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마이크로크레디트' 주의보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 2007.11.13 17:17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대부업체 이름만 우르르

지난달 30일, 사회연대은행 홍보를 담당하는 안준상 과장은 한 포털사이트에서 '사회연대은행'을 검색했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검색결과로 가장 먼저 나온 사이트 주소는 '사회연대은행'이 아니라 '00신용론'이라는 한 지방의 대부업체였다.

안 과장은 곧바로 포털사이트 회사에 전화해 정정과 사전예방을 요청했다. 정정은 됐다. 그러나 사전예방은 거부됐다. 스폰서링크 즉 검색광고를 사전검열할 수는 없다는 이유였다.

최근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을 사칭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특히, 일부 대부업체들은 포털사이트에 마치 자신이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인 것처럼 스폰서링크를 올리고 있다.

'야후'와 '다음' 검색창에 '마이크로크레디트' 혹은 '마이크로크레딧'을 넣으면 관련사이트로 '빠른당일대출 00론금융', '맞춤대출서비스 000론' 등 대부업체 사이트가 뜬다.

이들 사이트에서 사회연대은행, 신나는조합 등 '진짜'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은 관련사이트로 검색되지 않는다. 웹페이지 목록 중 하나로 뜰 뿐이다.

'네이버'는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의미와 수행기관을 검색결과로 먼저 보여준다. 그러나 네이버 검색결과에서도 대부업체들의 스폰서링크는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은 검색창에 '마이크로크레딧'을 넣었을 땐 사회연대은행 사이트가, '마이크로크레디트'를 넣었을 땐 관련 기사들이 먼저 노출된다.

안 과장은 "마이크로크레디트가 진짜 필요한 소외계층이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고금리의 대부업체를 찾아가게 될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대부업체들은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보다 20~60% 이상 높다. 마이크로크레디트기관들은 연 2~4%의 이자를 받는다.

물론,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등 저개발지역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들 역시 20%대 금리를 받는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반드시 사후관리를 통해 대출자의 소득을 높이고자 노력한다.

경영컨설팅이 대출과 함께 제공되지 않으면 마이크로크레디트가 아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마이크로크레디트는 기본적으로 금융적 요소와 경영컨설팅 요소가 결합되어야 한다"고 정의했다.

박 교수는 "‘마이크로’라는 이름은 대출규모가 대체로 소액이라는 '현상'을 보고 붙인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이크로크레디트의 본질은 시장에서 신용이 공급되지 않는 계층에 신용을 공급하는 것과 경영컨설팅을 통해 회수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대출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이자를 받되 '소외계층 지원'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주요목적으로 해야 마이크로크레디트라는 것이다.

국내에서 이러한 목적으로 현재 대출을 제공하고 있는 마이크로크레디트 전문기관은 사회연대은행, 신나는조합, 아름다운재단 등 3곳이다. 이밖에 높은뜻숭의교회 등 일부 종교, 사회단체가 사회사업 차원에서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제공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영상] 가슴에 손 '확' 성추행당하는 엄마…지켜본 딸은 울었다
  2. 2 '100억 자산가' 부모 죽이고 거짓 눈물…영화 공공의적 '그놈'[뉴스속오늘]
  3. 3 속 보이는 얄팍한 계산…김호중, 뺑소니 열흘만에 '음주운전 인정'
  4. 4 선우은숙 "면목 없다" 방송 은퇴 언급…'이혼' 유영재가 남긴 상처
  5. 5 [단독] 19조 '리튬 노다지' 찾았다…한국, 카자흐 채굴 우선권 유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