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 완전정복..위기대처?대략난감

이경숙,오상연 기자 | 2007.11.16 09:40

[백년기업의 조건]<4-1>시장 포화 속 SK텔레콤의 기회와 리스크

편집자주 | 사람 나이 100살엔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들다. 그러나 기업은 다르다. 기업은 100살이 넘어도 성장한다. 경제와 사회를 이끈다. 한국의 미래 증시를 이끌 기업의 조건은 무엇일까? 머니투데이는 아시아지속가능투자협회(ASrIA), 에코프론티어와 공동기획으로 국내 대표업종 대표기업의 지속가능성을 9회에 걸쳐 분석한다.

통신시장 완전정복1. '전화기의 한계를 벗어나라.'

10월 30일 오전 9시, 정 대리(30)는 버스 안에서 증시 개장 분위기를 살핀다. 오후 1시, 회의실 앞에서 동양제철화학과 NHN 주가를 확인한다. 저녁 8시, 술자리에서 친구들이 떠드는 탤런트 A양 스캔들이 뭔지 찾아본다. 정 대리는 SK텔레콤 가입자다.

통신시장 완전정복2. '시장의 울타리를 벗어나라'

11월 15일 오전,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장동건 됐다. '3G 마이 페이스' 덕분이다. SK텔레콤 분당연구소을 방문해 이 서비스를 시연하던 농 득 마잉 서기장은 웃음보를 터트렸다. SK텔레콤의 베트남 브랜드인 'S폰'은 가입자가 최근 300만명을 넘어섰다.

◇'통신시장 완전정복' 나선 SKT

더는 넓힐 곳이 없어 보였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은 2000년 신세기통신과 합병 직후 58%였다가 이후 50%선을 유지하고 있다.

가입자수? 더 늘릴 데가 없어 보인다.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수는 10월말 4300만명을 돌파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 노인 할 것 없이 전체 인구의 88%가 가입했다는 뜻이다.

SK텔레콤이 '영상전화 완전정복' 시리즈 광고로 돌풍을 일으켰지만 가입자 1인당 매출(ARPU)은 꿈쩍도 안 한다. 지난 3분기 ARPU는 월 평균 4만3769원으로 2004년 3분기(4만3343원)보다 고작 400원 많아졌다.

그런데도 11월 들어 2주 동안 SK텔레콤 주가는 20만원대에서 25만원대로 겅충 뛰었다. 14일, 골드만삭스는 하나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SK텔레콤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하나로텔레콤의 연 매출은 2조여원. 지난해 연 10조원 매출을 낸 SK텔레콤이 하나로통신을 인수하면 최대 통신사 KT를 따라잡는다. 34조원 통신시장 중에선 35%를 점유하게 된다.

증시는 "올 게 왔다"는 듯 호평을 쏟아냈다. 현대증권은 SK텔레콤 적정주가를 30만1600원으로 올렸다. 대신증권은 '비중확대' 투자의견을 밝혔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2년 동안 SK텔레콤의 주가수익률(PER)이 10~12배로 시장 대비 저평가된 상태였다"며 "주가가 기업가치를 찾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실적 전망이 좋다. 증권가에선 SK텔레콤이 올해 매출은 11조2600억여원, 순이익은 1조9000억여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보다 각각 6000억여원, 4600억여원 늘어나는 것이다.

시장점유율은 50%대에 머물러 있지만 가입자 수는 늘었다. 지난해 3분기 1878만3000여명이던 SK텔레콤 가입자수는 2171만4000명을 넘어섰다.

머니투데이가 5대 증권사, 5대 주식펀드운용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백년기업의 조건’ 조사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10개사 중 5개사가 SK텔레콤이 10년 후에도 수익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봤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SK텔레콤이 이동통신시장에서 얻은 강점을 바탕으로 브로드밴드, 미디어, 방송, 인터넷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한 운용사 CIO는 "국내 이동통신 선도기업인데다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라며 "주주권익을 중시하고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이는 것도 SK텔레콤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미국, 베트남, 중국시장 콘텐츠로 공략할 터"

인구 고령화 추세, 국내 시장포화 속에 SK텔레콤은 '인당 매출 확대', '해외시장 진출'에서 성장점을 찾고 있다.

