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전환 러시 대기업의 속내는...

김일태 객원필진 | 2007.11.22 11:38

[머니위크]김일태의 기업이야기

최근 들어 정부의 지주회사 요건 완화를 계기로 지주회사 전환이 유행처럼 번지며 대기업들이 지주사 전환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특히 지배구조 개선, 핵심역량 강화, 순환출자 해소 등의 장점이 시장에 부각되면서 주가도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후보들이 테마주로 분류되며 지주사 전환 발표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현상 뒤에 반드시 본질이 있듯이 투자자들은 최근 지주회사 열풍현상 뒤에 있는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근 지주사 전환 러쉬는 지배구조를 투명화 시켜 기업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입장과 소수의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기에는 지배권이 위태위태한 오너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벌어지는 이합집산행위라고 볼 수 있다.

그 와중에서 대주주의 이익은 비용지출 없는 지배권강화, 과세이연 등으로 극대화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부의 이전행위도 결합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반면에 소액주주나 일반투자자들은 주가희석으로 인한 손해를 보게 될 수도 있다.

대기업은 정부가 제공해준 기회를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지배권강화의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 이를 금융기법을 활용한 마술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다음 두 가지 마술이 핵심요소이다.

◆ 인적분할을 통한 자산 증대의 마술

마술사가 마술을 부리기 위해서는 사전에 미리 준비해놓은 마술도구가 필요하다. 첫번째 마술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도구는 바로 자사주이다.

SK는 2007년 4월 11일 지주회사 전환을 전격 발표하여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SK의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는 최소 6개월 전인 작년 10월 이전에 준비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2006년 10월 SK는 전체 상장주식의 10%인 1300만주의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 이면에는 자사주 매입 완료 후 지주사 전환추진이라는 더 큰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지주사 전환에 있어 왜 자사주가 필요한 것일까. 보통 지주회사 전환은 주요사업부문에 대한 인적분할 작업이 병행된다. 주요사업부문을 분리하여 신규사업자회사로 상장시키고 나머지 부문은 존속회사인 지주회사로 남아있게 된다.

인적분할(Spin off)이란 물적분할(Split off)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존속회사의 주주들이 기존의 지분율대로 신설번인의 주식을 나눠갖는 방식이다. 그러나 기존의 A회사가 자사주 a%를 가지고 있는 경우, 인적분할이 이루어지면 A기업은 여전히 존속회사인 A기업에 대한 자사주를 a% 보유하게 되고 다른 주주들과 마찬가지로 신설회사인 B회사의 주식을 자사주 비율만큼인 a%를 보유하게 된다.

이러한 자사주로 인해 자산 증대의 마술이 일어난다. 원래 자사주는 자산에 계상이 안되어 있는데 인적분할로 인해 존속회사가 갖게 되는 신설회사의 지분이 존속회사의 투자자산으로 계상되게 된다. 따라서 분할 전보다 분할 후 신설회사에 대한 지분가치만큼 존속회사의 자산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즉 존속회사 A의 자본총계 + 신설회사 B의 자본총계 = 분할전 A의 자본총계가 되어야 정상인데 자사주 a%를 가지고 있던 경우에는 존속회사 A의 자본총계 + 신설회사 B의 자본총계 = 분할전 A의 자본총계 + B회사의 지분 a%의 가치가 되는 것이다.

즉 회사를 단지 분할하는 것 만으로 자본을 늘리는 효과를 얻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자사주를 이용한 증자의 마술이다. 뿐만 아니라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는 주식이었는데 존속회사의 신설회사에 대해 의결권도 부활하게 된다.

◆ 공개매수를 통한 지배권 강화의 마술

두번째 마술은 공개매수를 통한 지배권 강화의 마술이다. 이 두번째 마술의 핵심도구는 바로 공개매수가격이다. 지주회사 전환에 있어서 전환 당시 지주회사 요건을 구비하지 못할 경우 2년이라는 유예기간 내에 구비요건을 충족시켜야만 최종승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적분할을 완료한 기업들은 상장자회사 지분율 20% 이상 보유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공개매수를 통한 유상증자를 시도한다.

