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하락을 예고하는 5가지 징후"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홍혜영 기자 | 2007.11.13 16:31

연기금 등 매도세 확산 조짐…글로벌 유동성 축소 여부 촉각

증시가 연일 출렁이며 "대세 하락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징후들을 보면 분명 하락 쪽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 당국이 증시 과열에 대해 적극적인 '조정 의지'를 보이고 있고 미국 경기는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망령에서 헤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또 최근 강남 땅값이 이상급등하는 가운데 펀드운용사들은 중국펀드 등을 대상으로 매도 기회를 적극 모색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세하락 여부는 최근 몇년간 국내 증시를 비롯 전세계 시장의 대세 상승을 주도했던 글로벌 유동성이 과연 얼마나 빨리, 깊게 축소될 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연기금, 주식 판다=연기금이 연말을 앞두고 주식투자자금 회수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연말 수익률 결산을 위한 정기적인 움직임인지, 대세하락을 예견한 차익실현인지가 관건이다.

코스피시장에서 연기금은 최근 4일 연속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이세우 사학연금 주식운용팀장은 "당분간 (시장을)보수적으로 보고 있다"며 "(주식 투자한 자금의) 이익실현을 병행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에 따른 손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신흥시장의 성장이 이를 만회할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근거를 제시했다.

현재 상황에서 그동안 주가가 충분히 오른 만큼 내년 투자규모 배정을 위해 초과수익 관리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국민연금과 정보통신부 등 연말정산이 필요없는 대형 연기금들은 당초 운용전략대로 보유주식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더욱 그렇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온기선 증권운용실장은 "(시황에 따라) 이익을 실현하는 단기투자는 하지 않는다"며 "장기 상승추세에 따라 조정 받을 때마다 주식을 사고 있다"고 밝혔다.

◇매도 기회를 엿보는 기관들=한 펀드매니저는 "최근 중국펀드는 물론 국내펀드를 대상으로 매수보다는 매도 쪽에 기울고 있는 펀드매니저들이 많다"며 "연간 수익률 관리를 위한 미세조정 성격을 넘어 자칫 도래할 지 모르는 대세하락기를 대비한 월동작업"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를 활용해 저가 매수 차원의 단기 전략을 사용하고 있지만 대세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체 포트폴리오 구성에 변화를 주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증시가 최근 전강후약, 전약후강 양상이 교차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양동작전'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펀드매니저는 "비록 매도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기관들이 대규모 매도에 나설 경우 리스크 확대에 주목한 큰 손들의 환매요구도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분위기"라며 "일단 매도 우위의 국면이 확인되고 추종 매도로 이어질 경우 그 파장은 생각보다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상치 않은 중국 시장=증시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통으로부터 심상치 않은 정보를 접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 중앙정부가 산하 지방정부, 금융기관, 유관기관 등에 "향후 매수 금지, 매도만 허용"이란 취지의 공문을 띄웠다는 것.


이 관계자는 "내년 베이징올림픽 개최 등이 있어 중국 정부가 과연 얼마나 지속적으로 증시냉각 정책을 펼지는 미지수"라면서도 "하지만 중국 정부는 현재 수준의 과열이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 거품(버블) 팽창 후 급락 등 여러 폐해가 불가피하다고 판단, 기회 있을 때마다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일단 증시에 물량을 풀어놓음으로써 시장 기능에 따른 과열 진정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증시는 워낙 비유통주가 많은데, 증시로 국내외에서 대규모 투자자금이 밀려 들어와 주가가 끝모르게 상승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5년 각 기업이 비유통주를 유통시키지 않을 경우 증자금지 등 각종 불이익을 주기로 한 것도 유통물량 확대를 통해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예전에 비해 그 강도가 더욱 세졌다. 비유통주의 유통화를 유도하되 천천히 단계적으로 이뤄지도록 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매수하지 말고, 팔기만 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매도 물량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해도 중국의 매수대기 자금이 워낙 많아 중장기 조정국면을 겪을 가능성이 낮다"며 "하지만 강력한 중국 정부의 의지를 감안할 때 현재와 같은 상승 속도와 탄력이 다소 꺾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남 땅값 이상급등='큰 손'들이 서울 강남 땅에 몰리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강남 땅값은 최근 폭등세다. 핵심지역인 테헤란로 대로변 땅의 경우 석달전 3.3㎡당 2억원 안팎에서 3억500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올들어 지난해 대비 50% 가까이 상승했다.

이 같은 강남 땅값의 급등은 공급이 수요를 뒤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또 양도세 중과에 따라 집주인들이 늘어난 세금분을 가격에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땅값 상승은 뉴타운, 용산, 성동구 등 상승재료를 갖고 있는 지역 뿐 아니라 서울 지역 전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유동자금이 토지구매 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건설교통부가 지난달말 발표한 '9월 토지거래량 및 지가동향'을 보면 9월 서울 땅값은 0.51% 올랐다. 1~9월까지 3.9% 상승했다. 강력한 집값안정 대책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음에도 큰 손들이 부동산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기대에 찬 채권시장=채권시장은 최근 몇년간 극심한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주가 상승, 물가 안정, 꾸준한 경기회복 등으로 채권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졌기 때문. 하지만 글로벌 유동성의 쇠퇴 조짐이 보이고 중국 미국 등 주요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심기일전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한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우호적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며 "글로벌 성장성이 한계상황을 보이며 가격 부담이 나타날 시점이 언제인지 예의주시할 때"라고 말했다. 최 팀장은 또 "비록 이머징마켓의 성장성이 여전히 유지되며 글로벌 유동성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유력하지만 위기론이 확인되며 투자자금 이동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상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안정적으로 고정 수익을 제공하는 채권 메리트가 부각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채권금리 하향(채권가격 상승)에 무게를 뒀다.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며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져 큰손과 기관들의 채권 매수세가 확대될 것이란 점을 전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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