한 SK텔레콤 IR 담당자는 "글로벌 사업, 컨버전스(융합) 기반의 신사업이 앞으로의 성장 핵심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휴대전화서비스는 전 세계 어느 지역보다 선진적"이라며 "이런 시장에서 이미 콘텐츠 차별성을 인정 받은 SK텔레콤이라면 해외시장에서도 얼마든지 승부를 걸어볼 수 있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이 '승부'를 건 지역은 미국, 베트남, 중국. 2000년엔 '힐리오'로 미국에, 2003년엔 'S폰'으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지난 8월, SK텔레콤은 중국 차이나유니콤의 지분 6.6%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됐다. 중국 2위 이동통신회사인 차이나유니콤은 가입자 수가 1억5000만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베트남과 중국에서는 2~3년내에 수익을 낼 수 있으리라고 전망했다. 두 국가 모두 휴대전화 보급율이 낮고 경제성장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진창환 굿모닝신한증권 수석연구원은 "이동통신사업은 국가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해외기업이 진출해 성공하기는 어렵지만 SK텔레콤은 진출 국가 정부와 관계 관리를 잘했다는 강점이 있다"고 평했다.

미국 '힐리오'는 아직 적자 상태다. 고연정 하나대투증권 선임연구원은 "힐리오는 독자통신망 없이 (MVNO)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통신망 임대료에 대한 추가부담이 있다"며 "자본투입대비 가시적인 수익창출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SK텔레콤 IR담당자는 "차별화된 콘텐츠로 미국 시장을 잡겠다"고 말했다. 그는 "콘텐츠 경쟁력은 '높은 인당 매출'이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휴대전화의 월 평균 인당 매출이 53달러인데, 힐리오는 월 90달러를 꾸준히 넘고 있다. 미국의 휴대전화 보급율이 73%에 불과하다는 점도 SK텔레콤이 기대를 거는 부분이다.

↑서울YMCA 한 회원이 SK텔레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YMCA
◇ 사회압력 대처는 '대략난감'

그런데 국내 소비자, 시민사회의 반응을 보면 '대략난감'이다. 서울YMCA는 10월말 성명을 내고 "SK텔레콤의 원가보상율이 122%에 이른다"며 "이동통신 요금에 거품이 많다"고 주장했다.

서울YMCA와 청소년 등 이동통신가입자들은 5월말부터 '이동통신 4대 괴물' 몰아내기를 위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지정한 '4대 괴물'이란 가입비, 기본료, 발신번호서비스 요금, 문자메시지 요금. 서울YMCA는 "여기에 낀 거품만 빼도 국민들이 4조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SK텔레콤이 지난해 사회공헌에 쓴 돈은 750억원, 순이익의 5.18%에 이른다. 2003년 의 340억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그런데도 왜 사회의 압력과 견제가 커지고 있는 것일까.

SK텔레콤은 우리 국민 88%가 가입한 이동통신시장에서 절반을 점유했다. 사실상 인구 절반이 고객인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고객군을 시장 경쟁에서 얻은 것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박유경 아시아지속가능투자협회(ASrIA) 연구원은 "SK텔레콤은 산업 발전 초기에 좋은 주파수와 영업권을 따서 인수합병으로 성장했다"며 "산업화의 역사가 긴 선진국의 기업들처럼 경쟁 속에 영업권을 유지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정부가 재판매의무화 등 시장경쟁을 차츰 허용하면 '철밥통' 같던 시장이 위협 받을 것"이라며 "SK텔레콤 등 통신사들은 사회공헌을 넘어서 요금 인하 요구 등 사회적 리스크에 대응하는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4. 4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