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사 "우리도 인사이트 파는데..."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 2007.11.26 16:35

[머니위크 커버스토리]인사이트 펀드, 금융권 시각

"우리도 미래에셋 인사이트, 차이나솔로몬 펀드팝니다" 2007년 11월초. 전라남도 광주의 D증권 지점은 이같은 내용의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은행과 증권사들이 이처럼 외치고 싶었을 것이다. 미래 인사이트 펀드에 가입하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들이 연일 미래에셋증권에 줄지어 서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래에셋 측에서 책정해준 판매보수는 다른펀드에 비해 두둑하다. 1%를 먼저 떼는 선취형의 경우 연0.9%이며, 기간보수형은 연1.8%에 달한다. 온라인판매보수 역시 1.53%로 매우 높은 편이다. 여기에 미래에셋이 마케팅 차원에서 많게는 1억원 모집에 40만원까지 인센티브를 지급한다고하니 판매사 입장에서는 더욱 군침이 당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들어내놓고 영업을 하기 힘든 많은 판매사들의 경우는 비밀스럽고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증권은 기존 고객들에게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 우리 지점으로 오시면 가입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라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날렸다. 아직도 미래에셋펀드는 미래에셋증권에서만 파는 줄 아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계산에서다.

뿐만 아니라 실제 G증권사 직원은 MSN과 네이트온 메신저의 별명을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 가입가능. 친절한 상담해드립니다'로 바꾼 뒤 곧바로 군대 후배로부터 가입신청을 받았다고 한다.

자산운용사를 계열사로 보유한 한 대형증권사의 지점장은 이렇게 털어놓았다.
"상담도 필요 없습니다. 소문을 듣고 이미 가입하겠다고 찾아오는데요 뭐. 굴욕적인 일이지만 그냥 파는 수 밖에 없죠. 어쩌겠습니까? 돈을 벌려면..."

2007년도 막바지를 향해가는 11월 중순.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의 광풍이 한차례 증권과 은행가를 훑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설정된 이후 보름밖에 안된 13일 현재 설정액은 3조9517억원으로 지금 시간에는 이미 4조원을 돌파했다. 최근 전세계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일일 유입액이 주춤하고 있지만 인사이트펀드는 99년의 '바이코리아'열풍 못지 않다. 99년 해외동포들이 바이코리아 펀드에 가입했다면, 인사이트 펀드에는 연변 출신 노동자들도 가입하고 있을 정도다.

시중 모 대형은행에서는 직원들이 가입한 금액만도 엄청나다고 한다. 1억원 유치에 40만원의 인센티브가 떨어진다고 하니 이들은 인사이트 펀드를 '세일'된 가격에 가입한 셈이다.

미래에셋이 시중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동안 여의도의 많은 경쟁운용사들은 '몰빵펀드, 묻지마펀드'하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인사이트 펀드에 가입한 여의도 금융인은 비단 미래에셋 직원들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같은 인기몰이의 원인은 뭘까?

W증권사의 한 지점장은 시기적으로 아주 적당한 때에 나온 것이 인기몰이의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세계시장이 어떻게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래에셋에서 유망한 국가를 선택해서 투자한다고 하니 실제 운용을 잘 해온 미래에셋을 한번 믿어본다는 측면이 많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지점의 일선 직원들 반응도 비슷하다.
"펀드는 무수히 많은데 기존의 유럽펀드, 중국펀드 등 어떤 국가에 투자해야할지 결정하기는 정말 어렵죠. 전 세계적으로 조정 때문에 무서운데 지금껏 잘해온 미래에셋에서 알아서 운용해준다니 혹할 수 밖에요"


조정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반응은 아직까지 관대한 편. 판매사들은 이렇게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고객들의 반응도 현재로서는 양호합니다. 장 자체가 빠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별다른 불평은 없다고 하네요"

"조정장세이므로 예전만큼 많진 않지만, 아직도 다른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아직 분위기 자체는 식지 않은 편입니다. 설정일 이후 기준가가 빠져서 오히려 추가 매수의 기회라 여기고 매수하는 고객들이 많네요"

하지만 그 반응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H증권 부산지점의 한 직원은 "인사이트 펀드는 말그래도 광적"이라며 "가장 큰 이유는 입소문을 엄청나게 탔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미래에셋의 독주는 우려와 질시를 한 몸에 받는게 당연할 만큼 강하고 폭발적이다. 한국 펀드시장의 과점하고 있는 미래에셋이 독점으로 향하고 있다는 우려 또한 거세다. 때문에 자산운용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많은 증권사들이 무턱대고 판매액만 늘리기에는 부담이 크다. 증권사 지점 PB담당자들의 말이다.

"자산관리 직원과 고객이 신중하게 의논한 뒤 고객분 개인의 판단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권유하고 있진 않습니다"

"인사이트 펀드는 알다시피 제약이 없지 않습니까. 아무것도 안 나온상태에서 조정장에 대안이 될지 안될지 고객에게 말한다는게 어불성설이죠"

"먼저 인사이트를 권하지는 않습니다. 공격적이고 위험이 높기 때문이죠. 다만 고객들이 먼저 찾으면 판매는 합니다. 이미 맘을 결정하고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인사이트 펀드의 열풍 속에서 갖가지 비난과 오해도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 14일에는 박현주 회장이 직접 기자들을 불러 '몰빵 펀드'가 아니라고 해명했을 정도다. 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인사이트 펀드를 박현주 회장이 직접 운용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오해는 투자설명서만 봐도 대부분 풀린다. 실제 박 회장은 펀드 매니저가 아니며 글로벌 자산배분과 관련한 전략적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정도다. 한국에 설립돼 있지만 미래에셋의 영국, 홍콩, 싱가포르 3개법인이 위탁운용하는 형태다.

많은 경쟁사들이 인사이트 펀드를 두고 '예측불가능하다', '벤치마크가 없고 성과가 검증이 안됐다'등의 비판을 제기한다. 하지만 이같은 인사이트 펀드로의 쏠림과 다른 운용사 펀드의 상대적 빈곤이 미래에셋만의 '책임'은 아니다.

인사이트 펀드 투자자들을 모두 '냄비같은 투자자'로 싸잡아 비난할 수도 없다. 나름대로 미래에셋의 성과를 믿고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많은 거대금융계열, 대기업계열 운용사들에게도 기회는 열려 있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인사이트 펀드의 투자설명서마저 읽지 않고 소문만 듣고 투자한다면 '묻지마 펀드'와 다를 바 없다. 인사이트는 알려져 있다시피 보수가 높은 편. 판매보수 뿐 아니라 운용보수도 1.5%로 높다. 펀드의 위험성은 총 5등급 중 2번째로 높은 등급에 속한다. 아울러 누군가의 우려대로 미래에셋의 시장예측이 빗나갈 경우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활짝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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