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증권업 진출까지 '우여곡절'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07.11.14 19:25
국민은행이 증권업에 진출했다. KGI증권 인수시도가 실패한 후 한누리증권 인수에 뛰어들었으나 가격협상에 난항을 겪자 증권사 신설을 검토하는 등 우여곡절끝에 한누리투자증권을 품에 안게 됐다.

◆2006년 '증권업 관심없다' =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증권업은 안 한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업에서도 할 일이 많은데 증권업까지 뛰어들 필요는 없다"며 증권업 진출을 강하게 부정했다.

국민은행은 그러나 지난해 물밑으로 증권업 진출을 검토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으로 금융환경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해 증권사 인수전담팀도 설치했다.

◆2007년 상반기 '마음 변했다' = 국민은행이 증권사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 부터다. 실제 국민은행은 지난 4월 KGI증권에 대한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당시 국민은행 고위관계자는 "증권업 '라이센스'가 중요하다"며 "이미 전국에 걸쳐 많은 영업망을 갖추고 있는 국민은행이 굳이 지점이 많은 증권사를 비싸게 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작고 싼 증권사를 인수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지난 5월22일 국민은행은 KGI증권 지분매각 입찰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감독당국으로부터 받은 기관경고로 인해 증권사 인수자격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다, 인수예상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기 때문이다.

KGI증권 인수를 포기한 국민은행은 이후 한누리증권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 95년 '연합에스비증권'으로 설립된 한누리증권은 같은 해 11월 '한누리살로먼증권'으로 이름을 바꿔 증권업허가를 취득했고, 지난 97년 상호를 현재 이름으로 변경했다.

한누리증권은 올해 상반기 국내 채권 발행시장의 11.7%를 차지하며 3위에 오른 '작지만 강한' 증권사다. 채권발행 및 리서치 기능이 강한데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아 인수에 부담에 없어 국민은행의 입맛에 맞았다.

특히 홍콩에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대부분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어 적극적인 해외진출과 동시에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국민은행에게 적합한 인수대상으로 꼽혔다.

지난 5월부터 한누리증권과 협상을 시작한 국민은행은 다음달 '증권업 진출을 위해 한누리증권을 포함한 기존 증권사의 인수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하며 인수협상을 확인했다.


◆인수-신설 저울질 = 7월 들어 국민은행은 한누리증권과 단독으로 가격협상에 돌입했다. 당시만해도 국민은행은 8월 말까지 인수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가격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8월에는 외국계인 스탠다드차터드(SCB)가 적극적인 인수의사를 보이며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당시 2500억원대를 제시했던 국민은행에 비해 3000억원의 인수가격을 제시한 SCB의 승리가 유리하다는 분석들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국민은행의 증권사 인수가 물건너간게 아니냐'는 예상도 나왔다.

9월 들어 국민은행은 2003년 9월 국민카드를 합병하면서 대손충당금 1조원가량을 임의 환입하거나 적립하지 않는 등 부당하게 회계처리해 2004년 9월13일 기관경고를 받았던 멍에에서 자유롭게 됐다.

국민은행은 9월12일 가격협상이 지연되고 있던 한누리증권 인수에 대해 '강수'를 뒀다. 가격이 맞지 않을 경우 인수 대신 신규 증권사 설립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였다.

당시 김기홍 수석부행장은 "금융감독당국이 증권사 신규설립을 허용하는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과도한 프리미엄을 주면서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증권사 신설로 급선회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국민은행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가격이라면 (한누리증권을) 인수할 것이고 그 이상이라면 인수를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같은 '신설카드'는 한누리증권의 인수가격을 낮추기 위한 전략이었던 셈이다.

주변상황까지 국민은행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한누리증권 인수를 눈앞에 둔 것으로 알려졌던 SCB와 한누리증권과의 딜이 깨졌다. 이는 직원고용 보장 등 비가격요소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은 10월 초 협상을 재개했고 결국 이날 국민은행 이사회가 2663억2400만원에 한누리증권 지분 95.8% 인수를 승인하면서 국민은행의 증권업 진출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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