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위기를 말하다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07.11.19 21:01

거래대금·고객예탁금 동반 급감…"상승보다 하락에 무게" 중론

19일 코스피시장 거래대금은 5조1753억원이다. 지난 9월18일 4조9542억원이후 2개월만에 가장 적다.

그동안 지수가 하락해도 거래대금은 줄지 않았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호가들이 모두 체결됐기 때문이다. 호가가 체결된 것에 대해 투자자들은 기뻐했다. 자신이 원하는 높은 가격에 팔았고 자신이 원하는 낮은 가격에 주식을 샀기 때문이다(그러나 무엇보다 모든 호가가 체결된 것을 기뻐한 사람은 증권사와 증권사 영업직원이었다).

하지만 얘기가 달라졌다. 호가는 다양하지 않았고 2개월동안 활발히 이뤄진 투자는 사라졌다. 상승을 기대한 사람과 '더 이상 못 오른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공존했던 모습이 다소 변했다. 혼란스럽던 상황에서 정리가 되는 분위기다. 이제 투자자들은 추가 상승보다는 하락에 무게를 더욱 두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은 펀드매니저 역시 마찬가지다. 무섭다고 한다. 대표적 예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미래에셋인사이트'의 유동성 비율은 무려 27.82%에 달한다. 주식비중은 66.4%에 불과하다. 미래에셋인사이트는 매력적인 투자대상을 집중 발굴해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들어온 자금의 30% 정도를 현금으로 들고 있다는 것은 아직 매력적인 투자대상을 발굴하지 못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혹은 더 좋은 가격에 사려는 의미가 담겨있을 것이다.

다른 펀드도 다르지 않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펀드에 돈이 적게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예전보다 집행규모가 줄었다"며 "그만큼 매니저들은 위기를 직감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16일 기준 고객예탁금은 전날보다 2237억원 감소한 11조924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11일 11조9697억원이후 6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예탁금은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놓은 자금으로 예탁금이 낮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주식을 사려는 대기 투자자들이 적다는 의미다. 그만큼 주식시장에 대한 열기가 식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탁금의 감소는 거래대금의 감소와 연결되면서 '위기'를 말하고 있다. 위기를 직접적으로 말하기 않더라도 하락에 대해 어느정도 생각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전에는 올랐던 종목에 맞춰 키맞추기가 이뤄졌다면 지금은 하락한 주식과 업종에 맞춰 다른 주식들이 덩달아 떨어지고 있다"며 "지지선이 별다른 저항없이 무너지고 있는 만큼 추세 하락을 점검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예전에 '아줌마들이 객장에 아이를 엎고 오면 꼭지'라는 정설(?)이 있었다. 그러나 이 말은 시대가 바뀐만큼 변해야 한다. 증권사 객장은 이미 많이 사라졌고 객장에서 증권사 직원과 대면할 필요도 없다. 또 출산율이 낮아져 아이도 적고 소득 수준이 높아져 아이를 엎고 올 필요도 없다.

머니투데이에는 각종 문의 전화가 많다. 이날 다소 의미있는 전화가 왔다. 펀드수익률을 알고 싶다는 아줌마의 전화였다. 그만큼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아줌마들이 객장에 아이를 엎고 오면 꼭지'라는 증시 격언이 오버랩되는 것은 비단 기자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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