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모기지 리스크, 정부로 전이되나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 2007.11.14 13:16
서브프라임 파문으로 미국 모기지 시장의 정부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주택 시장 호황과 함께 폭발적 성장세를 보인 모기지 업체들은 신용 위기 이후 대출 한도를 크게 축소하거나 최악의 경우 문을 닫았다. 모기지 시장에서 만큼은 자율적 시장 기능이 실패했다는 자조섞인 반응이 나오는 상황이다.

민간 부문의 실패는 반대로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 정부 기관들의 개입 범위를 점점 더 확대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은 정부의 모기지 노출 위험을 높이는 것이어서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대공황 이후 정부 기관이 주택 대출 사업에서 일정 부문을 담당하는 일종의 사회주의적 요소가 있었다. 하지만 2002년부터 시작된 주택 시장 호황으로 민간 부문의 대출이 급증, 정부기관의 역할이 차츰 축소되는 듯 했다. 그러나 민간 부문의 대출 경쟁은 신용도가 낮은 계층에까지 확대돼 신용 위기를 부른 자충수가 됐다.

신용 위기 한파 속에 겨우 살아 남은 모기지 업체들의 경우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보다 더 엄격하고 까다로운 대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모기지 채권을 담보로 투자은행들에게 팔았던 부채담보부증권(CDO) 시장이 신용 위기 후 급격히 위축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 12개 지역 연방주택대출은행에서의 차입 의존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연방주택대출은행은 의회에 의해 설립된 조합 형태의 정부 기관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연방주택대출은행의 민간 금융 기관 대출은 올 들어 9월까지 8240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29%나 늘어났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기지 담보 증권 가운데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보증을 받는 비율도 10월 72%로 급등했다. 주택 시장 붐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2005년의 41%와 비교하면 크게 높아진 수치다.


미 최대 모기지업체인 컨트리와이드파이낸셜의 경우 모기지 대출의 80%가 패니매와 프레디맥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이라고 밝혔다. 일년 전만 하더라도 전체 대출에서 두 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3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신용 위기가 본격화된 7월 전까지는 주로 기업어음(CP) 등 단기 자금 시장에 의존했지만 신용 위기 후 이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12개 연방주택대출은행 가운데 하나인 아틀란타주택대출은행으로부터의 대출도 9월말 현재 510억달러로 늘어났다. 지난해 말 280억달러에 비해 거의 배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다.

정부의 개입은 앞으로도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더 나아가 지난 8일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 출석해 모기지 시장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연방정부가 점보론에 대한 보증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 정부지원기업(GSE)들이 점보론 모기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하고 대신 정부가 보증을 제공해 추가적인 혼란을 막게 한다는 방안이다. 현재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주택 구입자들이 41만7000달러가 넘는 고가 주택 구입 시 사용하는 '점보 론'을 매입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완화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의회와 정부가 상환 확대 요청에 불응해왔다. 이에 버냉키 의장은 정부 보증을 추가해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GSE들의 모기지 상한을 100만달러로 확대하는 대신, 이 기업들이 정부에 보증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제안은 정부가 모기지 마켓 익스포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어서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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