명하다.

씨티는 내년 2분기까지 목표치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고 이때문에 자사주 매입을 연기하기로 했다.

토노나는 목표를 채우기 위해 40억달러 정도가 필요하다며 첫번째 선택은 배당금을 줄이는 것이라고 보았다. 40억달러는 배당금 총액의 36%에 해당한다. 씨티는 '배당은 안전하다'고 해명해지만 시장은 의심을 풀지 않았다. 얼마전 CIBC의 애널리스트인 메리디스 위트니가 배당금 삭감을 지적했을 때에도 씨티 주가는 8%나 급락했다.

옵션시장에서는 내년 배당금이 35% 줄어들 것으로 반영하고 있다. 토노나는 올해 씨티의 배당금은 주당 2.16달러로 추정했다. 이는 금요일 종가 대비 6.4%의 시가 배당수익률이다. 주가 급락에 따라 배당 수익률은 높아진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배당금이 줄면 수익률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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