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초승달 증시, 그믐달 증시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 2007.11.19 15:32
몇 달째 숨가쁘게 달려온 증시가 최근 숨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숨고르기의 의미를 두고 해석이 분분합니다. 여러 신호와 소문들을 두고 상투의 징후인지, 또다른 큰장의 시작일지를 두고 자기 나름의 분석을 내놓는 거죠. 대표적인 신호는 고유가를 바탕으로 한 산유국들의 오일 달러나 해외 왕실의 돈 등 거액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소문입니다.

최근 만난 한 연기금의 임원은 최근 수조원대의 거액을 투자할 의사가 있는 외국 지도자가 있다며 협조해 줄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증시 상황을 알아봐 줄 수 있는지와 해외로 동반 출장을 가 줄 수 있는지를 물어왔다는 거죠. 질문해 온 이는 리비아 국가원수인 카다피 대통령쪽에서 일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답니다.

올해로 집권 38년째를 맞고 있는 카다피 대통령은 최근 수년내에 핵개발 포기를 선언하고 미국과 외교관계 복원하는 등 변신하고 있어 해외 투자 검토도 이 같은 맥락일 수 있습니다.

또다른 회사 임원은 중동은 아니지만 지중해의 도박왕국인 모나코 왕실에서 투자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니 협조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합니다. 12억 달러(1조1000억원 안팎)의 재산을 가진 모나코의 알베르 2세 왕자는 세계 부호 군주 중 8위라고 하니 왕실의 자금이면 수천억원대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아직 이들의 제안이 성사돼 국내로 자금이 들어왔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거액 자금 유입설은 흔히 증시 상승의 끝자락에 나오는 전형적인 루머입니다. 물론 카다피 대통령이나 모나코 왕실 자금이 국내에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만 아직은 실체가 불분명한 것도 사실입니다.


한 증권사의 임원은 최근 증시는 초승달같기도 하고 그믐달같기도 하다고 했습니다. 달이 더 차오를지 이지러질 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애매모호한 같기도 증시라는 거죠.

삼국 시대의 야사입니다. 백제 의자왕 말기에 백제가 망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더니 백마강 강변에서 "백제는 보름달이고 신라는 초승달과 같다"는 문구가 적혀 있는 커다란 거북이 나왔다고 합니다. 의자왕이 영험하다는 무당에게 그 뜻을 물으니 그는 백제의 국력은 점점 쇠약해지고 신라는 날이 갈수록 강국이 된다는 의미라고 풀이했습니다. 그는 왕의 미움을 사 죽음에 이르렀고 또다른 점술사에게 물으니 '백제가 보름달처럼 발전한데 비해 신라는 아직 약소국이니 걱정할 것 없다'는 말을 해 큰 상을 내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듣기 싫은 예언이 사실이었고 결국 백제는 망국의 길을 걸었습니다.

숨고르며 허덕이는 증시가 보름달을 꿈꾸는 초승달일지 서서히 이지러지는 달인지는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달보다는 달을 향해 손가락을 휘두르는 이들이 많을지도 모릅니다. 손가락보다 달을 보라는 법어도 있지만 달을 가린 손가락이 신경쓰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다시 밤이 되면 우리 하늘에 달이 뜰 것이고 바다 건너 미국 증시에 목을 맬 테니 달은 어쩌면 증시의 또다른 축소판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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