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 수 있다면 그래도 중국펀드가 '뛰는 말'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 2007.11.26 13:02

[머니위크]민주영의 펀드투자학

위험이라는 단어만 생각해도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다. 위험이라고 하면 마치 '호환, 마마, 전쟁'보다 무서운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의 생활 자체가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매운 고추를 먹어서 입안이 얼얼해진다고 해서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기꺼이 매운 음식을 선택할 수 있다. 결국 누구나 어느 정도 위험에 대한 내성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점은 대체로 재산이 많은 사람일수록 위험에 대한 내성이 높다는 점이다.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는 평범한 사람보다 위험을 견딜 수 있는 내성이 훨씬 크다. 그들은 자신이 견딜 수 있는 위험에 기꺼이 뛰어들어 오늘의 성공을 이룬 것이다. 모든 위험을 피하다 보면 결코 수익을 얻고 성장할 기회를 얻을 수 없다. 다만 위험이 무엇인지는 확실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물론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성적으로 볼 때 2007년 역시 2006년에 이어 '중국펀드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수익률로 보나 몰린 자금으로 보나 중국펀드의 독주가 단연 돋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상해 B지수(외국인 전용)는 10월 말 기준 연초 대비 192.45%나 올랐으며 국내 중국펀드가 많이 투자하고 있는 홍콩 H주 지수 역시 94.21%나 상승했다. 중국보다는 못하지만 인도 역시 43.89% 올랐으며 브라질도 46.87%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승으로 투자자금 역시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펀드 등에 집중됐다.
 
자산운용협회와 제로인 자료 등에 따르면 올들어 중국펀드에 12조5800억원이 몰렸으며 브릭스펀드 4조600억원, 아시아펀드 2조3700억원, 중남미펀드 2조600억원 등이 유입됐다. 전체 해외펀드 중 중국펀드의 점유율은 40%를 넘어섰으며 브릭스펀드 15%, 아시아펀드 10%, 글로벌펀드 6%, 중남미펀드 5% 순으로 나타났다.
 
가파른 주가 상승 등으로 이미 우수한 수익률을 올린 펀드 투자자들은 오히려 '위험'에 대한 불안에 휩싸였다. 그동안 너무 많이 올라서 이제는 떨어질 때가 되지 않았느냐 하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주가의 적정성 정도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자산비율(PBR) 등의 지표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0월 기준으로 중국 상하이 B지수의 평균 PER은 112.79배, PBR은 5.47배로 나타났으며 홍콩시장 역시 PER과 PBR이 각각 31.53배, 5.52배에 이르고 있다. PER란 주가를 1주당 연간 세후 이익금으로, PBR은 주가를 1주당 순자산으로 각각 나누어 산출한 수치인데 이 비율들이 높으면 기업들의 이익이나 자산에 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시장(S&P500)의 경우 PER과 PBR이 각각 18.21배, 2.94배이며 지수 2000 돌파로 고평가 논란이 벌어진 우리나라는 16.6배, 1.98배 수준이다. 게다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와 소비 위축, 중국의 긴축정책과 인플레이션 등 각종 악재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점도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결국 투자자의 가장 큰 관심 중 하나는 새해에도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경제성장과 주가 상승이 계속될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이를 내다보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을 볼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얼마든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사실 주가의 향방에 대한 논의는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또 '거품 논란' 역시 어느 누구도 현 상황에서 이를 명확하게 알 수 없다. 자본주의는 역사적으로 거품이 형성됐다 꺼졌다 하면서 발전해 왔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거품 논란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적당한 거품이 없는 맥주는 맛이 없다.
 

세계 경제를 ▲소비의 역할을 하는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 지역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하는 생산의 중심축인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 ▲세계의 공장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자원축인 러시아와 중동 그리고 브라질 등의 남미지역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경제가 고성장을 하게 된 것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경제 개발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자본주의 지도'에서는 없었던 중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무대로 등장했다. 선진국의 직접 투자와 높은 기술이 신흥국에 유입되고 이것이 저렴한 노동력과 결합되면서 생산성의 빠른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중국은 엄청난 수출로 막대한 무역흑자를 쌓아왔다. 신흥국에서 생산한 저가의 상품이 전 세계 시장으로 퍼져가면서 글로벌 차원에서 물가가 안정되고 저금리에 따른 경기 호황이 가능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전 세계적 유동성 확대와 부동산 등의 자산가격 급등이 다시 소비 확대로 이어지면서 고성장을 뒷받침해왔다.
1980년부터 2000년까지 이어졌던 주가 상승과 그 뒤 부동산 가격 급등에 힘입어 미국은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먹고 입고 썼다. 급격히 증가한 생산을 위한 석유와 구리 등을 공급하는 남미와 러시아, 중동 등의 국가들은 치솟는 원자재 가격을 타고 큰 돈을 벌어들였다. 결국 거대한 3개의 경제권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잘 물려가면서 각자의 영역에서 높은 성장을 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지속적인 성장의 이면에 가계부채 급증과 자산가격의 버블 형성이라는 부작용이 싹텄다. 최근 미국의 부동산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서브 프라임 부실 문제는 이러한 부작용의 결과가 나타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서브 프라임 부실 문제의 본질적인 핵심은 그동안의 전 세계적인 선순환 고리가 이를 계기로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비록 서브 프라임 부실문제가 해결 가닥을 찾아가는 모습이지만 미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이는 가계대출 위축 → 소비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그동안 세계 경제에서 당당히 소비축를 담당했던 미국이라는 '톱니바퀴'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관심있게 봐야 할 것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소비시장의 둔화를 중국과 인도 등이 보완해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대미 수출 둔화와 물가 상승 등으로 긴축정책이 예상되지만 중국 경제는 국내 투자 확대와 소비시장의 성장 등으로 고성장을 지속해 세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그동안의 경제 성장으로 가계소득이 늘어나면서 고소득층과 중산층도 빠르게 증가해 소비 기반이 급속도로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세계 경제를 이끌어왔던 동력이 미국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지역으로 얼마나 부드럽게 이전되느냐가 향후 세계 경제의 핵심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다만 여러 가지 예상치 못했던 변수에 의해 얼마든지 급등과 급락이 거듭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각 변동기'를 지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단기적으로 주식이나 채권 등의 자산 가격 급변동을 누구라도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영락없이 누군가가 살짝 뺨을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막 울음을 터뜨릴 준비가 돼 있는 여자 아이의 모습이다.
 
이러한 점에서 성공적인 2008년 해외펀드 투자를 위해서는 적어도 5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투자의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단기적인 시장상황을 좇다가는 자칫 투자 실패에 이르기 쉽다. 잠깐 '먹고 나오겠다'는 전략의 위험성은 결코 낮지 않다. 단기적으로 시장을 좇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비로소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올초 무모한 예측에 기대어 일본펀드나 부동산리츠펀드 등으로 '갈아타기'했다가 실패한 많은 투자자들의 한숨을 되씹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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