공개매수가격 산정은 원칙적으로 공개매수를 하는 측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데 현금이 아니라 현물출자를 통한 주식스왑의 경우에는 법원의 인가 사항이다. 이러한 주식스왑 과정에서 대주주는 최대한의 지주회사 지분 확보를 시도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작업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자회사 주가와 지주회사 주가의 괴리율을 높여 주식스왑시 차익거래기회를 제거하여 일반주주의 응찰율을 낮추고 대주주가 획득할 지주회사의 신주 지분율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회사의 주가를 최대한 높이고 지주회사의 주가를 최대한 낮춰야 하는데 이를 위한 여러 가지 작업들이 수행된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차익을 얻기 위해 괴리율이 단기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자회사를 매수하고 지주회사를 매도하는 차익거래에 참여함으로써 오히려 괴리율이 더 벌어지게 만들어 대주주들을 흐뭇하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대주주 지주회사 지분율 극대화 전략의 이면에는 지주회사 주가희석률 극대화로 인한 소액주주들의 보이지 않는 피해가 결부되는 것이다.

실제로 SK의 경우 지난 8월 27일 지주회사 요건구비를 위한 SK에너지 주식 15.3%인 1400만주에 대해 주당 13만6000원에 공개매수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미 17.1%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2.9%만 매수하면 지주회사 요건을 구비함에도 불구하고 15.3%나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만큼의 지주회사인 SK주식이 추가발행 됨으로써 기존의 SK주주들은 주가희석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SK에너지는 8월 27일 공개매수 선언 이후 인천정유 합병추진 발표, 내비게이션 사업 진출선언, 중국 아스팔트 자회사 홍콩증시 상장추진 등 각종 호재들을 터뜨리며 주가상승의 지원사격을 퍼부었다.

따라서 괴리율이 벌어질수록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일반투자자는 더욱 줄어들고 심지어는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때 현실적으로 손해를 보며 공개매수에 응할 주체는 대주주밖에 없다. 일반투자자의 경우는 장외거래 양도차익에 대한 20% 과세와 증권거래세 0.5% 과세가 공개매수 참여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SK의 경우 총 1265만2908주 중 대주주가 1113만4967주 전량 참여하여 전체 매수 주식 중 88%를 차지했고 신주 962만6642주가 발행되어 25.4%의 주식증가로 인한 희석효과가 일어났다. 이에 따라 최태원 회장의 지분은 0.97%에서 2.22%로 상승했고 SK C&C의 지분은 11.16%에서 25.42%로 증가하였다. 결국 대주주의 지분율은 자사주 포함 41.45%에 달하게 되어 견고한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이것이 바로 공개매수를 이용한 지배권 강화의 마술로써 대주주는 일체의 비용지출 없이 지주회사 일반주주들의 지분율 희석을 발판 삼아 지주회사 지분율을 늘려 그룹 전체의 지배력을 강화시킬 수 있게 된다. 이 마술의 또 하나의 장점은 대주주의 추가비용 지출없이 지주회사 지분율을 늘리면서 세제혜택까지 향유한다는 점이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지주회사 설립에 대한 과세 특례로 현물출자시 자산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이연,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이연, 취득세 및 등록세 면제 등을 규정해 놓고 있다. 또한 주식의 현물출자, 스왑의 경우에도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양도소득세 및 법인세에 대한 과세이연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대주주들은 추가적인 비용지출과 세금납부 없이 지주회사 지분율을 합법적인 범위에서 늘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늘어난 지분율로 인해 강화된 지배력을 바탕으로 자회사의 이익을 지주회사로 이전시켜 지주회사의 가치와 주가를 상승시킴으로써 천문학적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을 닦게 된다. 더 나아가 상속에 있어서도 지주회사 지분 상속이라는 간단한 방법을 통해 자손대대로 부를 이전시킬 수가 있게 된다.

◆ 지주사 전환과 공개매수를 통한 지배권강화시도는 계속될 것

이러한 사례는 비단 SK뿐만 아니라 과거 LG, 태평양 등에서 확인할 수 있고 현재 웅진홀딩스, CJ 등이 공개매수를 진행 중에 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지주사전환을 통한 지배권강화 행위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된다.

정부의 비호와 묵인 속에서 지배구조 투명화라는 미명하에 차익거래를 통해 소액주주들을 따돌리고 지분율 확대와 지배권 강화에 열을 올리는 대기업 오너들을 보면서 부조리함을 느끼지만 투자이익 향유를 위해 대주주와 같은 편에서야 하는 힘없는 투자자의 현실 또한 서글픈 것이 사실이다.

김일태(annafan@naver.com)

◆ 김일태 약력
- 대원외고 졸업
- 고려대 법학과 졸업
- 現 VIP투자자문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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